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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소설](외전) 쉬지 못하는 사람

도심지 외곽의 한 조촐한 아파트, 그곳에서 말끔한 코트 차림의 한 남자가 집을 나선다.

그다지 부유하지 않은 중하층의 서민들이 모여 사는 그곳 이엇지만 노화 역행 시대를 맞아 인구가 과포화 외고 자원이 부족해진 지금은 수도권 근처의 아파트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가치가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가족 중 누군가의 자살로 인해 정부 지원의 일환 중 하나인 주택제공으로 입주한 사람들이거나 나름의 안정된 수입이나 직장이 있는 사람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나와 분리수거장을 지나자 그곳에는 소위 말하는 수다쟁이 아줌마들이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각자 주변의 가십거리를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야말로 흔한 일상의 풍경.

“다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 좋은 주말입니다”

요즘같이 ‘이웃’이라는 단어가 무색한 시대에 남자는 선뜻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 활기찬 모습에 각자 이야기를 하던 아줌마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된다.

“어머 601호 총각 아니야?”

“오늘도 봉사활동 가나 보네”

“사람이 어쩜 그렇게 성실해 우리 아들도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어.”

이미 단지 내에서 나름 유명한 남자는 돌아오는 인사 대신의 말에 다시 한번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정말이지 평화롭고 행복한 주말의 아침이 아닐 수 없었다.

“이봐봐 전에 말한 거 있잖아, 우리 딸 한번 만나볼 생각 있냐는 거 어때?”

“어머머 이 여편네 지금 새치기 하는 거야?”

“새치기라니? 사윗감 찾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

익살스러운 부인들의 대화, 남자에게는 이미 익숙한 상황이다.

“말씀만이라도 정말 감사하네요, 따님에게는 저보다 훨씬 좋은 남성분이 어울리죠”

“총각 겸손한 것 봐 요즘 세상에 공무원 같은 평생직장 가진 사람이 어디 흔한 줄 알아?”

“급수도 낮은 말단인데요 뭘 하하”

반쯤 진심이 담긴 그 농담에 남자 역시 적당한 답변을 늘어놓는다. 그렇게 몇 마디 주고받고 남자는 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전자식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어이쿠”하고 추임새를 하고는 눈인사와 함께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벗어났다.

수다스러운 동네 주민들을 뒤로하고 남자가 향한 곳은 단지 앞의 차도,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택시를 불러 새운다. 그 모습은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하는 행동이어서 아무런 특징도 없고 눈에도 띄지 않았다.

남자 역시 도시의 풍경이었을 뿐.

“어디로 모실까요?”

굉장히 젊어 보이는 택시 기사였지만 외모나 겉모습 같은 건 이 시대에 의미가 없다. ‘그냥’ 택시 기사가 친절하게 목적지를 묻는다.

택시기사의 물음에 남자는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택시기사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뒷좌석에서 팔짱을 끼고는 최대한으로 편하게 늘어지며 하품을 한번하고는 눈을 감았다. ‘나는 지금 피곤하니까 거기 적힌 곳 까지 가주세요’라는 암묵적인 제스쳐다. 그러한 행동은 드물지 않기에 택시기사 역시 건방지거나 하는 감정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액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오늘 오전 9시 30분경 수도권의 한 은행에서 4인조의 무장강도들이 들이닥쳐 현금과 개인금고에 보관된 금품을 갈취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강도들은 은행의 업무 시작시간의 한산한 시간을 노려 범행을 강행했으며 총 피해액은 수십억 원으로 100억에 가까운 금액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범인 일당들은 도주 중이며 경찰이 특공대를 동원해 추격에 나서고 있지만 초기의 늦장 대응으로 인하여 추격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현직 시의원 강산해 의원은 이번 경찰의 대응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말세군. 말세야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안 그렇소?”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고는 택시기사가 혀를 차며 나지막하게 질문을 던졌다. 타고난 성격상 평소라면 이런 일로 손님과 한바탕 토론을 나누겠지만 이번에는....

“......”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오전부터 피곤하신 분인 거 같은데”

백미러를 고쳐잡아 고개를 푹 숙이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택시기사는 말끝을 흐리고 라디오의 볼륨을 줄였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후 택시는 방향을 틀어 한 건물에 들어선다. [해피 스마일 보육원] 남자가 도착한 곳은 가족이 없는 어린아이들을 부양하고 있는 시설이었다.

남자가 택시비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받을 즈음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하고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서연씨, 일찍 이라뇨 저보다 더 빨리 오셨으면서”

“저는 집이 가까워서 그런걸요”

남자가 돌아본 곳에는 목소리의 주인공, 강서연이 있었다. 젊어 보이는 외모의, 아니 확실하게 젊은 그녀는 20살의 대학생으로 노화 역행 시대 이후의 출생자다.

