프로듀서님. 잠깐 할 말이 있어. 내 이야기 말이야.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어떻게 됐더라...
아무튼, 나도 내가 공주는 커녕 악역조차 되지 못한 엑스트라라는 건 알지만, 프로듀서님은 내가 공주가 될 것마냥 말을 해줬잖아.
굳이 나를 공주라고 해준다면... 나도 저주인지 뭐시깽이인지에서 해메고 있다고. 고난이 날 계속 옥죄고 있어. 기승전결의 전에서 나는 계속 걸려있다고. 그냥 전전전전이야.
아무튼, 동화의 결론부터 스포일러하겠습니다. 내 삶은 늘 좆같았고, 나의 저주는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 저어어얼대 풀리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올 이야기는 존나 쓰잘데기없는 궤변에 불과합니다. 네. 그러니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은 나가주세요. 이 글을 읽고 에이 병신같은 이야기네. 하고 욕하지 말고 그냥 나가주세요.
평소라면 그렇다고 진짜 나가지는 말고? 라고 했겠지만. 이번엔 진심입니다. 나가주세요.
하여튼. 그럼 이야기의 처음부터 시작해보자고.
내 주변에 있었던, 아니. 지금까지도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건 다 검은 거울들 뿐이야. TV보면 얼굴 보이지? 그것도 검은 거울이야. 핸드폰 액정, 컴퓨터 화면에 얼굴 비치지? 그것도 다 검은 거울이야.
사람들은 서로서로 몰려다니면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내 근처에서 존나게 낄낄거리고. 난. 항상 사람들이 웃고 있을때 그 거울이나 들여다보고 있었어. 볼 게 그것밖에 없었거든.
어릴적에. 그리고 지금까지도 우리 엄마아빠는 맞벌이해서 나랑 언니를 먹여살렸어. 얼굴을 보고 살았던 때가 언제까지였을까...
한 초등학교때까진 봤던 것 같아. 중학교때는 둘 다 해외로 나갔으니까. 대신 생활비는 두둑히 보내줬지.
아... 너무 못 본지 오래됐는걸... 이제 얼굴도 다 잊어버리겠어... 같은 클리셰적인 대사를 할 만큼 단란한 가정도 아니었어.
까짓거 얼굴 보는거야 그냥 핸드폰으로 손짓 몇번만 까딱거려도 끝이잖아? 그런데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아무튼. 아마 난 태어날때부터 엿같은 운명으로 태어났었겠지.
엄마아빠가 있어도 옆에 있는 TV보고, 핸드폰 보고, 컴퓨터하는 애들 많은데. 엄마아빠가 집에 가끔씩 놀러오다가 아예 없어진 내 옆에 뭐가 있었을까.
아무튼, 그렇다고 내가 그렇다고 말 그대로 혼자였던 건 아니야. 내 옆엔 언니가 있었어. 엄마아빠가 없을땐 언니가 날 키워줬어. 적어도 언니가 고등학교 졸업을 하기 전까진 그랬어.
우리 언니는 대단한 사람이고 나는 병신이지. 언니짱. 언니짱. 언니짱. 리아무 병신.
언니는 지금 미국에서 화가를 하고 있어. 엄마아빠는 언니를 나보다 더 사랑했고. 엄마아빠가 집에 올땐 내가 사달라고 했던 장난감은 안 사주고 언니가 사달라고 했던 크레파스랑 스케치북은 꼭 사줬었어.
언니는 엄마아빠가 집에 없을때도 꼭 그림을 그렸었어. 어릴때부터 잘 그렸었어. 존나게 잘그렸다고. 금손이야.
초등학교 가기 전 이야기를 해보자면... 난 항상 보는 애니메이션이 있었어. 싸구려 여자아동용 아이돌 애니메이션.
거기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하면서 흥얼거렸었고, 언니가 그림그리는데 시끄럽다고 해도 늘 소리도 크게 하면서 봤었어.
