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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망치는 사람 - 3

한스 폰 젝트는 장교의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하면서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린 적이 있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은 고급 참모로,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은 최고지휘관으로 임무수행하는 데 적합하며, 조직의 90%를 차지하는 멍청하고 게으른 사람들은 시키는 일이나 하면 된다고. 그러나 젝트가 유일하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사람은 바로 멍청하고 부지런한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은 반드시 조직에서 방출해야 한다는 것이 젝트의 주장이었다.


실제로도 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조직을 망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다양다종한 방식으로 의도치 않게 자신의 조직을 엉망으로 만들고, 프로젝트의 정상적 진행을 방해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 전체를 회생 불가로 만들어 버린다. 이들의 영향력과 역량이 조직 내에서 커질수록 조직의 잠재력과 역량, 그리고 미래 가치는 점점 하락한다. 결국 그들은 조직과 업무 전체를 파멸로 이끈다.


이들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 기저에는 두 가지 요소가 숨겨져 있다. 즉 열등감과 권력 욕구이다. 이들은 똑똑한(게으르든 부지런하든) 사람들에 대해서 열등감을 내재하고 있으며, 그것을 해소하기 위하여 권력, 즉 조직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사람들이 자신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점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자신의 부지런함을 극적으로 어필하여 영향력을 과시한다. 이러한 모습은 윗사람들에게는 어필이 될 지는 모르지만 부하들, 또는 동료들에게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난다. 특히 임원들이 같은 부류일 경우 더욱 그렇다.


과업을 진행하는 데에도 이들은 사뭇 다른 태도를 가진다. 똑똑한 사람들은 과거 사례 분석, 또는 미래 발전 예상 등을 바탕으로 합리적 추론을 통해서 과업의 방향을 결정하고 추진한다. 반면 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자신의 뇌피셜(또는 빈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지런함-열심에 비중을 둔다. 즉 노동집약적인 과업 추진이 선택과 집중을 위한 방향성보다 옳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더 부지런하게. 언뜻 보기에 이는 당연한 논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숨어 있는데, 방향성이 없는 추진력은 과업의 추진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이러한 오류와 문제점이 누적된 조직은 결국 문제 속에 매몰되어 과업을 파탄 상태로 몰고 간다.


언뜻 논리의 비약으로 읽혀질 수 있는 상기 문단에는 한 가지 핵심적 요소가 있다. 즉 기회비용이다. 어떤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은 반드시 시간과 자원(Resource)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엉뚱한 방향으로 노동을 추가 투입한다는 발상은 결국 추가적인 노동력과 자원을 필요로 하고, 이는 조직원들의 휴식시간과 잠재력 감소로 이어진다. 그 뿐 아니다. 과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낭비되는 자원으로 인해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다른 과업에 투입할 자원이 부족해진다. 더불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 과업은 성과를 이루지 못하며 실패의 경험만을 쌓을 뿐이다. 실패의 경험이 반드시 성공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야기한다.

1) 휴식 박탈로 인한 조직원들의 업무능력 저하
2) 과업 성공 경험의 부재로 인한 올바른 방향 상실
3) 한정된 자원을 낭비함으로써 발생하는 타 과업의 진행도 저하


이러한 문제점이 반복되면 조직은 피로도와 스트레스가 누적된다. 좋은 모습과 영향력 과시라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의 목표는 달성되지만, 그 외의 조직원들의 목표는 표류한다. 결국 다들 아는 결론만이 도출된다. 즉 이들은 조직에 의도치 않게 기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기능한다.


다음 글에서는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알아야만 이들을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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