“대단하세요. 비정기적이지만 이렇게 매번 봉사활동을 나와 주시다니”

“서연씨야 말로 젊으신 분이 참 부지런하시네요”

“저야 사회복지 학과니까 학점 때우려고 오는 거죠”

서연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침 일찍부터 피곤하시죠? 커피라도 한잔 내드릴까요?”

“ 이건 원장님께 전해주세요”

남자는 부탁을 거의 무시하듯이 코트의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네어 서연에게 건넸다.

“매번 봉사활동도 모자라 이렇게 지원금까지.... 이런건 원장님께 직접 드리는 게 어때요?”

“원장님 얼굴을 보면 말이 길어져서 아이들하고 놀아줄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남자는 미소지으며 서연을 뒤로하고 건물로 향했다.

“나랑도 조금은 놀아주지.....”

멀어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연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강서연 20세 대학교 2학년. 사회복지 학과생인 그녀에게는 최근 고민이 하나 생겼다.

처음에는 단순히 학점을 위해서 시작한 봉사활동, 아이들은 시끄럽고 원장은 한번 말을 꺼내면 한 시간은 떠들어대는 수다쟁이. 봉사하는 복지원을 바꿀까도 생각했지만 자취방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여기인 데다 복지원이라는 게 그렇게 인접한 지역에 여러 곳이 있지 않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문득 찾아온 말끔하고 훤칠한 젊어 보이는 남자. 원장에게 물으니 가끔 비정기적으로 찾아와 후원해주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인상도 좋고, 예의도 바른 데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무엇 보다 잘생겼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막대한 후원금.

남의 돈 봉투를 꺼내서 액수를 세어보는 악취미는 없다 그저 궁금해서, 호기심으로 봉투의 안을 살짝 엿본 게 전부.

“이거 족히 천만원은 되겠지?”

수표도 아니고 현금만으로 꽉꽉 채워진 두툼한 봉투, 그걸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직접 보육원을 찾아오는 건 비정기적이지만.

첫날의 그 사람을 보고 서연은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돈 때문이 아니야, 돈 때문이 아니야, 돈 때문이 아니야”

아니 확실히 처음에는 돈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몇 번인가 보육원에서 만나 함께 활동을 해보고 확신했다.

저 사람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짜다.

라고

어느새인가 서연은 그 남자의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확실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바야흐로 노화 역행의 시대! 성인들 끼리라면 100살과 20살이 연애를 해도 당연한 시대다. 나이 라는 게 의미가 없어진 시대니까.

“그래 오늘은 꼭 데이트 신청해야지”

주먹을 한번 꽉 쥐고 다짐을 하며 서연은 뒤따라 보육원 안으로 향했다.


해피 스마일 보육원의 오전은 떠들썩하게 지나갔다. 오랜만에 찾아온 남자에게 아이들은 서로 놀기 위해 달려들었고 남자는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모두를 보듬어 주며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지 않고 아이들의 상대를 해주었다.

“아빠! 아빠!”

모두가 일반적으로 ‘아저씨’라 부르는 와중 한 여자아이만이 남자를 ‘아빠’라 칭하며 유독 친근하게 군다.

“아빠! 진짜로 유민이가 어른이 되면 아빠랑 집에서 같이 살 수 있는 거야?”

자신을 유민이라고 3인칭으로 칭하는 양 갈래 머리가 특징인 10살의 여자아이, 보육원에서 시행하는 담당 후원 시스템에서 남자에게 고정적으로 후원을 받는 아이였다.

후원 담당자는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시기쯤 되면 담당자에게 법적으로 정식 입양이 가능하게 된다. 제도상 일반적인 입양 절차를 밟는다면 원아의 나이에 상관없이 가능하지만 남자는 독신이기 때문에 영유아의 입양이 제도상 불가능했다.

“물론이지"

남자의 확신에 찬 대답에 언젠가는 자신이 진짜로 아빠와 한집에서 같이 살날을 꿈꾸며 유민이는 천진하게 웃는다. 어째서 아이들을 천사라 칭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자 여러분 점심밥 먹을 시간이에요~"

"모두 깨끗하게 손 씻고 식당으로 모이세요"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서연이 원장과 함께 놀이방으로 찾아왔다.

평소라면 제휴하는 급식 업체가 배달을 왔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포장지부터 굉장히 고급스러운 도시락이 배달온 것이다.

"원장님 돈 들어왔다고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에요? 이거 그랜드 호텔에서 시킨 거죠? 엄청 비싼 도시락인데"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초호화 호텔의 5성급 도시락, 남자가 보육원에 전해준 두둑한 기부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님이 왔을 때라도 이렇게 해야지 그래야 저분도 자기 기부금이 이렇게 쓰인다는 걸 알고 안심해서 다음 달에도 기부해줄 것 아니야 서연씨는 가만 보면 참 눈치가 없어"

'그건 원장님이 속물인 게 아닐까요?'

서연이 목 언저리까지 올라온 그 말을 다시 집어 삼킬때 였다.