엄마아빠가 오기 전까지는. 엄마아빠가 오면 TV는 바로 끝이었거든. 물론 엄마아빠가 집에 오기 전에 내가 곯아떨어질때가 더 많았지만.
엄마아빠가 집에 가끔씩 일찍 들어오는 날이면 언니가 대회니 뭐니 나간다고 언니 방해하지 말라고 TV를 껐었어.
그럴땐 모든게 다 미웠어. 그냥 울었어. 난 울고 있었고, 엄마아빠는 그냥 언니만 바라보고 있고. 나는 혼났고.
언니는 나한테 뭘 해주려고 했었다가 한 10살때쯤부턴 지친건지 그냥 날 내비뒀었고. 그래도 날 내비둔것만으로도 난 언니한테 감사해. 적어도 혼난건 아니니까.
나같은 병신 빡대가리년이 곁에 있는데도 그냥 넘어가준게 너무나도 고마워. 나같은 새끼를 옆에 두고 소리 한번 안 지르고 감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언니에게 감사하고 언니가 대단하다 생각해.
언니가 아마 아홉살때 처음으로 유리로 된 뭔가를 받아왔어. 종이가 아니고 유리. 2d가 아니라 3d로 된 무언가. 트로피는 아니고 상패라고 했던가.
언니는 그걸 그걸 보면서 엄청나게 좋아했었는데. 나는 언니한테 졸라서 받은 동전 한 닢으로 문방구 뽑기에서 뽑아왔던 스프링을 가지고 놀고 있었어. TV를 보면서.
언니는 늘 혼자였어. 내가 혼자였으니까. 언니도 혼자였겠지. 부모님이 언니 편이었지만 언니 곁에 없었잖아.
그리고, 언니는 혼자서 그림을 그렸어. 쭉. 계속해서. 아마 고등학생때 무슨 대학교를 미국에 있는데로 간다고 했었나. 엄마아빠는 해외에서 그 말을 듣고는 전화로 언니한테 전화선이 끊어져라 칭찬을 했어. 나한테 뭐라고 욕하는 건 잊지 않았고.
당연한 일이야.
엄마아빠가 날 괄시할때 기분 좆같고, 뭐라고 잔소리할때면 걍 뒤져버리고 싶지만, 그건 그냥 당연한 거야.
나는 당연히 병신이니까 그런 취급을 당해도 되는 거야. 날 그런취급 안하는 언니가 특별한 거야. 다들 날 그렇게 취급해왔으니까. 응. 적어도 엄마아빠는 말로만 이러쿵저러쿵하는 선에서 끝났었잖아?
아무튼. 아동용 애니는 초등학교때 졸업하고. 그 뒤로는 TV에서 아이돌 프로만 봤어. 아이돌. 우상. 좋은 단어잖아? 난 크리스쳔이 아니니까 우상숭배정도는 마음껏 해도 된다고.
난 아이돌이 나오는 프로는 웬만하면 다 봤었어. 음악 프로, 예능 프로, 그 외에 여러가지를 보면서 시시덕거리고... 혼자서 보면서 시시덕거리고.
언니는 방에 틀어박혀있었었어. 내가 TV 소리를 크게 해놨었으니까. 초등학교때까진 그렇게 무난하게 살았던 것 같아.
아이돌을 보고 좋아하면서. 춤을 따라해보려고도 해보고. 염색해보고 싶단 생각도 가져보고. 뭔가 독특한 옷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거울을 보면서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울적해하면서 또 TV보고. 하지만, 그래도 그땐 뭘 해도 그냥 좋고 신나고 기뻤어. 적어도 TV는 늘 곁에 있었잖아?
프로듀서님. 이지메가 뭔진 알지. 이지메. 시작은 중학교때부터였어. 이유는 가슴 크다고.
자세한건 말 안할게.
트라우마. 트라우마. 끔찍한 단어야. 좆같은 단어야. 아니, 그걸로도 모자라지.
내가 굳이 여기서 뭔가 해보겠답시고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미 처리된 방사능 폐기물을 굳이 끄집어내서 보여주는 거랑 같은 거라고 생각해. 꺼내는 당사자랑 보는 사람들이 같이 피폭당해서 뒈지니까.
