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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소설] 죽지 못하는 사람들

“오연희씨 김미미양 여기 있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이리 나오세요!!”

정보부 요원의 차분한 목소리가 확성기에 출력되어 크게 울려 퍼지며 들려온다, 아마 입구를 열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거겠지, 하지만 이곳에 요원들이 직접 들이닥치는 일도 조만간이다.

“시간이 없어, 추적 장치는?”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말하며 김민철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럼에도 시선은
출입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방법은 있어, 예전에 다 생각해 놨지”

언제까지고 국가의 감시 아래에서 조용히 살 생각은 없었으니 도피 계획 정도는 두세 개 만들어 놨다.

“하지만 중요한 건 추적 장치를 처리한 이후야, 정부에서 바로 알아챌 거고 도피할 곳도 필요하지, 가짜 신분도 필요해, 돈도 필요할 테고 물론 지금도 통장에 돈은 많지만 아마 바로 계좌가 동결될 테지 거기다가...”

“시끄럽고 방법이나 빨리 말하고 실행하자고 내가 무슨 대학교 강의 들으러 온줄 알아”

“아뇨아뇨 김미미양 계획은 언제나 중요해요. 저도 불법 택시를 운영하면서 계획 없이 도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하나같이 끝이 안 좋았어요, 한번은 어떤 손님이.....”

“아니 이 새끼들이 진짜!!”

김민철은 소리치며 나이프를 꺼내서 철제 테이블의 모서리를 후려쳤다, 탱-! 동시에 약간의 불꽃과 함께 거친 쇳소리가 지하에 울린다.

“알았어욧! 알았다구요 진정해요 김미미양!!”

“성민호! 이론은 들을 생각 없으니까 바로 계획 실행해, 그리고 너 팔복인지 나발인지 한 번 더 그 이름으로 부르면 뒈질 줄 알아!”

“제 이름은 봉팔인데요”

“썅! 그게 중요해? 저 새끼들이 무슨 동네 경비업체인 줄 알아? 정부직속 기관이야 아직도 여기에 안 쳐들어 온 거 보면 경찰특공대라도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확실히 그 말은 일리가 있다, 상대는 무려 정부 직속 기관,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고 하물며 멍청이는 더더욱 아니다.

경찰특공대? 아니지, 마음만 먹으면 당장 여기에 있는 재료들 만으로 이 지하 벙커를 날려버릴 폭탄을 만들어낼 물리학자에, 사람 죽이는 일로 특별관리자원이 될 정도의 슈퍼솔져까지 있는데 군부대라도 대대급으로 출동해야겠지.

그런데 아직까지 주변에 차량 소리도 들리지 않고 별다른 기척도 없다.

“자 어서 나오세요. 지금이라면 아무일도 없던 일로 할 수 있습니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저도 그냥 말단 공무원이에요 이런일로 평생직장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나오시면 제 개인 돈으로 다 같이 회식까지 시켜드릴게요”

저 확성기만 뺀다면 말이지.

지금 투항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탈출을 강행해야 하나?

생각하자.

생각하는 거다.

지금 주어진 정보를 다시 한번 정리하는 거야.

내 계획에 없던 탈출, 정부의 계획에 없던 특별관리자원의 접촉, 도주, 신원 미상의 제3의 인물, 비밀 지하 벙커, 정보요원의 추격.

아직까지 확성기로 회유를 하고있고.... 정말로 지금이라면 덮을 수 있나? 아니지 그럴 리가, 전자발찌 찬 성범죄자도 아니고 이 정도 감시라고? 단순히 열차역에 간 것만으로 비밀 요원들이 들이닥치는 레벨인데?

아마도 지금 수뇌부는 비상소집단계, 관련된 모든 인사가 모여서 지금 상황을 토의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를 살려놓는 이득과 한 번 주인을 문 개를 살처분할지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상황이던 지금의 대응은 이상하다. 제압일지 사살일지 둘 중 뭐라도 하려면 인원은 필수 불가결.

위치 소재도 확실하고. 저쪽에서 부족한 정보는 벙커의 내부 상황뿐, 여기에 무장한 미지의 병력이 있는지, 다른 도주로는 있는지, 장기적인 농성은 그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속전속결.

