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형식으로 써 보는 건 처음이네요.
제목은 일단 평범하게 '죽지 못하는 사람'으로 했습니다.
릴레이하는 분이 원하는 부제를 달아주시는 게 좋겠다 생각하지만, 싫으시면 안 다셔도 됩니다.
일단 이건 시작글이라 부제를 안 달았습니다.
그럼 시작해 봅니다 뚜두둥
이거 다음 써주실 분은 댓글 달아주시고, 참여 원하시는 분도 댓글달아주세요~
처음 써보는 소설인 만큼 피드백도 환영합니다.
※ 이어 쓰기가 어렵거나 문제 있으면 건의부탁. 판단해보고 글 새로 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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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신속한 자살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하루에 세 번은 꼭 마주하게 되는 공익광고가 또 귀를 때린다. 이 지겨운 선전을 도대체 몇십 년째 듣는 건지…
들을 때마다 짜증나지만 정부 입장을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노화역행 기술이 보급되고 난 뒤 죽는 사람이 없어져도 태어나는 사람은 계속 생기니 지구가 과부하 안 걸리게 조정할 필요는 있었을 거다. 노화역행 기술이 의무시술 대상에서 빠지고, 기술 단가를 올리고, 제한조건을 걸고 온갖 짓을 해도 인구증가를 막을 수 없으니 자발적 자살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 거겠지. 국가의 입장에서는 땅과 자원은 제한돼 있는데 인구자원은 수용한계를 벗어나니 어쩔 수 없긴 할 거다. 오죽하면 자살에 대한 보상으로 유족들에게 거주지 무상제공까지 할 생각까지 했나 싶을 정도니까.
국가의 멸망을 막기 위해 출산율을 늘리려고 하는 것도 실패하고, 결국 궁여지책으로 사람들에게 노화역행 시술을 해서 나라를 유지하더니, 이제는 사람 너무 많다고 얼른 자살하라는 편의주의적 정책 전환도 그러려니 한다. 매번 정책을 바꿀 때마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문 발표하고 보상대책 발표하고 '국가 입장에선' 할 건 했다.
다만 내가 그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짜증이 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다른 사람보고는 그렇게 빨리 죽어도 된다고 하면서 내가 죽는 건 왜 그렇게 막아대느냐, 그게 내 가장 큰 불만이다.
내 이름은 성민호였다. 지금 주민등록상 이름은 오연희. 어릴 때부터 초월적인, 아니 저주스러운 기억력과 머리 회전속도로 33살에 국가 특별관리자원으로 등록되었다. 그 때 등록을 거부해야 했는데… 그러고 나서 내가 76살이 되었을 때 첫 노화역행 시술 대상이 되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 엘리트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나 뭐라나. 여하간 그 때는 좋았다. 몸이 건강해진다는 건 둘째치고 누구나 군대 제대한 직후로 한 번쯤은 돌아가고 싶었을 것 아닌가? 몸이 젊어지고 나서 원하는 물리학 연구도 다시 하고 미술공부도 하고 온갖 걸 다 할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움에 한 몫 했다.
문제는 40년이 지나고 국가정책이 바뀐 다음이었다. 내가 얘기했지? 국가에서 자원관리한답시고 자살도 받는다는 거. 노화역행의 첫 번째 시술대상으로 ‘모범’을 보였던 나는 또다시 ‘모범’이 되어버리고 말았던 거다.
난 자살당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자살이다. 안락사 도구에 의한 편안한 죽음. 장례는 국가장으로 치러졌고, 국민 모두가 울음바다가 되어 위대한 물리학자 성민호의 세상과의 작별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도 그 모든 장면을 비밀실험실 R동에서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거기 있던 성민호는 내 유전정보를 이용해 만들어 낸 가짜 몸뚱이였다. 진짜 나는 비밀실험실 R동에 끌려와 또 다른 생체시술을 당한 것이다.
그들은 몸의 유전지도를 바꿔서 내 몸을 여자로 만들어버리고, 외모도 갈아엎고, 주민등록정보까지 다 조작해가면서 끝끝내 나를 살리는 것을 택했다. 몸이 유전지도에 따라 바뀌면서 오는 골격과 근조직의 변화, 몸이 바뀌는 끔찍한 고통에 신경이 미칠 듯이 뛰어대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세 달 후 분노에 가득 찬 말을 처음 외쳤을 때, 이미 모든 작업은 끝나 있었다.
“모범을 보이라며! 그렇게 말했으면 차라리 그냥 죽게 둘 것이지 왜 이런 추잡한 짓을 하면서까지 나를 살리는 건데! 지식과 내 과거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머릿속에 있는 건 다 쏟아냈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그 때 R동 연구소장과 했던 대화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죽을 방법이 다 들어있는 말이니 당연히 잊으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지식은 전달되지만 사고능력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희대의 천재 나폴레옹의 아들들이 하나같이 별 볼 일 없었던 것처럼요. 그게 당신이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신처럼 번뜩이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거든요. 국가 입장에서 그런 사람의 죽음은 심각한 자원 손실입니다”
“그렇다면 나를 대체할 방법이 있다면 죽게 둬 줄거란 말인가?”
“대체할 인적 자원이 있으면 국가가 그렇게 당신에게 매달릴 이유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연희 씨.”
그 때부터 나는 공학 쪽 기술연구도 시작했다. 늙지 않는데다 시간도 많으니 생명공학과 전자공학 모두 손을 댔고 기술발전은 상당한 수준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렇게 발전했음에도 기계의 효율은 보통사람 두뇌 효율의 1/500에도 미치지 못하고, 생체기술도 능력은 발달시킬지언정 사고능력 자체를 조정하는 수준은 꿈도 못 꾼다.
그렇게 오연희로 산 지 50년이 되었지만, 이 속도라면 저 짜증나는 공익광고를 적어도 120년은 들어야 한다. 오연희로 살기 싫어 수없이 자살을 시도했지만 국가가 확실히 중요 자원은 엄청 치밀하게 관리하더라. 몸을 바꿀 때 이미 골격과 근조직 밀도를 보통 사람의 몇십 배로 설계한 탓에 어지간한 충격에는 반응도 안 하고, 재생 속도가 너무 빨라서 차에 치여도 1분 내로 원상복귀된다. 목에 칼을 댔더니 칼의 이빨이 빠지는 처참한 꼴에 자해도 포기했다. 혹여나 더 강한 힘으로 맞으면 죽을까 싶어 기찻길에 갔더니 정보부 직원들이 순식간에 오더니 햄버거 먹이고 집으로 데려다 줬다. 몸에 추적장치까지 심어놓은 모양이다.
참으로 환장할 노릇인 거다. 죽기 위해 살아야 하는 삶이라니!
오늘도 그렇게 듣기 싫은 공익광고가 나오는 전광판을 지나가며, 연구실을 나와 저녁식사용 햄버거 세트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더럽게 지루하고 끔찍한 이 삶에 햄버거라도 없었다면 어떻게 견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문 앞에 다다랐다. 그런데 오늘은 집 앞에 누군가가 있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다. 집을 잃어버린 걸까? 집에 들일 수는 없으니, 부모님을 찾아주는 게 좋겠다 싶어 물어봤다.
“꼬마친구, 혹시 어디 사니? 엄마아빠한테 데려다 줄게.”
이후 꼬마의 앳된 목소리에서 나오는 말에 나는 빙산 속 매머드가 된 마냥 얼어붙었다. 단 한 마디의 질문이었을 뿐인데 155년을 살면서 이보다 섬뜩하고 떨리는 말은 없었다.
“…성민호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