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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소설) 엎드리지 않는 자 - 뒷 목 잡고 쓰러지기 직전


[씨발, 이딴 시험을 치루게 한 새끼 누구야?!]

[그 또라이 트리오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지랄 염병하네!]


비난과 비명이 모니터링실에 퍼지는 가운데 표면적으로 심인 대표 3인 우서아, 홍아린, 박승주, 혹은 특별관리자원 끼리 또라이 트리오로 알려진 강민준, 정도윤, 심유나 제각기 다른 포즈로 폭언을 즐긴다


"어휴 한심하고 불쌍한 새끼들. 이걸 프리패스 못하고 낑낑 대는 애들이 남아있을 줄이야. 저 중에 2할은 내가 특별자원으로 섭외한 애들인데." 성인 남성 치고는 체격이 왜소한 육신을 가진 심유나는 화면 너머로 질척대는 수험생들을 보다가 못 볼 꼴을 봤다며 시선을 돌리며 이마를 매만진다


"네가 보기보다 특별관리자원의 질적 저하에 관여한게 큰가 본데. 어? 히... 헤헿 벤다! 허리를 부러뜨린다!" 정도윤은 심유나의 한탄에 답변을 해주다 화면의 고릴라형 로봇에 달린 고속 회전 톱날이 방금 비난을 가했던 수험생의 경동맥을 베어내고, 한편 다른 수험생을 고릴라 여럿이 에워싸 그대로 팔과 다리를 잡고 분단시키려는 광경을 보자 180cm의 거구를 흔들어 대며 감탄사를 지른다.


"... 종료까지 한 시간 남았군. 저렇게 보여도 어거지로 통과할 거 같고. 성민... 아니 오연희 수험자 쪽으로 화면 돌려봐." 강민준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내리다 바가지 머리가 다 헝클어지고 나서야 이번 시험의 '타깃'에 관심을 가진다



"지금 뭐하는 거지?"


수험생 한봉팔이 조각조각난 고릴라 로봇의 고철을 뒤적대며 손재주를 부리고 거기에 오연희, 아니 성민호가 이에 거드는 꼴을 보고 또라이 트리오는 의아해 한다.


"한봉팔 정도면 그래도 죽기 쉽게 만들어뒀을 텐데. 화염방사기와 마그네슘, 폭약. 쾅!"


"성민호가 눈치 조금 있는 줄 아나. 그건 막았겠지."


"어쨌든 여기서 살아남아서 통과까지 한다면 다음 시험을 치룰 자격이 있단거야. 거기 아저씨, 한 2시간 전으로 돌려봐요!"


당시 상황을 녹화한 CCTV를 백마스킹하고 2시간 전의 상황을 지켜보는 사이 강민준은 생각에 잠긴다.


'암만 성민호와 김민철의 호위 덕을 봤다 하더라도, 머리에 총알을 맞고도 죽지 않는 인간들이 치루는 시험에서 살아남은 건 그냥 기적 같은 게 아닐거야. 성민호의 지시에도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고.'


"어쩌면 정말로 심인이 될만한 작자일지도 모르지." 민준의 한마디에 또라이 트리오는 그가 그들의 계획에 도움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아차린다


하지만 그것은 계획관 다르다. 한봉팔을 영입하려면 그들이 그려낸 빅픽처보단 더 큰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갑자기 봉팔과 접촉해 어떻게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들이 그렇게 아무말 없이 고민을 하는 동안, 뒤편에서 커다란 손이 강민준의 어깨를 턱 잡는다


"호출입니다. 높으신 분들 한테서요. 레드 룸으로 안내해드리죠."


"윤광철 요원, 깜짝 놀랐잖아요."


민준은 임지안의 말을 듣고 원탁의 12인이 자신을 호출한 이유는 틀림없이 한봉팔 때문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녀오라고, 말 잘하는 거 잊지 말고."


강민준은 터벅터벅 걸어가며 심유나의 말에 대꾸도 하지않은 채 어떻게든 변명할 거리를 떠올린다



[반드시 다음 시험장에서 죽이세요.]