"저는 유민이랑 같이 외식이라도 하고 싶은데 괜찮겠죠?"

남자는 유민이를 끌어안은 채로 원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민이 역시 남자의 품에 꼭 파고들어 "나도 아빠랑 같이 밥 먹고 싶어" 하고 응석을 부린다.

"아유 그럼요 언젠가는 한집에서 같이 살 건데 안 될게 뭐 있겠어요. 벌서부터 완전 부녀 같으시네"

"그래요. 정말 잘 어울리세요"

옆에서 말을 거드는 서연은 무심코 머릿속에서 남자와 유민이 옆에 자신을 끼워 맞춰본다.

'애가 10살인데 내가 20살이면 확실히 남들 보기에 이상하겠지?'

'뭐 어때 요즘 시대에 누가 그런 거 신경이나 쓰겠어 내가 몇 살 인지는 아무도 안 궁금 할 텐데'

"아 조금 늦을지도 모릅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유민이에게 사주고 싶은게 많이 있거든요"

"마음껏 아이와 놀다 오세요. 아예 저녁밥까지 함께 드셔도 좋고요"

물론 원장의 의도는 배려가 아니라 저녁까지 호화 도시락을 배달시키지 않아도 될 구실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지만. 그런 기색을 알아차린 건지 모른 건지 남자는 오히려 고맙다며 화답했다.

'잠깐 저녁까지? 그럼 내 데이트는?'

서연의 망상 속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을 때 즈음 원장과 남자의 대화에 정신이 현실로 돌아왔다.

그렇게 이번에도 서연이 신청도 하지 않은 데이트에 혼자서 퇴짜를 맞고는 시무룩해질 때 였다.

보육원의 밖에서 자동차의 엔진음이 들리며 시끄러운 타이어 긁히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보육원이라는 장소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차 안에서 나온 건 각자 가면을 얼굴에 뒤집어쓴 4명의 사람.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별을 구분하기도 힘든 조촐한 복장의 그 인영들은 각자 커다란 스포츠백을 하나씩 메고는 보육원으로 급하게 달려들었다.

"다들 움직이지마!"

"이거 진짜 총이야! 진짜라고!"

"뒈지기 싫으면 한 놈도 빠짐없이 구석으로 모여!!"

"움직여! 움직이라고!"

그 인영들은 보육원의 문을 거칠게 발로 차고 열기 무섭게 안으로 들이닥치고는 다짜고짜 총기를 들이대며 위협을 가했다.

그 모습에 원아들은 공황 상태에 빠진다.

우는 아이, 실금을 하는 아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못 하는 아이, 뛰쳐나가려 하는 아이.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사태. 평화롭고 단란했던 보육원의 점심은 그렇게 파국을 맞이했다.

"거기 선생! 애새끼들 조용히 시켜!"

"저는 선생님이 아니라 봉사활동자인데요?!"

"시발 내 알 바야? 아무든 조용히 시키라고!"

보육원을 습격한 무리 중 늑대의 형상을 한 가면을 쓴 사람이 앞장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로 단정했을 때 성별은 남성, 아마도 저 사람이 리더일 것이다.

"그리고 거기 남자, 영웅이 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서연과 원장이 아이들을 하나하나 진정시키며 한자리로 모으는 행동을 확인하고 늑대 가면은 남자에게 권총을 들이밀며 위협했다.

그 행동에 남자는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 저항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옆에는 유민이가 이제 막 울음을 그쳐 붉어진 눈시울을 훑으며 딱 붙어있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4명의 습격자들에게 해피 스마일 보육원은 완전히 제압되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타이밍에 건물 밖에서 또 다른 소음이 잇달아 들려왔다.

경찰차의 경적과 사이렌,

[너희 들은 포위되었다! 지금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B급 영화에서나 볼법한 틀에 박힌 확성기 소리가.

헬기까지 뜬 건지 시끄러운 소음에 곰 가면의 사람이 낮은 자세로 창밖을 훑어본다.

"병신아 창밖으로 대가리 들이밀지 마! 다들 출입문 전부 확인하고 모든 창문 막고! 빨리빨리 행동해!"

"울프, 이게 네가 생각한 최고의 플랜이야? 고작 어린이집에 들어와서 인질극 벌이는 거?"

곰가면은 울프라 칭한 사내의 지시에 급하게 커튼을 치면서도 불만을 토했다.

"그럼 CCTV랑 비상 버튼 천지인 은행에서 농성할까? 아니면 기름 떨어질 때 까지 주구장창 운전만 하다 잡힐래?"

"울프 말이 맞아, 요즘 은행은 내부에서 비상 버튼으로 뒷문이나 창문의 잠금을 풀 수 있다고, 경찰이 돌입할 수 있게 길을 여는 거지"

신경질적인 늑대 가면의 말에 고양이 가면의 여성이 동조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던 애새끼들만 한 인질이 또 없지"

무력해서 제압도 쉽고 반항한다 해도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의 인권을 대우받는 존재들, 데리고만 있다면 경찰의 무력 진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건 바로 아이들.