내가 아무리 앰생이라도 그런 짓은 하기 싫어.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둘 다 기운빠지는 이야기를 누가 좋아한다고. 뭐, 사실 내가 겁쟁이라서 그래.
아니. 이야기할려면 이야기할 순 있어. 말만 이지메지 그냥 별거 없었으니까. 난 맞지도 않았어.
누구는 맞아서 평생 못 지우는 흉터가 남겨졌다고도 하고, 누구는 밥에 벌레 시체가 뿌려져있었다고도 하는데. 누군가는 사물함에 험담과 저주가 정성스레 적힌 종이와 교과서가 잔뜩 있었다고 하는데 난 그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냥 교과서 몇개 없어져있고, 책상에 낙서 약간 돼있고, 가끔씩 수업도중에 고무줄 새총으로 종이쪼가리나 지우개똥 날아오고.
가끔씩은 그런게 머리카락에 그대로 안착했을때도 있었어. 지금도 살짝은 그렇지만, 그때 난 그냥 거울을 보기가 싫었었어. 내 모습을 보기가 너무 싫었으니까.
난 흉물이잖아. 나도 눈은 있어. 나도 똥이나, 토사물같은 걸 맨눈으로 그대로 보기엔 거부감이 든다고. 응. 거울을 볼땐 그것보다 더 속이 울렁거렸으니까. 야무...
아무튼 머리카락은 감각이 없잖아? 그럼 머리카락에 그런게 있는지도 모른 채로 지우개똥이나 종이쪼가리가 묻은채로 하루종일 있다가 집에 가는 거야.
언니는 그림그리면서 인사해주고, 나는 자리에 눕고. 누웠다가 머리에서 그런게 떨어지면. 아. 아... 하면서 울고.
너 왜 사니? 넌 왜 사는 거냐고? 이 씨발년아. 야이 개년아. 넌 존재가치가 뭔데? 넌 대체 왜 있는 거냐고? 유메미 리아무? 너 누구냐? 어? 야? 너 뭐해? 너 뭐하냐고? 너 오늘 뭐하면서 지냈어? 너 씨발... 너는 씨발 머리카락에 저딴거나 쳐달면서 사냐?
스스로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언니한테 안 보이게, 안 들리게. 나. 나는 왜 사는걸까. 하면서 죽고 싶어하고.
커터칼도 꺼내서 손목에 그냥 가져다대 보기도 하고. 목에 멘 넥타이를 좀 더 쎄게 졸라서 기침도 해보고. 그랬어.
언니가 가끔씩 그림 안 그리면서 쉬고 있었을땐. 날 바라봐줬을땐. 내 머리카락을 털어줬을땐. 털면서 그런 것들을 치워줬을땐... 좀 울었을지도.
그래도 그렇게 심한 취급은 아니었다고 생각해. 나름 다행이야. 내가 아까전에 말했던... 그런 취급을 겪었으면 정말 죽...지는 않았을 거야.
응. 자해도 안해본 새끼가 자살은 어떻게 한다고. 나, 한심해. 야무. 물론 지금도 우울증 약은 달고 살긴 하는데... 음. 사실 알고 있었지?
몰래 먹는다고 먹고, 말도 안하긴 했었지만... 귀걸이부터가 알약 귀걸이인데. 아무래도 쓰는 돈 중에선 굿즈 사는 돈 다음으로 약값이 많이 나갈지도.
언니가 미국에 간 이후로는 내가 돈 달라고 했을때 엄마아빠처럼 뭐라고 하긴 했었어.
언니가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다고 했을때, 약봉투랑 약 비닐, 대학교 다니면서 핑계대려고 뽑아놨던 소견서같은것들... 필사적으로 숨기긴 했었는데, 결국 들켰었나봐.