정부가 가장 원하는 상황이다.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특수부대의 강제 진입, 아마도 이곳으로 모이고 있거나 이미 도착해서 돌입 타이밍을 잡고 있겠지. 그런데 이렇게 조용하게? 아무런 낌새도 없이? 경찰특공대 수준이 아니다. 분명 굉장히 숙달된 전문적인 특수부대일 것이다.

국가전복이 가능한 위험인물 둘의 제압. 그에 어울리는 병력.

“좋아! 김민철 바로 추적 장치를 제거한다. 봉팔! AED 가져와”

수초 만에 생각을 정리하고 결론을 냈다. 이제는 행동할 때.

나는 우선 봉팔에게 AED를 건네받았다. 전국 어딜 가도 있는 흔해빠진 자동심장충격기.

“뭐야 벌서부터 뒈질 때 대비하고 있어? 추적 장치는?”

김민철은 조금 전보다 더 날카로운 기세로 출입구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짧게 말할게, 위치 추적기는 심장에 있어. 초소형이지. 동력은 인간의 몸에서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움직이는 심장의 펌프 효과야. 그리고 나는 지금부터 이 AED의 출력을 개조해서 심장에 아주 강한 전기 충격을 줄 거지 그걸로 발신기를 고장 내는 거야.”

“존나게 짧은 설명 고맙고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려?”

“단순하게 출력만 미친 듯이 올리는 거야 공구만 있으면 몇 분이면 충분해”

“차량용 공구라면 여기 있습니다!”

봉팔이 눈치 좋게 끼어들며 공구 상자를 들이밀었다.

“소형 드라이버, 니퍼, 테이프, 벙커에는 전기도 들어오고. 충분해 바로 작업 들어간다 봉팔, 차량용 배터리 있는 대로 다 가져와!”

“아무렴요! 택시업 하는 사람의 비밀기지인데 배터리라면 수십 개는 있죠!”

‘제발, 특수부대의 돌입 전까지 맞춰야 할 텐데’

생각하며 손을 쉬지 않는다. 장비만 완성되면 추적 장치를 고장 낼 확률은 100% 이미 머릿속에서 실험은 끝났다.

“시발 왜 이리 조용해 저 확성기 자식 아까부터 말도 안 하는데”

위화감을 느낀 김민철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야 봉삼이, 여기 뒷문은 몇 개나 있어?”

“그러니까 제 이름은 봉팔.....”

“몇 개!!!”

“아, 네! 두 개... 아니 지하까지 합해서 세게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김민철은 “쯧”하고 혀를 한번 찼다. 아마 모종의 특수부대 돌입은 김민철 역시 예상했겠지, 출입구가 많다는 건 도주로가 많다는 것이지만 바꿔 말하면 적의 돌입 경로도 많아진다는 거니까.

“무기는?”

민철은 담배를 비벼끄며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아.... 무기가 있는 곳은 다른 비밀 창고가 따로 있는데...”

“그럼 처음부터 거기로 갔어야지!”

“중간부터 뒤에 저 확성기 달린 차가 따라와서 어쩔 수 없었다고요, 아! 권총이라면 하나 있습니다. 분명 운전석 아래에 호신용으로 가져다 놓은 게 있을 텐데”

봉팔은 황급히 자신의 차량으로 달려가 운전석을 뒤적거렸다. 이윽고 손에 권총 한 자루와 예비탄창 두 개를 가지고 와서는 김민철에게 건넨다.

“뭐야 이거 언제적 모델이야? 발사는 되는 거고?”

불만을 하면서도 권총을 받아들자 김민철의 초조함이 조금은 수그러드는 게 느껴졌다. 이윽고 민철은 능숙하게 총기를 분해한다.

“관리 상태도 엉망이구만 다행히 스프링은 멀쩡한 거 같고, 제대로 쓰려면 먼지나 탄매라도 우선 제거를 해야겠네”

“하려면 빨리해 이쪽도 준비 거의 다 끝났어”

“먼저 해 난 비상시를 대비하고 있을 테니까”

“그럼 사양 않지”

나는 우선 AED에 전원을 넣었다. 그리고는 웃옷을 벗는다.