늑대 가면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출입문이랑 창문 전부 확인.... 으아앗!"

옆방에서 말머리 가면이 말하며 걸어 나오다 문지방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이야…. 아까부터 느꼈는데 이거 앞이 잘 안 보이는데?"

"하아- 넌 시발 골라도 꼭 그런 거 골라야 했냐?"

"왜 임펙트 있잖아. 이걸로 우리는 유명해질 거야! 은행에서 수십억도 성공적으로 털었고 이렇게 가치가 확실한 인질도 있어, 아마 지금쯤 전국은 우리 이야기로 떠들썩 할걸?"

"도대체 강도가 유명해져서 뭐가 좋은데?"

"어쩌면 이미 해외에도 소식이 퍼졌을지도 몰라! 생각해봐! 울프, 마오, 미시카, 우마, 은행강도계의 전설의 4인조! 미래에 게임 같은 데에서 우리들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프로파일러들은 우리들을 연구할 거야 우린 역사 속에 평생 기록되는 거라고! 지금까지 꼬맹이들만 데리고 인질극을 벌인 극악무도한 개새끼들은 없었어! 우리가 최초야!"

말 가면의 사내는 흥분하여 점점 언성을 높이며 외쳤다. 그 목소리는 전율하듯 떨리고 있었으며 행동에서는 광기마저 엿보였다.

"난 처음부터 저 새끼 합류하는 거에 반대했어"

"어떻게 저건 약을 하나 안 하나 한결같이 또라이같지?"

"그런 뚝심 있는 점이 매력적이지 않아?"

다들 말가면에게 한마디씩 불만을 토하는 가운데 곰 가면을 쓴 여성만이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 모습에 고양이와 늑대는 할 말을 잃고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푹 내쉰다.

"그런데 밖에 아까부터 뭐라고 자꾸 소리치는데 대응 안 할 거야?"

경찰의 확성기 소리가 거슬리는지 고양이 가면이 불안해하며 말했다.

"기다려봐 유리한 입장은 우리야, 좀 더 저쪽 애간장을 태우는 쪽이 나중에 협상하기 좋다고"

4인조는 어느 정도 내부상황을 정리했다고 느꼈는지 조금은 긴장을 풀고는 밖의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는 무시한 채 잡담과 함께 앞으로의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에 빈틈을 보았는지 남자는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몇 마디 했지만 이윽고 금세 발각 되고 말았다.

"이 새끼가!"

전화를 포착한 늑대 가면이 다가와 남자를 강하게 걷어찼다. 어찌나 세게 찼는지 남자는 그대로 1m 정도를 바닥에 죽 미끄러지며 벽에 부딪혔다.

"내가!"

화가 덜 풀린 건지 늑대 가면이 걸어와 남자를 마구잡이로 밟아대기 시작한다.

"영웅이!!"

일방적인 폭력.

"될 생각!!!"

약자유린.

"하지!!!!"

린치.

"말랬지!!!!!"

학대.

"그만 하세요!"

서연이 튀어나와 남자를 감쌌다. 그 행동은 연심이었을까 인정이었을까 정의감이었을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아빠아아아!!"

옆에서 숨죽여 지켜보면 유민이도 결국 고함과 함께 한번 참았던 울음을 터트린다. 그것은 연쇄 폭탄과도 같아서 보육원의 모든 원아는 다시금 패닉에 빠졌다.

"아 젠장!! 거기 선생인지 뭐시긴지 애들좀 조용히 시켜봐!! 그리고 거기 너새끼 두 번은 없어!"

보육원을 농성 장소로 고른 것을 늑대 가면은 조금 후회하기 시작했다.






[반복해서 말한다,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인질들을 풀어주고 투항하라!!]

해피 스마일 보육원의 앞, 일부의 경찰들은 취재진과 구경꾼들을 통제하느라 바쁘고 특공대는 대열을 맞추어 언제든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총경님, 언제든지 돌입할 수 있습니다"

경찰특공대의 한 대원이 확성기를 들고 있는 특공대장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돌입은 개뿔! 안에 인질 있는 거 몰라?"

총경 계급의 특공대장은 말하며 헬멧을 벗고는 담배를 꺼내물었다.

최초의 대응이 늦은 탓에 아직 범인들의 제대로 된 신원파악도 하지 못했고 이미 경찰특공대가 출동한 시점에서는 범인들은 한창 도주하고 있던 중.

심지어 이제는 보육원에 틀어박혀 농성까지 하고 있다.

"센터장 이새끼 돌아가면 뒤졌어."

애초에 긴급신고센터에서 대응이 늦은 것인데 사태가 이 지경이 돼서 청장에게 깨진 건 본이이었기에 특공대장은 이를 갈며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마시고 다시 방탄 헬멧을 착용했다.

