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 구독자 27명 | 파블로프의자명종

통풍 이야기


처음부터 나의 잘못이었다. 온 가족이 돼지고기를 좋아했으나 아침을 뒷다리살을 매운 양념에 푹담가 먹고, 점심에 목살을 뜯고, 저녁에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으니. 거기에 운동부족이라 통풍이 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왼발,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은 퉁퉁 부어 꼼지락 대는 것도 하지 못했으며 설사 움직이려해도 요소로 뭉친 창날이 관절을 찔러대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요소결정 군단이 아킬레스 건까지 침입했으니, 안짱다리로 걸을 수도 없는 것이다. 아킬레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가 전장에서 아킬레스 건에 독화살을 맞고 죽지 않았더라면 후날 발목 통풍의 고통으로 스스로 숨을 끊었으리라 확신한다


통풍은 일반적인 성인병 중에 가장 극심한 고통 따른다는 말을 들었는데, 며칠 동안 누워서 잠도 못자고 끙끙대며 겪어보니 그 처사란 너무한게 아닐런지 싶다


하지만 더 두려운 건, 이 세상엔 이보다 더 끔찍한 고통이 있을 거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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