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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소설]엎드리지 않는 자 - 무기 고르기

[이번 시험에서 한봉팔 씨 조의 목표는 식물원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과제는 단순하네요."조장(?)의 말마따나 말 자체는 이해하기 참 쉬웠다. 그냥 1.2킬로미터를 건너기만 하면 되니까.


"원래 약관은 부가조건이 더 중요한 거야" 민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송이 추가로 나오기 시작했다.


[식물원 통과의 기준은 반대쪽 문에 조원의 몸이 닿는 것입니다]


"야. 조장. 박격포 만들 수 있냐? 그냥 나 집어넣고 쏴서 닿으면 될 거 같은데 말야" 민철다운 아이디어긴 했지만, 의외로 가능은 해 보였다. 어차피 그 정도 충격으로는 죽을 리 없으니 그냥 닿기만 하면 되니까.


"설계도도 없고 재료도 없잖아요. 전 연희씨같은 초인은 아니라고요." 봉팔이 택시 수리로 기계에 짬이 있다 한들 머릿속에 없는 걸 만들 수 있을 리는 없다.


"만들 수 있다고 했으면 구라친 만큼 줘 팼을텐데 이런 데서는 정직하네."


"그런데 연희씨는 뭐 하고 계세요?" 봉팔이 쳐다보며 물어보는 중에도 민호는 아직도 뭔가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각 조원은 각자 한 개의 도구를 선택하여 가져갈 수 있습니다.] 내레이션과 함께 바닥에서 도구함이 나오면서 방송이 이어졌다. [중간에 여러분들의 목숨을 노리는 적들이 나올 것이며, 전원 사망시 자동 탈락 처리됩니다.]


"봉팔이 노린다는 걸 자꾸 강조할 필요는 없는데." 민철조차 지겹다는 투로 말할 정도면 이미 의도는 다 드러난 것이리라. "결국 뭘 하건 우리는 통과시키겠다는 의도이기도 하겠고 말이야."


[이제 도구를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봉팔이 조장으로서 도구함을 엶과 거의 동시에 말했다.


"이거 선택의 여지가 없겠는데요."


확실히 봉팔이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진 않았다. 안에 있는 것 중 무기라고 할 만한 건 나노미터급으로 절삭가공한 쌍단도, 화염방사기, 플라스마 소총 셋 뿐이었으니까. 마치 각자 껴야 할 무기를 정해주듯이 말이다. 나머지라고는 공구상자 종합세트, 티타늄 회초리같은 일상도구나 추수용 도리깨, 반달 돌칼같은 박물관 유물뿐이었다.


"뭐야, 반달 돌칼은. 설마 이것도 나노단위 절삭가공한 건가?"


"뭐라 쓰여있긴 하네요. 서울 암사동 출토라고요."


"...아주 가지고 놀려고 하는구만 그지새끼들."


그러던 중 민호가 드디어 그리는 걸 끝내고, 주머니에 종이 두 장을 넣으면서 말했다. "이제 고르고 본격적으로 들어가야지."


"니나 빨리 골라라." 당연하듯이 봉팔과 민철은 이미 무기를 고른 상태였다. 민철은 쌍단도, 봉팔은 화염방사기. 서로 어울리는 무기를 잘 골랐지 싶었다. 민호 역시 망설임 없이 도구를 골랐다.


"아니 누님, 아무리 안 죽는 몸이라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아무리 여유넘치는 봉팔이라도 민호가 고른 도구가 황당했는지 물었다.


"너, 이유는 있겠지만 말이다. 자신은 있는거냐?" 민철 역시 일반적인 상식으로 고를 건 아니라는 듯 민호에게 물었다.



"계산은 이미 끝났으니까." 공구상자를 들면서 나서는 민호의 대답이었다.



"저 녀석들 머릿속까지 전부 다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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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충 특성 발동으로 본격 진입 전 에피소드를 하나 더 만들어버렸네요.


내일이나 모레 또 쓸 예정입니다. 인터셉트해도 상관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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