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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소설]엎드리지 않는 자 - 작전회의

[5분 후 심사가 시작됩니다. 대기석으로 위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 공식 방송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괴수와 딸랑이(?)를 부르고 있었다. 목소리의 출처는 목적이야 어쨌건 이 거창한 이벤트가 몰래 진행되는 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알 길이 없군. 비공개 장소로 끌고와 놓고서는 공개심사라고?" 너무나도 당연한 의문이 민철의 입에서 나왔다.


"능력 안 되는 사람은 이거 보고 알아서 꺼지라는 거겠지" 덤덤한 민호의 목소리가 지하 식물원에 나지막히 퍼졌다. 이미 모두 계산한 범위 안이라는 듯이. "봉팔이를 여기서 죽이고 우리 둘만 통과시키는 걸 생중계해준다면 아주 완벽하겠고 말이야."


"합리적이긴 하네. 봉팔이같은 짐덩어리 살살 녹는 거 보면 기겁해서라도 안 오긴 하겠어." 씨익 웃으며 민철이 봉팔을 바라봤다. 초등학생 여자애 웃음에서 저런 악랄한 표정이 나올 수 있나 하며 봉팔이 감탄하던 차에 민철이 이어서 던진 한 마디가 그도 씨익 웃게 만들었다.


"니들 머릿속에서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큼 내가 합리적이라면 말이지. 난 이런 새끼들이 정말 싫어. 세상 다 아는 것처럼 깔아대지만 실상 지들이야말로 뇌내망상의 결정체거든. 그런 놈들은 대가리를 육신의 저주에서 해방시켜주지 않으면 지들 뇌내망상을 영원히 못 깨달아." 말의 길이만큼 혐오를 표현하는 민철이 이렇게 길게 얘기하는 건 민호나 봉팔이나 처음 보는 일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싫었으면 저렇게 얘기할까...


"그럼 나는?"민호가 되물었다.


"라플라스의 악마*는 최소한 뇌내망상은 아니거든" 민철의 대답은 다시 간단해졌다. 들어있는 의미는 더 많아졌지만.


"물리학자한테 그런 비유는 좀 그렇지 않나?" 서운해하는 민호였다.



"뭐 여하간 민철이와 생각이 같은 건 아니지만, 하고자 하는 건 같아. 민철이 말대로 봉팔이가 죽으면 외부 변수가 사라지고 판이 완전히 쟤들 원하는 틀에 짜이게 되어버려. 아무리 쟤들 행동이 예측가능하다 해도 뇌내망상 속에 들어가서 싸우면 이기기 어려울 거야."


"하하, 도와드린다고는 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요. 인질로 있는 것 자체가 무기라니."봉팔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 그러니까 봉팔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심인 공개시험에 개입할 일반인, 즉 통제불능 변수가 늘어나게 될 거고 외부 시선과 관심도 유지될 거니까 자기들 판을 만들 수 없게 된다는 거지." 민호의 결론은 명쾌했다.


"디져도 상관없다고 해서 데려왔더니 VIP되신 소감이나 말해보시지, 중절모 아저씨"민철의 이죽거리며 하는 말은 비록 표정은 그래도 긴장감 속의 흥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죽어도 상관없다고 한 건 거짓말은 아닌데요, 재수없기도 하고 뒤집어버리는 것도 재밌겠고, 역시 그 꼴들 보려면 살아야겠네요."봉팔도 엷게 웃으며 한 마디 던졌다.


"뭐 이렇게나 생각들이 같다면, 나도 쟤들한테 뭔가 보여 줄 준비를 해야겠구만." 민호가 분주하게 무언가를 그리면서 한 말이었다.



"사마의와 제갈량이 뭐가 달랐는지, 느껴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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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악마: 모든 운동량과 변수를 예측하여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정확하게 알고 있는 가상의 존재

https://namu.wiki/w/라플라스의 악마





내일 공개시험 전개를 추가로 쓸 예정입니다.


인터셉트하셔도 되고 아니면 제가 내일 저녁에 적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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