언니가 그 이후로 내가 돈 달라고 할땐 군말없이 주더라고. 아무말 않고. 그냥 돈 달라니까 줘. 물론 지금은 내가 돈버니까 손 잘 안 벌리지만. 프로듀서님이 일자리를 줬으니까. 난 프로듀서님 없으면 죽었을거야.
아무튼, 잡소리는 거기서 집어치우고. 내가 중학생때 이야기 하고 있었지? 그때 엄마아빠가 언니한테 컴퓨터를 하나 사줬었어. 태블릿도 하나 사줬었고.
언니는 그 컴퓨터를 거들떠도 안 봤었어. 그림은 종이에 그려야 한다나... 아무튼 언니가 나한테 컴퓨터를 주다시피 해가지고 TV를 볼때가 아니면 대부분 컴퓨터를 했었어. 컴퓨터는 TV와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물건이니까.
첫째 날. 모노리스가 하늘에서 내려오듯 애니악이 1945년 탄생했다. 둘째 날. 빌 게이츠님이 윈도우가 있으라 하시니 윈도우가 있으셨다. 아멘. 셋째 날. 구글의 가호가 있으사 너희는 손가락만으로 온 세계를 보고 들으리라 하시었다. 할렐루야. 잇츠 어 콜드 앤 브로큰 할렐루야. 구글 창업자가 누군진 알게뭐야.
아무튼, 컴퓨터에선 아무런 거리낌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는데, 이젠 사람들한테 말을 걸 수 있다는 사실. 내가 사람들과 글자로나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런게 난 너무나도 좋았던 거야. 학교에서 난 귀신같은 취급도 못받았으니까. 귀신은 사람들이 피해다니기라도 하지. 난 피해다니지도 않았어. 난 그냥 공기였으니까.
아이돌 오타쿠 악취로 오염된 공기. 그냥 걸러내거나 아니면 얼굴만 찌푸리고 말게 되는 그런 존재. 지우개똥 던지는 타격감이 좋은 공기.
몬 집에 오면 컴퓨터하고 TV보고. 언니는 그림그리고. 난 밤새고. 밤새다가 침대에선 울고.
컴퓨터 책상에서 나오면 난 또 돌아가야 하니까. 나랑 언니만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학교로 돌아가야 하니까. 학교에선 또 대충 살고. 그러다가 집에만 돌아오면 시시덕거리면서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당연히 아이돌 이야기였지. 나도 나름 네임드였어 그땐. 아이돌에 대한 건 웬만하면 다 알고 있었으니까.
사람들은 내가 이야기를 하면 거기에 다 귀를 기울였어. 관심을 줬어. 그 이야기가 자기가 다 모르는 이야기였으니까. 아이돌을 겉핥기로 좋아하는 족속들이 넘쳐났었으니까. 대충 블로그 같은데서 사진이나 발언 같은 것만 긁어모으는 애들 말이야.
음. 그래. 난 그때부터 관종이었어. 사람들이 내 발언을 들어주면 좋은 거야.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고, 내 말에 반응해주고. 그러면 난 그것 자체로 기뻤어. 그것도 나름의 소통이잖아. 학교랑 집에선 내 말을 들어줄 사람따윈 아무도 없다고.
언제 어느 소속사의 무슨 아이돌이 이랬다.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언제를 이야기할때부터 바로 끊겨버렸으니까.
그래도, 고등학교때는 중학교때보다는 살만했어. 적어도 방에 혼자있을때 커터칼같은걸 꺼내진 않았었으니까.
사실 사는건 무섭지만 죽는건 더 무서워서 그랬을 뿐이지만. 내가 고등학교때가 살만했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 때문이었어. 이제, 학교에서도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다닐 수 있는 거였으니까.
문제는 고등학교에서도 날 찍은 애들이 몇명정돈 같은 반에 있었단 거야.
그렇게 내가 평범하게 하류에서 있었을 적. 그 끔찍한 불가촉천민의 화살이 누구를 향하고 있었을까. 난 그 애의 이름을 기억해. 그 아이는 키가 작았었고, 예전처럼 그렇게 시달려왔었지.
