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내 연재글 보라고 어그로 좀 끌었다. 하지만 어벤져스는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그럼 토르, 캡아, 아이언맨, 헐크 등이 진짜 고대 중국에 있었다고? 당연히 아니다. 오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어벤져스, 복수자들의 이야기다.
먼 옛날, 춘추시대 초나라에 오자서라는 인물이 있었다. 오자서의 부친은 태자의 스승이었는데, 태자비로 매우 아름다운 진나라 공주로 삼고자 했다. 그런데 간신 비무기라는 자가 당시 초왕 평왕에게 잘 보이고자 이 진나라 공주를 후궁에 삼고자 하였고, 평왕은 지 예비 며느리를 후궁으로 삼았다. 벌써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후 태자에게 미움받을까 두려웠던 비무기는 평왕에게 태자가 반란을 획책한다는 모함을 했다. 근데 이게 통했다...... 평왕은 태자를 폐위하고 오자서의 부친을 죽였다. 오자서는 태자와 함께 정나라로 피신했지만, 태자가 암살되어 오자서는 오나라로 도망갔다.
드디어 복수귀가 된 오자서는 오왕의 사촌인 광을 꼬드겨 왕위에 옹립했는데, 그가 바로 유명한 오왕 합려이다. 오자서는 재상이 되어 특급 인재, 손무를 영입한다. 바로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 맞다.
오나라는 강대국이 되어 기원전 506년 초나라를 침공해 개박살을 냈다. 초나라 수도를 함락시킨 오자서는 복수를 시작했다. 이미 죽은 평왕과 비무기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훼손한다. 오자서의 친구는 당연히 경악해서 이를 나무랐는데, 그에 대한 대답이 걸작이다.
"나에게 해는 지고 길은 멀다. 고로 순리를 거스르겠다."
일모도원, 도행역시라는 사자성어는 이 말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던 10년 후, 합려는 월나라를 침공했으나 월왕 구천에게 패하고 전사했다. 합려의 아들 부차는 복수에 이를 갈았다.
부차는 장작 위에 누워 지내며 오는 사람에게 "부차야, 아비의 원수를 잊었느냐?" 라고 외치게 하였다. 이른바 와신(장작 위에 눕다.)이 이 얘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2년 후, 부차는 군사를 이끌고 월나라를 개박살 내어 구천을 회계산에 몰아 넣었다. 오자서는 구천을 죽이자고 청했으나, 구천이 부차의 신하들에게 뇌물을 써서 겨우 목숨만은 건진다. 하지만 구천과 그의 참모 범려는 오나라에 잡혀가 노예 생활을 하게된다. 어제는 왕이었던 짐이 이세계로 오니 노예생활!? 심지어는 부차가 아프자 건강을 살핀다고 그의 똥까지 먹었다. 아...이건 좀......
한편, 구천의 끊임없는 뇌물공세와 미녀들(그 중 유명한 미녀 중 하나인 서시가 있다.)과 아부에 부차는 정신줄을 놓고 오자서를 의심하게 되었다. 결국 오자서에게 자결을 명하게 된다. 졸지에 죽게 생긴 오자서는 복수귀 답게 자기 두 눈을 뽑아 동문에 걸어 놓아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무슨 뜻인고 하니 오나라 동쪽에 월나라가 있다. 즉 월나라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걸 보고 싶다는 거다.
구천은 3년 후 우여곡절 끝에 월나라로 돌아온다. 복수귀 모드가 켜진 구천은 항상 쓸개를 맛보며 회계산의 치욕을 잊었냐고 자문했다. 바로 상담(쓸개를 맛보다.)이다. 앞서 얘기한 와신과 합쳐 와신상담이라고 한다. 하여튼 범려의 추천으로 문종을 영입하고 부국강병을 이룬 구천은 오나라에 쳐들어간다.
이미 오나라는 정신줄 놓은 부차에 의해 약해졌고, 마치 운명처럼 구천은 고소산에 부차를 몰아 넣었다. 부차는 gg를 쳤지만, 마음 약해진 구천에게 팩폭을 넣은 범려에 의해 "안돼. 바꿔줄 수 없어. 돌아가." 를 당했다. 결국 부차는 고소산에서 자결하고 오나라는 멸망한다.
기가 막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범려는 복수를 완성하자마자 벼슬을 때려 쳐 버린다. 이에 문종이 말렸으나 범려는 쿨하게 씹기를,
"구천은 어려움은 함께해도, 부귀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를 삶는 법. 당신도 조심하시오."
그렇다. 그 유명한 토사구팽이다. 예언(?)처럼 구천은 복수를 이루자 타락하고 문종을 의심하여 자결하게 하였다. 구천이 죽은 후, 월나라도 쇠락하기 시작하여 결국 초나라에게 멸망당한다.
아, 복수자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