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장문의 글을 서적이나 신문 등을 통해서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음. 모든 심층적 내용을 다루지 않더라도 최소한 사람들이 글을 읽으며 의도와 정보, 그리고 방향성 등을 예상하고 판단하게끔 하는 순기능은 있었음. 당시 유통되는 정보의 양도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정보에 매몰되는 일도 그다지 많이 발생하지 않았음.
그러나 인터넷과 초고속 네트워크가 등장하기 시작하며 상황은 달라졌음. 1999년 ADSL(비대칭 디지털 가입망 회선)을 통해서 극적으로 확대된 인터넷과 네트워크는 다소 제한된 정보유통과 접근의 기회를 극단적으로 확대시켰음. 90년대 중반 모뎀을 통해서 제한된 수준의 컨텐츠에만 접근할 수 있었던 통신망이 멀티미디어를 유통하고 교환하며 보급할 수 있게 된 것임. 이를 통해 인터넷 망은 2000년대 49.8%, 2012년 78.4%를 거쳐 2018년에는 91.5%의 이용률을 보이게 되었음.
사람들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주목하였음. 인터넷을 통해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고, ADSL을 위시한 초고속 네트워크를 통해서 다양한 데이터-주로 멀티미디어-를 제한 없이 접할 수 있게 된 것임. 사람들은 새롭게 대두된 정보의 바다에 환호하며 뛰어들었음.
인터넷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같이 있었음. 즉 정보는 많지만 그 정보의 질은 차등적이었고, 좋은 가치를 지닌 정보일수록 접근하기 힘들거나 대가를 치뤄야 했음. 예를 들어 트위터의 잡문은 굳이 검색하지 않더라도 커뮤니티나 검색 포털 등을 통해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반면, 페이퍼 등의 연구 자료 또는 서적은 자금을 필요로 하거나 수없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수고를 들여야 했음. 즉 정보는 많지만 그 정보에 접근하는 길은 공평하지 않았음.
문제는 또 있었음. 인간의 두뇌는 근본적으로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의 홍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음. 인간의 두뇌 용적은 근 3000년간 오히려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으며, 오히려 문자 등의 보조 매체-외부 기능-를 통해 그 기능을 보완하였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보가 과도하게 들어올 경우 우리의 뇌는 그것을 처리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점임. 접근하기 쉬운 정보에 매몰된 뇌는 정보 판단에 제한을 보임(이것을 정보 과잉(Information Overflow)이라고 표현함). 즉 정보의 생산 및 분배가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을 초과하는 것임.
다양한 매체에서 정보의 대량생산이 가속화하지만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괴리가 발생함. 심리학자 루이스는 로이터(1996)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정보 과잉으로 인해 사람들이 정보피로 증후군(Information Fatigue Syndrome, IFS)을 겪게 된다고 설명하였음. 즉 지나치게 많은 정보에 노출된 사람들은 심층 분석을 수행할 수 없고 결론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게 된다-분석 능력이 낮아지고 의사 결정이 멈출 수 있다-는 것임. 이는 정보에 대한 주도권의 상실로 인한 불안과 정보 폭식을 야기한다고 지적하고 있음.
접근의 불공평과 정보 피로로 인해서 사람들은 불필요한 가치 낮은 정보에 매몰되고 상대적으로 가치 높은 정보에 관심을 덜 가지게 됨. 근처에 산재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 처함. 이러한 과정은 각종 SNS, 커뮤니티를 통해서 대중에게 공유됨.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대중에 대한 호도는 가속화됨. 최근에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던 디지털교도소를 위시한 마녀 사냥, 큐아논(QANON)으로 대표되는 음모론의 물결, 안티 백서(Anti Vaxxer)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의 행렬 등이 인터넷을 광풍으로 휩쓸고 있음. 거짓 정보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이 증가하고, 대중의 집단 광기로 인한 반지성주의가 득세하는 현 시점에서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사회적, 법적 장치는 미비할 뿐임.
지성의 어두운 새 시대가 현현하였음.
대중은 광기의 폭력에 휩쓸리고,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약자들의 절규가 파묻혀 버리고 있음.
이 끝은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는 과연 이 집단 광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출처 :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