“아이고 다 큰 처자가 지금 뭐 하는 거래요!”

봉팔은 황급히 뒤돌며 외쳤다. 아무리 나라도 이건 예상 못했네 아니 생각 자체를 안 했지 원래는 남자였으니까.

“그러면 저기 뒷문이라도 바라보고 있어 누구 보이면 바로 미미한테 이야기하고”

말하며 나는 개조한 AED를 심장부에 가져다 대었다.

“뭐 미미... 이새끼 이상황에 장난이....”

“이거 몇 초 있다 다시 눌러줘”

민철의 말을 끊고 나는 망설임 없이 작동 버튼을 누른다.

동시에 발생하는 폭발에 가까운 소리와 전기 특유의 쇼트음, 탄내, 연기.

그렇게 나는 죽었다.

“어? 뭐야 너... 야!!! 성민호!!”

김민철은 당황하며 손질하면 총을 내려놓고는 황급히 다가와 완전히 전기에 구워진 성민호의 상태를 살폈다.

가슴 주변의 피부는 완전히 타버려 흉측스럽게 그을린 속살이 비친다.

“숨을 안 쉬잖아... 심장도 멈췄어, 젠장 실패한 거야?”

몇 초전까지 기계를 만지작거리며 떠들어대던 말 많은 과학자가 죽었다.

그것도 끔찍하게 전기 통구이가 된 채로.

“이새끼 성민호 설마....”

죽지 못하는자, 그런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부에게 특별관리자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강제로 연명하는 인생.

그 삶의 목적은 죽는 게 아니었을까?

“씨팔! 이런 상황에서 소원 성취나 하고 있어! 개새끼가!”

모든 걸 계획하고 그 계획대로 행동하는 생각의 천재.

하지만 계획에도 없던 일이 줄줄이 이어져서일까? 상정하지 않은 도주, 고립, 아마도 확실한 패배.

그리고 이후에 따라오는 건 더 강한 정부의 구속.

어쩌면 평생 감금된 상태로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압박에 못 이겨 이 과학자는 자살한 것이다. 마침 농성 중 이라는 외부 요원의 개입도 없는 상황이니까. 아니, 아니 어쩌면 여기까지가 성민호의 계획일 수도 있었다.

자신의 자살을 막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 천재라면 가능하다.

“저기... 미미, 아니 김민철씨?”

“이거냐! 이게 네 계획이야? 그 잘난 대가리 굴려서 생각한 게 고작 완벽한 자살이었냐고!”

김민철은 욕지거릴 내뱉으며 소리쳤다. 그에게선 이미 조금 전의 긴장감도 없고 날카로운 눈빛도 없었다.

“여보세요~”

“시팔....씨발....”

봉팔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김민철은 속으로 계속 중얼거린다. 그리고 이윽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한숨과 함께 연기를 토해낸다.

“다 끝났어, 저 새끼가 다 조져놨다고! 야 만복이 너는 그냥 여기서 빨리 도망가라 그리고 밖에 나가서 나한테 협박당했다고 해 어쩔 수 없었다고. 그럼 죽이진 않을 거야.”

민철은 조용히 봉팔에게 말하며 손으로는 분해한 권총을 조립했다. 아마도 그는 여기서 끝까지 저항할 생각이다.

“아이 씻팔! 쫌! 정신 차려요 아까 오연희씨가 조금 있다가 저거 다시 누르라고 했잖아요!”

“어?”

숨 쉬듯이 그냥 지나간 그 한마디.

직후에 이어진 상황 때문에 기억도 못 했던 그 한마디.

『이거 몇 초 있다 다시 눌러줘』

“자 일단 진정하고 다시 눌러보죠, 생각은 그다음에 하고”

봉팔은 자연스럽게 오연희의 시체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 몰골에 “으~”하고 한번 질겁하고는 조심스럽게 AED의 버튼을 눌렀다.

다시 한번 들리는 폭음, 쇼트음, 더 심해진 탄내.

그와 동시에 오연희의 시체는 강력한 전기 자극과 함께 튀어 올랐다.

그건 은 단순 전기자극에 의한 근육의 움직임이었을까? 아니면

“스읍----헉!!!!”