"하 저 새끼들 뭐 대답도 없고 요구사항도 없고 이거 뭐 어쩌냐, 야 저 새끼들 신원파악 아직 안 됐어?"

초조한 경찰. 밖의 상황은 확실히 늑대 가면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단 한 가지, 특공대장에게 걸려온 전화를 제외하면 말이다.

"아 뭐야 이럴 때 누가.....”

확인한 휴대전화에 찍힌 이름은 '씹새' 경찰청장이었다.

"충성! 총경 김광덕입니다!"

전화를 받자 화난 목소리로 청장의 이야기가 들려왔고 그 내용은 납득 할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도 그럴 게....

"철수요?????"

철수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청장님 철수라니 갑자기 미치신 겁니까? 어차피 수습 안 되니까 옷 벗는 마당에 똥 한번 거하게 뿌리실라구요? 이거 좋은 선택 아닙니다? 지금 철수하면 기자회견으론 안 끝나요"

아니 세상천지에 어떤 미치광이 경찰이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범인을 앞에 두고 철수를 한단 말인가.

물론 이번 일이 잘 해결되어도 책임사퇴는 피할 수 없겠지만 이건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청장님 혹시 지금 술 드십니까? 취했어요?"

[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막말하지, 철수하라면 해! 나도 성질나 죽겠으니까]

"아니 그래도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이유가, 진짜로 가기 전에 농약 치는 겁니까?"

[작전권 넘어갔어, 이거 더이상 경찰관할 아니야]

"뭐..뭐....뭐..... 뭐라구요? 작전권이 넘어가요? 누구한테요? 이 나라 수도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경특이 지금 출동했는데 어디로 작전권이 넘어간단 말입니까 지금?"

김광덕 총경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도대체 자기들보다 이 상황에 더 어울리고 적합한 작전권을 가진 자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여튼 니들은 인제 철수해 군대가 나선단다.]

뭐어? 군대에? 지금 군대라고 하셨습니까? 아니 국방부 새끼들이 미쳤나 무슨 이런 일에 군부가 움직여!!"

[이미 장관급에서도 전부 합의된 사항이야 인수인계도 필요 없다니까 그냥 그대로 퇴근하고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대원들하고 회식이라도 하던지]

"인정 못 합니다."

[뭐 이 새끼야?]

"인정 못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이거 명령이야! 좋게 말할 때 철수해!]

"그럼 불복하겠습니다!"

[이게 진짜 왜 이래? 야 광덕아 너 지금 그러는 거 오기야 너까지 옷 벗으려고 그려냐?]

"아니 형님 이 나라 치안을 담당하고 수호하는 게 언제부터 군부였습니까? 지금이 몇 년도 인데 민간에서 일어난 일에 군대가 나서요. 말이나 됩니까 이게? 그리고 형님도 진짜 너무합니다. 뭐 오기라구요? 어차피 때려치울 거면 막판에 오기한 번 부려보는 게 형님 할 일 아닙니까! 씹새 백정현 청장 되니까 성격 다죽으셨네!!"

[미안하다, 그래도 이건 어쩔 수 없어]

"허 참 그렇게 선배들 말 안 듣고 윗선에 개기고 씹새소리 들으면서까지 오기로 악으로 깡으로 실력으로 청창까지 올라간 양반 입에서 어쩔 수 없단 소리 나올 줄 몰랐네! 뭐 얼마나 대단한 놈들이 기어 오길래 형님이 그래요, 수도방위 사령부에서라도 온답니까?"

[이거 기밀이라 말하면 안 되는데....]

"우리 사이에 이제 기밀까지 튀어나오네요, 예 형님, 아니 청장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도 제 마음대로 진행할 겁니다"

정부에 대한 배신감, 친형 같았던 그간 생사고락을 함께한 청장의 태도에 대한 배신감이 밀려온다.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이 정도까지 바닥으로 떨어졌나.

허탈감까지 들어 경찰특공대 대장 김광덕 총경의 마음에는 공허만이 감돌뿐이었다.

[이 건 909로 넘어갔어]

그때 전화의 너머에서 들려온 건 상상도 못 한 세 자리 숫자였다.

"어디요?"

[909라고 새꺄]

"909 특수 특작 부대 말입니까?"

[이제 됐냐? 알았으면 인제 철수해]

"하 시발 오래 살다 보니 별 개 같은 것들이 꼬이네 하하하하하

909의 이름을 듣자 광덕은 지금까지 언성이 높인 사실이 어이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뭐라고.

고작 무장강도 사건이잖아?

대상이 애들이긴 하지만 고작 인질극일 뿐이잖아?

상대는 고작 민간인 네 명인데?

4인조 무장강도에 의한 수십억 규모의 강도 사건과 인질극일 뿐이다. 이 대단한 사건은 909 특수 특작 부대의 이름 앞에서는 고작일 뿐이었다.

이 정도 사건에 움직이는 부대가 아니라는 걸 잘 아니까.

