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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사냥이 성공한 뒤에


 

숨이 끊어진 것을 재차확인하고 나서야 입을 뗀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쉬고, 내쉬고

 

누의 멱을 턱받이 삼아 누워 호흡을 다스리고, 하늘 위로 빛나는 남십자성을 바라본다

 

어쩌면 저 빛나는 별들 중에 어머니가 나침반 삼아 걸었던 샛별이란 게 있을지도 모른다

 

코와 입에서 뿜어져 나온 김이 시야를 가린다. 그제서야 서둘러 무리를 불러 누를 먹어치워한다는 걸 떠올렸다

 

굶주리고 어린 사자들, 그리고 미숙한 암사자. 바로 나

 

다음 사냥이 성공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오늘 달이 평원을 제대로 비추지 못했으니 망정이지 보름이 오기전까지 서둘러야한다

 

나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어린 사자들이 다 클 때까지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무리가 식사하는 중에 하이에나가 꼬이지 않을까?

 

고민을 하던 차에 무리의 어린 사자들이 내게로 와 한듯 안한듯 애교를 부리고 시크하게 먹잇감으로 향한다

 

하이에나가 수십마리가 올테니 빠르게 먹으란 잔소리를 체 하기도 전에 한입 두입 뜯어 먹는 것이 대견하게 느껴지니, 이전까지 해온 걱정이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달빛이 평원을 훤히 비추는 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근심마저 사라지지 못했다


달빛이 비추는 평원은... 도저히 나설 곳이 아니다

 

 

 

 


 

 

이미지 출처 BBC 지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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