중학교땐 다른반이었는데. 아무래도 나처럼 찍혔던 모양이야. 하지만, 그 애는 나같이 어딘가로 혼자 대피할 수도 없었어. 누가 핸드폰을 도둑질해가서 어디 이상한데 짱박아두기 일쑤였거든.
그래. 나는 적어도 핸드폰을 볼 순 있었어. 그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해.
그 니미씨발 발전이 내 의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서 유린당해보면 만화같은 생각은 들지 않을 거야.
정의감같은건 생기지 않아. 여기에서 탈출해야겠단 오기도 생기지 않아. 그냥 내가 이제 지옥에서 벗어났단 사실에 안주할 뿐이야.
이제 내 머리카락에 종잇조각이나 지우개똥이 올라갈 일도 없어.
이제 침대에서 공연히 엉엉 울어댈 일도 없어.
이젠 교과서가 사라질 일도 없어. 교과서가 없어가지고 혼날 일도 없어.
학생이 교과서를 안가지고 오는건 군인이 전장에 총을 안가지고 오는 거랑 마찬가지라는 말을 들을 일이 없어졌던 거라고.
누가 그런 취급을 당하게 될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내가 그런 취급을 당하지 않게 되었던 거라고.
그 아이는 내가 듣기만 했었던 일을 다 겪었더라고. 아마 중학교때부터? 다 장난으로 그랬대.
장난삼아서 맞고, 장난삼아서 옷을 벗겨지고, 장난삼아서 누가 영정사진을 만들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리고, 그런 일을 계속해서 겪고 있었고.
이 핸드폰 좋네? 돌려받고 싶어? 그럼 짖어봐. 옷 벗고 멍멍 짖어봐. 월월월 깽깽깽.
어휴 하란다고 진짜 하냐? 니가 사람이냐? 푸하하핫. 시발 웃겨 뒤지겠네. 그 뒤로는 남친들 이야기. 버블티 이야기. 옷 이야기...
그리고, 그 모든 일이 내가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다행이었어.
1학년이 지나고 2학년이 지났을 적. 언니가 미국으로 갔어.
이제 난 완전히 혼자야. 날 터치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야. 이제 내가 시끄럽게 노래를 틀어도 막을 사람이 없고. 내 머리위에 지우개똥이 붙어있어도 치워줄 사람이 없고. 막말로 내가 현관에서 목을 매도 발견할 사람이 없었던 거야.
그리고 내 주변엔 인터넷뿐이었지. 난 몰두하기만 했어. 그것밖엔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나날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어.
프로듀서님. 사람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어? 아마 없을 거야. 응. 사실은 나도 없어. 하지만 구급차 소리랑 애들 사이에서 바닥에 떨어져있는 사람은 본 적이 있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빨갰어. 한 50가지의 빨간색이 곤죽이 된 사람 몸에서 그냥 흐르고 있었어. 피떡이라는 말이 진짜더라고. 그 날 이후로 한동안 고기는 손도 못 댔어.
그 이후로 그년들이 뭔가 달라졌을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에이씨발 저걸 뛰어내려? 아 우리 장난으로 한거에요. 그렇게 카스트제도는 유지된거야.
그럼 새 타겟이 누가 되었을까? 정답이야. 화살은 나한테 돌아갔어.
그 때 내가 무슨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을까?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 같은 것을 떠올렸을까. '내가 그 애를 지켜야 했는데' 같은만화스러운 생각?
아니. 그냥 내가 다시 그 자리에 온 것이 저주스러웠어.
다시 지옥으로 돌아온 게 증오스러웠다고. 니가 죽어서 내가 다시 따돌림을 당했어. 왜 뛰어내렸냐고. 왜. 왜... 왜 그랬어...
응. 그래. 나는 쓰레기야. 내가 역겹지? 날 보고 토할 것 같지? 내게 환멸했지? 내가 씨발 싸이코패스같지? 나도 그랬어.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죽었으면 했어. 그건 집에 갔을 때 이야기였지만.