"아! 경찰 재미없다! 형님 옷벗데 내가 있어 뭐합니까 나도 떼려 칠라요, 이참에 우리 퇴직금으로 편의점이나 하나 차립시다. 어때요?"

광덕은 배치한 경찰특공대원들을 모조리 철수시키며 담배를 꼬나물었다.

"하.... 하하하하.... 시발.... 편의점 좋지! 강도 들어오면 경찰 말고 909에 신고하면 되겠네! 얘네 신고번호가 지역 번호 없이 909 맞나?"

"총경님 철수 준비 완료했는데 진짜로 철수합니까?"

"하라면 하지 말이 많아, 다 집에 가!!!"

철수 준비의 보고를 하는 대원에게 광덕은 방탄 헬멧을 집어 던지며 호탕하게 소리쳤다.

"909~♩앞뒤가 똑같은 신고번호 909~♬ 에라이 니미 씨팔!"






"어 뭐야 쟤들 어디 가는데?"

밖에서 시끄럽게 소리치던 확성기와 사이렌, 헬기 소리가 사라지자 이상한 낌새를 느낀 고양이 가면이 창문의 커튼을 살짝 걷어 밖의 상황을 살피며 말했다.

"뭐? 그럴 리가 가긴 어딜 가?"

그 말에 늑대 가면도 의아해하며 창가로 향했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춘건 아닌지 낮은 자세로 조심스럽게 창문에 붙었다.

창문으로 바라본 건 버스와 짚차에 탑승하는 경찰특공대의 모습이었다. 하늘의 헬기는 이미 저만치 검은 점이 되어 사라져간다.

'뭐지 방심하게 하려는 작전인가?'

이번 강도를 총계획한 늑대 가면이 머리를 쥐어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나열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머리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들도 포기한 거지! 우리가 나가지만 않으면 절대로 진입 못하니까! 마침 여기 먹을 것도 많고 말이야, 이야 이거 도시락 맛 끝내주네, 요즘 초딩들은 점심으로 도미구이도 먹어? 팔자 좋구만"

말가면은 어느새 가면도 벗어 내려놓고는 의자에 앉아 초호화의 고급 도시락을 집어 먹고 있었다.

"야임마 얼굴 안 가려!"

물론 그 모습을 본 늑대 가면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

"뭐 어때 있어봤자 전부 애들인데 기억이나 제대로 하겠어?"

곰가면 역시 말 가면의 곁으로 가서 가면을 벗고는 도시락을 하나 집어 든다.

"하- 아이고 대갈빡이야…….

"그러면 저기 어른 셋은 어쩔 건데"

이마를 짚으며 연거푸 한숨을 쉬는 늑대와 추궁하는 고양이였다.

"응? 죽이면 그만 아니야? 애들만 살려두면 됐지 안 그래?"

"혹시 모르니까 대가리 좀 큰 애들도 같이 싹....”

"야 이 미친 새끼들아

결국 화를 못 이기고 터져버린 늑대 가면, 그도 그럴 것이 살인은 에초에 계획에 없었다. 혹시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총기는 전부 다 진짜에 총알도 실탄이지만 진짜로 누구를 죽일 생각은 없던 것이다 누굴 죽여본 적도 없고.

살인은 경찰을 자극해서 강제 진입을 야기할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크헙....."

"괜찮아요? 정신이 좀 들어요?"

그렇게 4인조들이 티격태격하며 경계가 허술해질 때였다.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고 서연은 다가가 부축한다.

"아빠 괜찮아?"

유민이도 다가와 남자에게 안긴다. 그 모습에 남자는 말 없이 유민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조심스렇게 밀어서 떼어놓고는 서연을 불렀다.

"지금부터 내 말 명심하세요. 내가 신호하면 원장님이랑 아이들이랑 함께 전 옆에 낮잠 방으로 뛰어가서 숨어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살고 싶으면 내 말 들어요.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무슨 소리가 나건 절대로 나오면 안 됩니다. 내가 신호하면 이에요 준비하세요"

남자의 단호한 지시에 서연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다가가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척하며 이야기를 알아듣게 전하고 신호에 맞추어 도망칠 준비를 한다.

단지 돈 많고 사람 좋은 게 전부인 이 남자가 총기로 무장한 4명의 괴한들에게 뭔가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무언가 대단한 계획이 있는 거라고 서연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기 늑대 가면의 남성분?”

남자는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이새끼 누가 일어나도 된다고 했어 죽고 싶어?”

그 모습에 늑대 가면이 총을 꺼내 들어 남자에게 겨눴다. 동시에 달칵하고 총기의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행동은 갑작스럽게 변한 주변의 상황에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진정하시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

“이게 아까 덜 처맞았나”

남자와 대화하며 늑대 가면은 어느새 자신의 검지손가락이 방아쇠에 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내가 지금 진짜로 사람을 쏘려고 한 거야?’