"그래야할 이유라도 있나요? 실력이 있다면 심인이 되는 게 맞잖아요."


[지금 자기 처지에 대해 알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사방이 새빨간 조명으로 가득찬 방에, 화면 너머로 덩치 큰 실루엣이 강민준을 압박한다


[당신이 지향하는 올바름이 무엇이든, 시험에서 공정해야하든, 그것은 우리와 당신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


[애초에 성민호와 김민철을 끌어들이는 계획을 당신들이 수립한 시험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요구이며 우리가 허락한 바입니다. 일반인이란 변수를 둘 순 없어요. 게다가 이미 특별관리자원이라는 것에 대해 훤히 알고 있잖습니까.]


[허튼 짓하지 말고. 우리가 항상 듣고 있습니다. 수험생 한봉팔을 죽이세요.]


"알겠습니다."


텅- 민준의 대꾸와 함께 화면이 꺼지고 새빨간 조명 역시 새하얀 빛으로 바뀐다.


'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


그는 자기 몸에 심겨진 도청기 탓에 그들이 눈 앞에서 사리지더라도 욕 한바가지 퍼붓지도 못하는 신세를 저주하며 속으로 일차원적인 욕설을 외칠 뿐이다.


'좆까좆까좆까좆까좆까좆까좆까좆까좆까좆까좆까좆까'


"민준씨. 민준씨? 민준씨!"


문 곁에서 문지기 노릇을 하던 임지안 요원이 뒤에서 강민준을 불러보지만 강민준은 들은 채도 안하고 빠른 걸음으로 모니터링실로 돌아간다.


"2차 시험 일정에 변경이 있다!"


모니터링실 문을 걷어차며 들어온 강민준은 큰 목소리로 알린다. 단지 호들갑 떠는 거 같지만, 임지안 요원과 또라이 트리오에겐 그것은 기존 계획의 변경에다가 도청기 탓에 논의를 나눌 틈이 없이 그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화도 없이 임기응변으로 맞춰야 된다는 뜻이 되었다.


"모든 인원은 내 지시에 따라 1차 시험 합격자들을 인솔하고 시험에 사용될 로봇들을 재정비한다."


"이 개새- 아니 강미ㄴ- 우서아 박사님, 무슨 일인지 설명이라도 해주시죠."


심유나는 몇번이나 말을 더듬으며 강민준에게 물어보지만 대답이 없다.


"그 주둥아리 좀 열라고! 뭐 때문에 그런데!"


답답한 나머지 그의 어깨를 붙잡고 고개를 반강제로 돌리게 만들고 나서야


"변수를 제거하는 겁니다. 박사님들."


누가봐도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비뚤어진, 말 그대로 얼굴로 반어법을 표현한 그 말 한마디에 또라이 트리오와 순애보 요원의 지향점은 새로 잡혔다.


한봉팔을 살린다.


 





"헥, 헥, 민철씨, 다치진 않았고요?"


뜀걸음으로 달려온 봉팔은 그새 숨이 찬 나머지 호흡을 거칠게 몰아 쉰다


"팔로 착지하느라 부러지긴 했는데 벌써 나았어. 한번 더 타고 싶긴 한데?"


"텐션이 높아지셨는데? 착륙하고 나서 다른 지시사항은 없었나?"


[한봉팔 외 2인, 합류 지점에 온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1차 시험에서 지급받은 장비들은 탁자 위에 반납하시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휴게 공간으로 가 잠시 휴식을 가지겠습니다.]


입구가 자동으로 활짝 열리자 봉팔이가 먼저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들어간 뒤 바로 옆에 검은 탁자가 있는 걸 알아차렸다.


"봉칠이, 그게 맘에 들긴 했나봐?" 아쉽다는 눈빛으로 화염방사기를 올려두는 봉팔이를 보며 민철이가 물었다.


"봉팔이라니깐요." 그 사이 민철이 단검으로 정글링 하듯이 묘기를 부리다 탁자 위로 세게 던져 박아 놓는다.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땐 엘리베이터는 없었어, 추가로 확장 공사한 거 같은데."