프로듀서님. 나, 나는 뭐하는 사람인 걸까. 나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 아무리 봐도. 왜 내가 가치있다고 해주는 건데.
아무튼. 그 악몽같은... 아니지. 차라리 악몽이 더 나을거야.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건 없었어. 내게 남은 건 아이돌 뿐이었고. 흉터가 늘때마다 cd가 하나 늘었어. 고등학교를 졸업할 쯤에는 이미 cd를 놓을 곳이 없을 정도였고.
인터넷에서 내 이야길 해도 바뀐건 없었어. 광장에서 소리쳐도 돌아오는건 메아리 뿐이란걸 깨달은진 이미 오래됐었으니까.
대학교에 간 다음 날. 난 수업을 안 갔어. 대학교가 다른 환경인건 알고 있어. 캠퍼스랑 학급이 다른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냥, 그냥 무서웠어. 저것들도 다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잖아.
거기서 대화 안 해도 난 대화할 곳이 있으니까. 내가 파고드는게 공허한 신기루란건 이미 중학교때부터 알았어. 하지만 그때 난 기약도 없는 오아시스를 찾기보단 바로 옆에 있는 신기루 속에서 말라죽고 싶었어.
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냈어. 안 가? 왜? 왜 안 가는데? 대학에 다니기가 싫다고? 대학 안다닐거면 뭐하면서 살려고 그러니.
지금 다니는 데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럼 딴 데 가게 재수를 하던가. 재수를 안 할 거라면 토익이라도 봐라. 토익을 안 볼거면 자격증이라도 따야지. 자격증도 따기가 싫어? 그럴거면 알바라도 하던가...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어. 난 그 이후로 밖으로도 잘 안 나갔고.
그렇게 방안에만 틀어박혀있었는데, 멍하니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방치했던 sns에 가보니까 주변인 소개 기능인가? 날 보고 아는 사람들이냐며 그 년들의 면상을 들이밀더라고.
전부 다 행복하게 살고있었어. 걱정이란게 없는 듯이.
잘 살고 있구나. 아주 별 일 없이 존나게 잘 살고 있구나. 누구는 죽고. 누구는 아직도 약을 달고 사는데. 저년들은 노래방도 잘 가고. 밥도 잘 먹고. 정말로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구나.
저년들은 남자친구도 사귀겠지. 저년들은 내가 밑바닥을 빌빌대며 그나마 남은 삶의 조각을 긁어모을동안 좋아요를 받으면서 서로 자랑하며 깔깔대겠지. 그냥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거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오니까. 이젠 화도 안나. 울음도 안나와.
복수? 무슨 소용인데? 복수해봤자 양심의 가책이나 느끼겠어? 내가 잘못해서 뒤졌다는 생각이 들겠냐고?
내가 칼빵을 놔도 뭘 하는데? 내가 아무것도 아닌데. 내가 저년들을 산 채로 골수까지 분쇄기에 갈아버려도 별 생각 안 할걸? 모기에 물려서 말라리아에 뒈지는 거랑 나한테 죽는거랑 감상은 별반 다르지가 않을거야.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겠지.
프로듀서님이 날 보고 뭐라고 한들, 내 눈에 보이는 난 아무것도 아니야. 난 그냥 실패자야. 인간 실격이야. 참으로 부끄럼 많은 삶을 살았어. 말 그대로.
아무튼 여기까지가 내 이야기의 끝이야. 잘 들었어?
프로듀서님. 이런 나라도 신데렐라로 만들어줄수 있는거야?
이런 나라도 우뚝 설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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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좀 자전적인 이야기에요. 고민이 많이 돼서 쓰는데 5달은 걸렸네요.
쓰다가 막히고 고치고 한 부분이 너무 많아요. 이 글은 미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못쓰니 너무 중구난방이고 난잡하고 지리멸렬합니다.
언젠간 고쳐야지 하고 안 고친 지가 상당히 오래돼었지만요. 그리고 미완성으로 놔둘 거에요. 겨우 토해낸 내 그림자를 첨삭하기엔 난 아직 힘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