아주 잠시동안의 발작 이후에 오연희는, 성민호는 깨어났다. 상체를 들어 올리며 일어나는 모습은 그 끔찍한 몰골과 합쳐져 흡사 좀비와 같았다.

“콜록-! 콜록-! 역시 사후세계는 없었어!!”

성공이다, 현실은 머릿속의 실험실과 완벽하게 같은 결과를 도출해냈다. 언제나처럼.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지금 굉장히 흥분한 상태다. 완벽한 죽음의 경험, 즉 과학자로서 사후세계가 없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검증했으니까!

“이야 이거 무지하게 아픈데 이건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아파.”

“성민호 이새끼!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김민철의 고함이 귓가를 때렸다.

“뭐야 너 표정 왜 그래?”

“사람이 죽었다 살아났는데 안 놀라게 생겼냐?”

“네가 짧게 설명하라고 해서 말 안 한 건데 원래 이렇게 되는 게 맞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담담하게 나를 보고는 김민철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도대체 담배를 몇 갑이나 들고 다니는 거야?

하지만 그 안도의 한숨도 잠시, 김민철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잠깐만, 지금 그거 나도 해야 하는 거지?”

“위치추적기 제거 안 할 거야?”

“앞으로 그런 몰골로 살아가라고?”

“아 그건 걱정 마 길어도 몇 시간이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올 거야 이 몸 재생력 하나 끝내주거든 그건 너도 마찬가지고”

국가 특별관리 자원이 받는 특별한 시술에 따라오는 인간을 초월한 재생능력, 차에 치여도 1분 정도면 원상 복귀되고 주방용 식칼 정도로는 뚫지도 못하는 피부.

보통 사람이라면 즉사에 다시 소생시킬 방법도 없을 정도의 강력한 전기충격이지만 이런 신체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하아- 그래그래 나도 빨리 그 망할 발신기 제거하고 여길 뜨자고 아마도 조만간 들이닥칠 거야”

말하며 김민철은 웃옷을 벗기 시작했다.

“야 광팔이”

겉옷을 벗고 속의 캐미솔을 벗기전 민철이 봉팔을 바라본다.

“네?”

“모가지 절로 안 치워?”

말을 듣고 봉팔은 잠시 정지했다. 그의 얼굴에는 물음표가 가득하다. 말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 못 한 봉팔은 되묻는다.

“뭐가요???”

“뒤 보라고 임마, 이게 여자가 옷 벗는데 뭘 뚫어져라 보고있어 이새끼 처음 만날 때부터 막 흥분하는 게 수상했는데 어린애 가슴이 그렇게 보고 싶냐?”

“네에에에에에에에에에??????????????”

이제야 말뜻을 이해한 봉팔은 당황하며 황급하게 되돌아섰다.

“저... 저기 오해하지 말아 줄래요? 저는 전혀 그런 취향이 아니거든요!!”

“로리콘 새끼, 눈깔에서 빔 나오게 쳐다봐놓고”

“아뇨!! 상식적으로 생각합시다. 우리 상식적으로, 10살짜리 여자애가 옷 벗는데 그게 뭐라고.... 그냥 애잖아요 애! 도대체 세상 어떤 미친놈이 꼬마애 보고 흥분합니까!”

“혓바닥 긴게 더 수상한데, 시끄럽고 이쪽 쳐다보면 머리에 바람구멍 날 줄 알아”

“아이 씻팔 진짜!”

봉팔이 확실하게 등을 보인 걸 확인하고는 김민철은 캐미솔을 마저 벗었다.

“김민철이 의외로 소녀 감성이네”

나는 그 상황을 적당히 감상하며 김민철의 평평한 가슴에 AED를 부착한다.

“좋아 준비 완료 이제 버튼만 누르면 돼”

“야 근데 이거 많이 아프ㄴ...!!!!”

펑! 파지직!!

“응? 방금 뭐라고 했어?”

버튼을 누르기 전 민철이 뭐라고 말한 거 같아서 되물었지만 시체가 말을 할 리 없었다.

“어?  좀 쎈거 같은데? 뭐 일단 이제 다시 버튼을 누르면....”