"한번 휴게실을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나 보자고요."


띵-


"윽.. 씨발 뭐야 이게"


엘리베이터가 다 열리기도 전에 민철은 코로 불안한 기운을 맡고 방어태세를 취한다. 봉팔 조차 비릿하고 풍부한 철냄새를 코로 느낄 정도로 피비린내가 역력한 나머지 코를 틀어막는다.


"뭐긴 뭐야... 같은 1차 시험 합격자들이겠지."


민호는 문 너머를 힐끔 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문 밖을 나선다.


"야, 야 임마 시발 그게 뭔 개소리?... "


민철이 민호를 불러세우려다 뭔가 이해한 듯 움찔한다.


"그런 거였나. 시발 진짜 수준들 하고는."


"무... 무슨 얘기에요 대체. 좀 알아먹게 말해줘요."


"모두가 우리 같은 건 아니였다는 거지."


민철이 경계 태세를 풀고 민호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떠난다. 봉팔은 슬그머니 엘리베이터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살피니, 넓찍한 휴게실에 옷을 피로 염색한 옹기종기 무리를 이루어 포커를 치거나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는 이들을 발견한다.


"이게 국가특별관리자원?... "


[엘리베이터의 입구에 기대지 마세요!]


"아 아잇 싯팔 깜짝아."


엘리베이터에서 울려퍼진 경고음에 봉팔은 화들짝 놀라 뛰쳐나왔고 그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이 엘리베이터의 문이 쾅하고 닫힌다. 봉팔은 그런 와중에 발을 헛디뎌 넘어져 아이고 곡소리를 내며 고개를 드는데, 연구가운 피투성이를 껴입은 남자 하나가 기둥에 기댄 채 쭈구려 앉아 부들대는 모습을 본다.


"아픈 거 싫어. 훌쩍. 으윽. 그만 제발... "


"바라든 바라지 않든 운명이 우릴 심인으로 이끌 거에요. 징징대고 싶을 만큼 징징대세요."


공포에 질린 채 부들대는 남성에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는 여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색 도복을 입은 귀부인으로, 남들처럼 옷에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으나 마치 활짝 핀 장미처럼 번져 아름다움을 더해졌다.


'저 장식은 뭐지? 사이비교도 같은 건가? 어디서 본 거 같기도'


봉팔은 귀부인의 모자 챙 끝에 정수리에 손바닥을 얹은 해골 장식이 열쇠 고리처럼 달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문을 가진다. 한때 불법 택시업하면서 골목 여기저기를 다니며 저런 장식을 봤던 기억이 표면으로 떠오를까 말까 하던 그 때


"안녕하세요?"


"어... 네. 안녕하세요."


"눈이 맑아보이시네요."


'시발 맞구먼 좆됬다'


귀부인은 자신을 관찰하는 봉팔의 시선을 알아채고 그에게 다가가 꺼리낌 없이 인사를 건네는데, 봉팔은 흔히 있는 사이비 레파토리를 직감한다.


"아직 통성명도 안한 사이지만 저희 얘기를 들어보시겠어요? 포교하는 게 맞구요, 여기까지 오셨으면 충분히 관심이 있을 거 같은데요."


"아니요, 사양하겠습니다. 전 일행이 있어서 이만."


"삶과 죽음이 뒤집힌다는 이야기지요. 끝까지 들으셔도 괜찮을 거에요."


한편, 성민호는 벽에 기대어 커피를 마시던 피투성이에 여기저기 살점까지 묻은 남자에게 다가간다.


"여기 샤워실은 없나봐?"


"없어. 있으면 다들 이러고 있겠나. 그냥 창고 같은 곳에 간이 의자에 탁자 던져주고 쉬라는 거야," 남자는 민호를 힐끔 쳐다보다 커피를 두 모금 후릅 마시더니 대답을 이었다.


"네가 성민호냐?"


"그래. 나도 네가 누군진 알거 같은데."


"그럼 인사할 필욘 없겠군," "결국 이 좇같은 시험을 치룬건 그 또라이 트리오 때문이긴 한데 네 책임이 없진 않은 거 같네. 상종하고 싶지도 않아."