늑대 가면은 자신의 무의식적인 그 행동에 흠칫 놀라고는 자연스럽게 총구를 떨군다.

“저는 사실 경찰의 고위 간부입니다.”

“이새끼 짭새였어?”

경찰이라는 두글자에 나머지 고양이, 곰, 말가면 역시 황급히 총기를 쥐고는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다들 흥분 하지 마 블러핑 일수도 있어.”

냉정하게 주변을 통제하는 늑대 가면.

“네가 진짜 경찰이면 왜 이제서야 정체를 밝힌 거지”

합리적인 추궁이었다.

“흥분하고 있는 당신들을 자극할 수 없었습니다. 아까 창문으로 경찰 특공대가 철수하는 걸 보셨죠, 제가 지시한 겁니다. 아까 전화한 게 그거였어요”

남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밖의 상황이 설명은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다.

“어째서 철수시킨 거지? 그 이유를 듣지 않고는 당신이랑 대화 못 하겠는걸”

“물론 지금 이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죠”

“어디 한번 계속 지껄여봐”

“특공대는 철수했습니다. 이제 당신들은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어요, 농성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뭐 그래서 아이고 고맙습니다. 하고 우리더러 가던 길 마저 가시라고?”

“역시 당신은 머리가 좋아요. 물론 의심이 들 겁니다. 그러니 저를 인질로 하시죠”

남자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본래 계획은 이대로 농성하며 거래로 경찰에가 탈출용 차량과 안전을 확인받고 인질 몇 명을 챙겨서 도주하는 것, 물론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모든 계획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세상에 100%와 절대라는 건 없으니까.

하지만 이 남자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일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실제로 경찰 특공대도 철수하지 않았는가.

“대신 다른 사람들은 여기 놔두는 겁니다. 인질은 저 하나. 수락하신다면 차량도 바로 준비해 드리죠”

“이봐 울프 꽤 괜찮은 제안 같은데”

고양이 가면은 계획이 썩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저새끼 지입으로 자기가 짭새라고 했잖아 짭새 말을 어떻게 믿어”

하지만 반대하는 곰가면.

“그래, 진짜 경찰이면 총 가지고 있을 거 아니야 총 내놔봐 그리고 신분증도”

거드는 말가면, 예리한 지적이다.

“좋습니다. 비번이라 총은 없지만 공무원증이라면 있어요, 지금부터 안주머니에 손을 넣을 겁니다.”

“천천히 해 아주 천천히”

그렇게 4인조의 모든 시선과 집중력이 남자에게 모였고 그런 상황에서 남자는 요구대로 아주 천천히 머리 위로 들었던 손을 내려 조심스럽게 코트의 안주머니로 향했다.

그렇게 수십 초의 시간이 지나 남자의 오른손이 코트의 안쪽으로 완전히 사라진 순간이었다.

“지금!!!!!”

남자가 소리쳤다.

그것을 신호로 서연과 원장, 보육원의 아이들은 동시에 옆방으로 뛰쳐 간다.

“어 뭐야?”

“시발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인질들 통제해!”

“개새끼가 얄팍한 수나 ㅆ.....”

타앙- 울려 퍼지는 총성, 동시에 쓰러지는 말가면.

“우마!!”

그런 말가면에게 뛰어가는 곰가면.

이제 패닉에 빠진건 4인조였다.

“뒈져!!”

4인조의 모든 관심은 도망치는 인질보다 남자에게 쏠렸다. 그나마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고양이 가면이 자신의 총을 난사했다. 그녀의 SMG가 850rpm의 연사 속도를 뽐내며 허공에 뿌려진다.

그리고 발사된 모든 총알은 허공에 뿌려졌다.

“총알을 피했다고?”

강력한 연사속도로 수초 만에 30발의 총알을 모두 발사했지만 남자에게는 단 한발도 명중하지 못했다.

달칵-하고 총의 노리쇠가 후퇴 고정 되었을 때 남자는 이미 고양이 가면의 바로 앞에 와있었다.

동시에 남자의 왼쪽 주먹이 고양이 가면의 안면에 정확히 적중했고 부숴진 가면의 파편을 흩날리며 고양이 가면은 뒤로 반 바퀴 돌며 땅에 처박혔다. 탕- 뒤통수에 처박히는 총알. 완벽한 마무리다.

남자가 고양이 가면을 제압한 건 시간으로 기껏해야 수초였다. 남아있는 늑대와 곰 가면이 이제서야 상황에 반응했지만 그때는 이미 남자가 곰가면에게 돌진하고 있을 때였다.

“칫-”

아군을 맞출지도 모르는 상황에 늑대 가면은 조준한 총을 내리고 남자를 향해 달려든다.

물론 남자가 의도한 상황이다.

남자의 모든 행동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마치 기계가 미리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것을 수행하듯 행동과 다음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거 사람 맞아?”

경이로운 그 움직임과 몸놀림에 늑대 가면이 감탄할 때였다.

