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겐 저마다의 길이 있다. 한 사람밖에 지날 수 없을 정도로 몹시 좁고 기다란 길이라 어느 누구와도 함께 걸을 수 없다.
이 길은 나만의 것이다. 당신만의 것이다. 당신과 나만이, 당신과 나 밖에 걸을 수 없는 길이자 자기에게 주어진 유일한 모든 것이다.
누군가 말하길 그 길은 가족과 친구, 연인 또는 합이 맞는 동료와 함께 걸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서로 손을 잡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길이 가깝기 때문이다.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서로의 길을 평생 나란히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은 때때로 급하게 휘어져 떨어지기도 하고 평행을 그리다가 점점 점점 멀어져 그 길을 걷던 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저마다의 길이 존재할 뿐이지, 잠시 또는 오랫동안 만남의 순간을 가질 수 있어도 이윽고 갈라지는 것으로 각자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정말로 자기의 길을 평생 동안 평행하게 걷는 누군가의 길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나의 길이 끊기느냐, 그 이의 길이 끊기느냐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길의 끝, 삶의 최후의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길의 끝에 가만히 서서 다른 길을 가는 사람에게 방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 수도 있지만, 그것은 다른 이들이 보기에 메아리와 다름이 없다. 당신의 길은 당신이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곧장 바스라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길의 끝에 다다르게 되어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물러날 수도 없고 함께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 길은 당신과 나만이, 당신과 나 밖에 걸을 수 없는 길이자 자기에게 주어진 유일한 모든 것이다.
그러니 그대의 인연이 갈라져 멀리 떠나기 전에 그 순간을 만끽하라, 어차피 길은 길고 좁고 춥고 외로운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