남자는 종이컵에 커피를 남긴 채 쓰레기통에 휙 집어 던져놓고 자리를 피한다.


"그러시던지." 민호는 종이컵에 인스턴트 커피를 풀고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으며 나지막히 말한다.


"머저리 새끼들은 신경 쓰지마. 열에 여덟은 피범벅인 꼴을 보아하니 특별관리자원이라는게 제법 모지리들 뿐인가 본데?" 민호가 스틱으로 종이컵을 휘젓는 사이 민철이 다가와 말을 건낸다.


"신경 쓴 적 없어. 저 싸가지를 나중에 어떻게 구워 삶을까 계산해본거야. 봉팔이는 뭐하는데?"


"뭔 장식 같은 걸 주렁주렁 달고 있는 미시랑 대화하던데? 봉팔이가 좋아 죽어서 그 자리를 튀려고 들더라고."


"미시는 개뿔. 남정네가 강제로 아줌마 육신 달고 있는 거겠지."


본편으로 돌아와서, 봉팔이는.


"아니 관심 없다니까요, 저리 좀 가요!" 봉팔이가 귀부인의 손아귀를 뿌리칠려고 하면 할 수록 악력이 거세진다. 봉팔이는 지금 자기 피부가 뜯겨 나가는 게 아닌가 하는 착란이 올 지경이었다.


"저희 교단의 운명에 의하면 어느날 어떤 인간, 그것이 잘났던 보잘 것 없던, 여럿이든 혼자든, 강하던 약하던 그 존재가 세상을 무너뜨리고 명계와 현세를 뒤바꿔버린다고 하죠."


"지금 일어난 일의 결과에 따라,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고, 그리고 국민들은 강요 받는 죽음을 크게 대수로이 여기지 않지요. 이것이 명계와 현세가 뒤바뀔거라는 초읽기에요."


"당신이 믿던 안 믿던, 일어날 일이란 거에요. 단지 이것은 구원은 아닐 뿐더러 그저 정해진 운명 즉 또 다른 파멸, 또 다른 탄.."


"거기까지. 귀하가 말씀하고자 하는 건 알겠는데."


쾅 콰직하고 부서지고, 또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민철의 목소리가 귀부인을 제지한다.


"지금 그 손아귀에 봉팔이 팔이 찢어지기라도 하면 책임 질거야?"


민철은 간이 의자 다리를 날카롭게 부러뜨려 귀부인의 갈비뼈 언저리를 꾹 눌러 위협했고, 그제서야 봉팔이는 귀부인의 억센 손아귀를 뿌리친다.


"괜찮나?" "예, 예에. 연희 씨"


"내가 보고 있는 당신이 설마 그건가? 한 40년 전에 잠깐 번쩍했던 언더월드 오버턴? 천번지복(天翻地覆) 교단이라는 더 쪽팔리는 이름이 있는 거 같긴한데."


"포교는 여기까지 하지요. 당신이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계시인 거 같군요. 운명이 머지 않았다는 계시."


봉팔이의 팔을 뜯어버릴 기세가 사그라든 것을 보고 민호는 민철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자 민철은 날카롭게 부러뜨리 의자 다리를 땡그랑 내팽겨 치고 봉팔 곁으로 선다


"거 대충 언행을 보니 그때 교주했던 작자하곤 일치하지 않고, 수십년 전에 잠깐 흥했다 망해서 불법택시가 돌아다닐 구역에서 쓸개만한 사원이 있는 게 다인 교단이 무슨 일로 특별관리자원까지 됬는지 궁금한데. 혹시 계시에 따라 이 질문에 답변도 해줄 수 있나?"


"그들이 지금도 듣고 있긴 하겠지만... 당신이라면 네, 거침 없이 말하고 말고요."


"12인 중에 한 분이 우리 교단의 헌신적인 신자여서요. 그 중에 절 택했고요."


'아닐 거라곤 생각한 적 없지만 역시 사적인 이유로 특별관리자원을 만드는 일도 있군.'


민호는 담담히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여 계속 말할 것을 종용한다.