그렇게 눈앞에 스너프필름을 방불 캐 하는 소녀의 시체가 탄내를 내고 있을 때였다.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쾅-! 하고 흑색의 연기를 내며 다시 한번 폭음이 울린다. AED의 소리는 아니다.

“옴마야!!”

“젠장 늦었나?”

예상했던 무력 돌입, 하지만 타이밍이 조금 빠르다. 아마도 특별관리자원 둘 중 하나의 발신기가 작동을 멈췄기에 계획을 앞당긴 거겠지.

“지금부터 움직이면 무조건 발포한다. 그대로 정지해!”

폭발의 연기를 뚫고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봉팔, 아무말도 하지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군인들이 가까이 다가오기 전 봉팔에게 입단속을 시키고는 천천히 머리 뒤로 손을 올렸다. 이윽고 주변은 총기로 무장한 군인들에게 포위된다.

“오연희, 김미미 지금부터 자네들의 신병을 구속... 이게 뭐야?”

가까이 와서 상황을 본 군인들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아마 저 마스크의 뒤편은 적잖이 당황한 표정일 것이다.

가슴 주변 살갗이 타들어 간 좀비 같은 몰골의 성인 여성과 신원 판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어린아이의 검은 시체,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끝마디는 이미 몇 개인가 바스러져 형체가 사라졌다. 아마 10살짜리의 몸의 크기에는 과한 전류였던 것 같다. 내가 왜 저 생각을 안 한 거지? 이거 다시 살린 순 있는 건가?

“제가 설명할게요, 믿기 어렵겠지만 여기 이 꼬맹이가 우릴 납치하고 협박했어요. 그리고 이 안에서 농성하던 중 빈틈을 발견해서 제가 덤벼들었고 서로 싸우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난 거죠, 이거 완전 미친 소리네요 하지만 사실이에요 저 남자한테 물어봐요”

군인에게 설명하면서도 나는 봉팔을 흘겨보며 살짝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살짝 끄덕이는 봉팔, 아마도 내 제스쳐를 이해 한 거겠지.

“네! 그렇고 말구요 다 저 여성분이 말한 대로 입니다. 저는 그냥 불법 택시 업자예요! 사람을 납치해서 도망가는데 GPS 추적도 안되는 불법 택시를 이용하다니 정말 합리적인 선택이죠!”

“어... 어쨌든 신병을 구속한다, 거기 구급반 불러서 시체 수습해!”

“잠깐만요! 저 여자애, 아니 범인 아직 살릴 수 있어요!”

이 상황, 이해했다.

앞으로 하나만 더.

“저 범인 국가 특별관리자원이라는 소리를 했어요. 아마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 같은 거랑 관련이 있을 거라고요 살려서 진술을 들어야죠. 그리고 저도 내가 왜 이 꼴이 났는지 제대로 알아야겠어요”

“국가 특별 뭐?”

이걸로 확실해졌다.

“어쨌든 아직 늦지 않았어요. 저기있는 AED는 고장 났지만 지금이라도 CPR을 하면 살릴 수 있다구요 이래 봬도 저는 의사입니다!”

돌입 시의 신속한 행동과 전술 대형을 봐서는 상대는 확실히 숙달된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 군인이다. 충분히 상황에 어울리는 재목들이지만 특별관리자원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거로 봐서는 아직 양지에서 움직이는 부대라는 것, 아마도 이들은 인질극에 의한 농성 사건 까지만 전달받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돌입 시부터 확실하게 제압과 신병확보가 목적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아무래도 저울은 우리를 살리는 쪽으로 기울어진 거 같다.

물론 보험도 있겠지, 이들은 초기 진압 부대고 분명히 이 뒤에 만일을 대비한 사살목적의 팀이 존재할 것이다. 국가 특별관리자원의 존재는 세상에 밝혀져서는 안 되는 문제니까.

“살릴 거에요 말 거에요!”

도박, 이건 도박이다. 아무리 나라도 사람을 조종하는 초능력은 없다.

“아직 골든타임은 안 지났어요, 당신이 판단 못 하겠으면 위에 물어보세요”

하지만 최대한 내가 원하는 답을 내도록 유도는 할 수 있지.

“도대체 저런 숯덩이를 무슨 수로 살리겠다고”

중얼거리면서도 군인은 귀에 손을 대고는 무전을 한다. 이제 남은 건 내가 던진 미끼를 저 무전 너머 특별관리자원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무는 것뿐.

