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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소설] 엎드리지 않는 자

제가 간간이 제목을 바꾸는데, 혹여나 제목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 듯하면 그냥 바꿔주세요.


어차피 릴레이소설 지금 하는 건 하나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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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덩어리 로봇이 봉팔의 집을 박살낸 지 3주째, 민호와 민철은 여전히 봉팔의 집 수리를 돕고 있었다. 보통 같으면 수리로봇이라도 빌려서 할 만한데, 둘 다 묵묵하게 망치와 못을 직접 쥐고 땅땅 두들기면서.


"저기 여러분, 돈도 많으신데 그냥 건축수리공 불러서 하면 안될까요?" 봉팔이 하소연하듯 얘기한다. 로봇이면 2주째에 다 복구했을 텐데 숙련공도 아닌 사람들이 한답시고 앉아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아니 도른새끼야 지금 이게 공개적으로 할 일이냐? 그러다가 정보부 놈들하고 엮이기라도 하면 신나는 반란생활 하기도 전에 골로 가는겨." 민철, 아니 미미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특수부대원으로서 사선은 누구보다 자주 오갔을 테니 할 만한 말이긴 했다.


"에휴, 알았어요. 장마에 안 무너질 정도로만 하자고요." 봉팔은 체념하며 텔레비전을 틀었다. 이제 다 찾았으니 화끈하게 밀어붙일 줄 알았는데 지금 뭐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한창 하던 때,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행정부에서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을 '핵심인적자원'으로 관리하기로 발표하였습니다.' 봉팔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여태까지 특별관리자원 운운하면서 몰래 다루던 놈들이 이번에는 뭘 또 만든거지? 그것도 공개적으로?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설마 아예 법제화해서 관리하려는 수작인 건가? 후폭풍을 감당할 수가 없을 텐데?


'핵심인적자원, 약칭 '심인'으로 불리게 될 이들은 능력이 인정될 때 국가자원관리처에서 등록을 하게 됩니다. 등록 희망자는 희망자간의 대결을 통해 후보에 들어갈 수 있으며, 평가 방식은 매 대결마다 희망자의 능력을 고려하여 관리처에서 지정합니다.'


"꼬라지 보니까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는 않은가 보군." 망치질보다는 머리굴리기가 익숙한 민호가 평가방식을 보자마자 느낀 듯 한 마디 하였다.


"우리만 체포한다면야 군대를 동원해서 포위해 버리면 땡이긴 하지. 하지만 우리가 보통 인간도 아닌 마당에 그렇게 쉽게 체포될 리도 없고, 그 와중에 보통 사람이 알기라도 한다면 바로 망할 도박이야. 만약 실패라도 해서 기득권자가 사람을 이중잣대로 대했다는 게 드러나면 사회질서는 순식간에 개판날테고. 자기 기득권이 무너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지. 그건 그치들이 가장 피하고 싶을 거야."


"아 그래서 뭔데? 쟤들 사고회로에 우리가 관심가져야 할 이유라도 있어? 중요한 건 저게 우리들하고 무슨 관련이냐는 거잖아. 그걸 말해줘야지!" 어느 새 양갈래머리 꼬맹이도 손 놓고 대화에 끼어들고 있었다.


"합법적인 틀을 만들어서 우리를 잡으려는 심산으로 보여. 어차피 보통 사람으로는 우릴 감당할 수가 없으니 자기네들 특별관리자원을 심인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놓으려는 거겠지." 민호가 말을 이어가다 잠시 뉴스에 주목했다.

'심인은 사형을 제외한 긴급즉결처분권을 가집니다'


"거 봐, 우리 조지려고 밑밥까는 거지" 민호가 다 머릿속에 있었다는 듯 코웃음쳤다.



'또한 정보부 문서에 대한 열람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갑자기 성민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정말 오랜만에 예상치 못한 것을 본 것마냥. 민호가 꺼낸 다음 말은 신기함과 감탄이 함께 묻어나왔다.


"저기에도 머리 좀 쓰는 놈이 있나 본데... 야 민철, 너 쟤들 엿먹이고 싶다고 했지?"


"당연한 소리는 뒈지기 직전 단말마로나 해라."


"그럼 어떻게 하면 쟤들은 가장 좆되게 만들 수 있을 지 생각해 봤어?"


"다 죽여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새끼들이지. 너는 생각해 봤냐?"


"쟤들 이중잣대를 까버리면 우리가 안 나서도 사람들이 알아서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조져주겠지."


"...정보부 문서 열람권한이 그걸 의미하는 거냐?" 두뇌파가 아닌 민철도 이제는 알겠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래. 사실 우리가 이것저것 해서 폭로해봐야 언론플레이하고 거짓말이라 몰아붙이면 우리 하는 짓은 다 사상누각 같은 거야. 나도 그것때문에 꽤나 고민하고 있었고. 그런데 정보부 문서에 접근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한테 했던 개짓거리들을 '공문서'로 볼 수 있게 된단 말이야. 무려 공문서! 거짓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그 종이쪼가리 말야."


봉팔도 드디어 깨달았다는 듯 끼어들기 시작했다. "오, 그러면 이제 나만 믿는 진실을 모두가 인정하게 된다는 거잖아요! 연희씨, 이거 완전 신나는데요?!!"


"그리고 '심인'이 되려면 대결을 해서 이기는 게 첫걸음이고. 아마 여기에 기존 특별관리자원을 배치해서 우리를 잡으려 하겠지. 희망이라는 미끼를 던져두고 함정을 마구 파둔다, 뻔하지만 걸릴 수밖에 없는 수작질이네." 민호의 머릿 속 계산기가 다시 초고속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뉴스를 계속 보자고. 내 예상대로 특별관리자원을 배치하나 말이야."


'핵심인적자원, 약칭 '심인'의 창설 멤버는 핵융합 발전의 최고 권위자 강민준, 정도윤, 심유나 박사를 포함해...' "내 저럴 줄 알았지!"



'총 314명의 인원으로 구성됩니다'


"뭐야, 특별관리자원이 저렇게 많았냐?"


민철이 보기에도 자기 생각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숫자였다. 그건 민호에게도 말할 필요가 없는 거였다. 민호의 표정이 다시 굳어지기 시작했다.


"저기 아가씨 두 분, 왜 갑자기 얼굴이 또 굳으셨어요?" 눈치없는 봉팔의 말에 민철이 배를 가격한다.


"크억!" 봉팔이 배를 감싸쥐고 데굴데굴 구르는 것을 보며 민철이 한 마디 했다.


"얘가 두뇌 풀 가동하는 진귀한 장면 나올라 하는데 조용히 좀 있어라."



잠시 후, 고통이 진정된 봉팔이 한 마디 한다


"말씀 들어보니 이제 공개적으로 해도 될 거 같은데, 그러면 수리로봇 빌려와도 되죠?"


민철이 감탄하듯 한 마디 한다. 마치 머리 굴리느라 아무 말도 안 하는 민호의 말을 대신하듯.


"...그런 쪽으로는 또 머리가 잘 굴러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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