달려가던 늑대가면에게 곰가면이 날아든다. 남자가 집어 던진 것이다.

이어지는 3발의 총성, 총알은 곰 가면의 등에 모두 명중했다.

분명 날아올 때까지는 인간이었던 곰가면은 이제 시체가 되어 자신을 깔아뭉개고 있었다.

“이…. 이 괴물 새끼!”

1분도 안 되어서 3명이 제압되었다.

미간에 총을 맞아 즉사한 우마, 바닥에 엎드려 처박힌 채로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마오, 이제는 피투성이가 되어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미시카.

모두 죽었다.

“100% 네이쳐인 나한테 괴물이라니 아직 진짜 괴물을 안 만나 봤나 보네”

남자는 늑대 가면에게 걸어오며 자신이 만났던 진짜 괴물을 떠올렸다.

수십 발의 총알을 전신에 처맞고도 살아있던 그 괴물을, 머리에 할로우 포인트 탄환이 직격으로 박혀도 살아있던 그 괴물을. 드럼통에 C4 150kg 과 함께 넣어 날려버리자 그제야 죽었던 그 괴물을.

“너.... 경찰 아니지? 뭐야 도대체 너 뭐하는 새끼냐고!”

“난 굳이 따지면 괴물 사냥꾼..... 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지 뭐 일단 정의의 비밀결사단 같은 거야.”

“미친 새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 넌 그 정의의 집단 우두머리를 화나게 한 거고”

남자의 분위기는 조금 전과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온화하고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던 예의 바른 남자는 이제 없다.

“저기 말이야 내가 전에는 시체랑 했거든? 나쁘지는 않았는데 반응이 없으니까 재미가 없더라고”

헛소리.

늑대가면에게 남자의 말은 그저 광인이 떠드는 이해 불가의 헛소리였다.

“그래서 이번엔 간만에 살아있는 거랑 하려고 마음잡고 왔는데 니들이 다 망쳤어.”

“시체? 살아있는 거?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야 너도 약쟁이냐?”

“이제 여기도 못 오게 됐잖아, 어떻게 책임질 거야? 내가 저딴 할망구가 추파 던지는 것도 참으면서 돈 지랄로 만든 신뢰 관계를 어떻게 책임 질 거냐고”

늑대 가면, 울프가 계획한 플랜은 ‘거의’ 완벽했다.

그리고 ‘아마도’ 성공할 터였다.

며칠 뒤면 해외의 호화로운 별장에서 4명이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었을 거였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재수가 없었다.

하필이면 인질극을 벌이러 들어온 건물에 909부대의 대장이 있었을 줄이야.





[오늘 오후 1시 30분경 4명의 무장한 은행강도들이 농성하고 있던 해피 스마일보육원에서 군경의 합동작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말세구만 말세야”

“오래 살면 뭐 하나 그것도 다 돈이 있어야 살만하지”

도시의 흔한 프랜차이즈 식당. 그곳에는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 손님들이 가게의 TV에서 흘러나오는 속보를 보고 있었다.

[보육원이라는 특성상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 하기 위해 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하는 아주 강경한 수단을 도입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번 작전에 투입된 군대는 바로 그 909 특수 특작 부대라고 밝혀졌습니다.]

“오 909!”

[4인조의 범인들은 모두 현장에서 사살되었으며 민간의 피해자는 0명으로 시민들은 909부대를 파견한 정부의 빠른 판단력과 909 특수 특작 부대의 완벽한 임무 수행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그렇지 이런 건 경찰만으로 안된다니까, 정부가 간만에 일 좀 하는구만그래”

[반면 초기 늦장 대응으로 질타를 받던 경찰은 이번 군경의 합동작전에 참여한 경찰 특공대의 활약으로 그나마 체면은 챙겼다는 평가입니다]

“쟤들이 뭐 하긴 했겠어?”

“909가 왔는데 경찰 특공대야 구경이나 했겠지”

[이상으로 과거 909 특수 특작 부대가 참여한 임무들을 하이라이트로 보시며 뉴스 속보를 마칩니다]

국가의 자랑. 국민의 자랑.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세계 평화를 위해.

국가의 적이 있다면 서슴없이 나서는 해결사!

909 특수 특작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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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습니다.


망했어요


원래 쓰고 싶은건 이게 아니었는데 4일에 걸쳐 쓰다보니까 조졌습니다.


원래 제목은 '사랑하지 않는자'로 보육원 봉사활동생인 서연이 남자를 좋아한다는건 좀더 어필하다가 죽고 말가면이랑 곰가면이랑도 러브라인 넣고 비극적으로 죽게하려고 했는데


그냥 싹다 조졌습니다. 


다 써놓고 이렇게 마음에 안드는건 또 오랜만이네요


써놓은거랑 4일의 시간이 아까워서 일단 올립니다


울프 - 영어 늑대

마오 - 중국어 고양이

우마 - 일본어 말

미시카 - 러시아어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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