“허가가 떨어졌다, 살릴 수 있다면 한번 살려보라는군”

“네! 히포크라테스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상대로.

국가 특별관리자원의 손실은 당연히 정부로서는 탐탁지 않는 건수, 평생을 독방에 가두어 놓더라도 언제 올지도 모르는 그 언젠가를 위해 살려는 두는 게 좋겠지. 애당초 특별관리자원 자체가 죽이기 싫어서 살려놓는 존재들인데 죽은 특별관리자원을 살려낼 가능성이 있다? 이건 무조건 무는 떡밥이지

“대신 허튼짓 하면 바로 발포한다”

“그러면 내 머리에 총구라도 들이밀고 있어요, 저는 의사로서 선인과 악인의 차별 없이 눈앞의 생명을 살릴 뿐입니다.”

허가는 떨어졌다. 이제는 눈앞의 숯덩이에 생명을 되돌리는 것 뿐, AED는 못 써먹는다 단 한방으로 이렇게 되었는데 아무리 특수한 시술을 받은 초인적인 신체 능력이라도 10살짜리 꼬마의 140㎝짜리 신체 면적으로는 두 번째는 버틸 수 없다.

나는 바로 CPR을 시도했다. 심장만, 심장만 뛰면 나머지는 신체가 알아서 수복할 거다. 살아라 살아라 살아나라 김민철!

자세를 잡고 흉부를 강하게 압박한다, 그러자 주변의 타버린 살들이 바스러지며 움푹 파고 들어간다.

“제발... 제발...”

타버린 피부가 갈라지며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단 몇 회의 흉부 압박만으로 이미 주변에는 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이건....”

평범한 시체와는 궤를 달리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에 스읍- 하며 주변의 군인조차 머리를 돌린다.

“저기 저 토 좀 하게 움직일 테니 쏘지 말아 주실래....요..... 우우엑!!!”

지켜보던 봉팔이 멋대로 구석으로 달려가서 토악질해댔지만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젠장... 살아나... 살아나라고”

자만했다. 오만했다. 멍청했다.

어째서 왜 기준을 나로 삼은 걸까, 일시적인 사망과 심각한 화상은 상정했다. 하지만 그건 성인의 신체 크기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다. 이미 내 몸과 주변은 붉은 피로 칠갑이 되었다. 이 정도 출혈이면.....

“이봐 이제 포기해, 이건 이미 소생술이 아니야 시체 훼손이라고”

“조금만.... 조금만 더!”

“그만! 오연희, 이대로 신병을 구속한다. 저쪽의 택시기사도 함께. 이 시체는 회수팀이 처리할 테니 이대로 두고”

“젠장! 시발!”

결국 김민철의 소생술은 실패했다. 침울해 있는 나에게 군인들이 다가와 구속한다.

“2205 오연희 구속 완료, 김미미로 추정되는 신원 미상의 시체 1구 회수 바람”

“자 밖으로 나가시죠”

“당신도 따라와”

그렇게 나와 한봉팔은 군인들에게 끌려나갔다. 이렇게 계획에도 없던 대탈주가 끝을 맞이하려 할 때였다.

“거기 출입문 앞에 군인 세 놈”

겨우 의미를 알아들을 정도의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군인들의 무전에 잡음이 섞여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 앞에 군인 두 놈들 멈춰”

두 번째 갈라지는 목소리에 나를 구속해서 끌고 가던 군인들도 돌아본다.

돌아본 곳에 있는 건 바닥에 기고 있는 봉팔과 목 없는 시체를 들고 두 발로 서있는 검붉은 괴물이었다.

피 칠갑의 그 검은 크리쳐는 들고 있던 시체의 옷 주머니를 몇 번 뒤적거리고는 아무렇게나 내평겨 치며 말했다.

“이놈도 없네, 니들은 무슨 금연부대냐? 어떻게 스무 명 중에 담배 가진 놈이 하나가 없어”





어제 썼어야 했는데 술을 많이 마셔서......


왜 언제나 저는 출근 전에 시간에 쫓기며 검수도 제대로 못하고 올리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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