"각자 12인의 목적은 다 ... 꺼... 꺼헉.. 컥..."


귀부인은 몇 마디 내뱉더니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꺽꺽댄다. 왼쪽 목을 중심으로 새파란 선이 일그러지며 일어나며 몸 전체를 뒤덮는다


"호흡근 정지, 테트로도톡신. 개량형인가?"


"씨발 뭐야! 어디서 날아온거야?"


"그랬으면 네가 눈치 챘겠지. 몸 안에서 터진 거 같은데."


'저 광신도의 말을 믿어도 괜찮겠지, 신빙성이 있어. 정황상 말하려고 했던 건 12인의 목적은 각기 다르나 그들 중 오버월드 오버턴 신자가 지향하는 바가 있다는 거겠지. 지금 국가 정책으로나 그들이 내세우는 교리나 운명에도 얼추 맞아 떨어져.'

 

'그들도 어쩌면 콩가루일지도.'


그러던 사이 휴게실에 있던 엘리베이터에서 새하얀 연구 가운을 입은 어리바리한 연구원들이 여럿 튀어나오더니, 들 것을 끌고 와 귀부인을 실어간다.


"저기요! 저 수험생은 그대로 탈락인가요?" 봉팔이는 다급하게 그들을 불러세운다


"그그 그게요. 추. 추후에 수험생 여러분들께 발표할 예정이니, 지금은 좀 급해서"


"뭐야, 병사가 아니라고? 오랜만에 909 애들 얼굴이나 보나 했더니." 민철이 아쉬운듯 내뱉는다.


"완전히 틀린 추측이야. 여긴 특별관리자원 죽이는 장소가 아니거든." 


민호가 민철의 한탄에 대꾸하는 사이 봉팔은 우두커니 실려가는 귀부인을 바라보다 그녀가 맹독에 의해 근육이 거의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안간힘으로 팔을 들어올려 또 보자듯이 손을 천천히 흔드는 꼴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씨발 실화야? 그냥 사적으로 특별관리자원 된 거 아니야?"

 

"쓰러진 거 봤냐? 정황상 저거 복어 잘못 먹고 뻗은 그런 느낌인데"

 

휴게실 '귀부인'이 쓰러진 뒤 2시간 째, 모니터링실은 한동안 심유나와 정도윤의 수다로 시끌벅적하다.

 

'아아아아아ㅏ아아ㅏ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아아아 이 시이이바아아아아아아알'

 

강민준은 그 둘을 배경으로 맨 앞에서 머리카락을 완전히 헝크러뜨린 채로 얼굴을 부여잡고 속으로 일차원적인 비명을 지른다. 그러던 중 어깨에 손이 올라가는 것을 감지한 민준은 그것이 임지안 요원일거라 확신하고 빠르게 단답한다.

 

"레드 룸으로?"

 

"아~니요! 일방 통보에요."

 

"뭐? 이 지랄이 났는데 뭔-"

 

"독 풀리는 데로 재투입하고 2차 시험 진행하랍니다."

 

"희소식으론 어... 변경하신 2차 시험 내용에는 그렇게 불만이신 거 같진 않더라고요. 저기요?"

 

임지안이 재차 강민준을 불러보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자 양 어깨를 붙잡고 흔드려던 찰나,

 

"왜! 왜! 왜! 왜!! 왜!! 왜!!!??!"

 

민준은 한 단어 만을 번복하며 박자에 맞춰 대가리를 탁상에 박아대더니, 그 기세에 놀라 도윤과 유나도 오도방정 떨던 수다를 멈춘다

 

"그니까! 왜! 왜! 왜! 냐고! 거기서! 지들 비밀을 퍼트렸다는! 데! 급발진! 했는데! 왜! 너그러이! 넘어가는 채! 하냐! 고! 시발! 왜!"

 

마지막 외침과 함께 탁상을 부러뜨리고 가만히 침묵하다,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화내는 것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홧병으로 죽지도 못한다는 게 서러워 죽겠다."

 

나지막히 읊는 한마디와 함께 분노를 축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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