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의 진실을 결정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 타인의 의지, 그리고 주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골방에서 가족과 헤어지고 이혼까지 한데다 매일매일을 술을 마시며 고통을 겪다가 머리가 헤까닥해서 자신이 천사라 믿게 된다면 어찌 그 사람의 믿음을 바꿀 수 있는가?
그 사람이 처음엔 나라를 미워하고, 가족의 말에 귀를 닫은 채 의심하고, 온 세상을 증오하다가, 매체에서 등장하는 사이비 교주나 미치광이 정치인을 숭상하다가 마침내 자기를 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사자라는 자기만의 진실을 믿게 된다면?
그 사람은 이제 자기 입맛에만 맞는 정보를 찾아다니다 백신에 대한 가짜 뉴스를 보고 그 음모론에 동조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그 진실을 숭배해 가족에게 폭언과 욕설을 뱉고 위협을 가해도 자신이 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나라면 그 진실을 바꿀 수 없다. 잠시만이라도 자신만의 진실을 내려놓고 현실을 바라보라고 설득할 수 없다. 그에겐 이 진실이 현실이니까.
그렇다고 그가 믿는 진실을 깨뜨릴 수 없다. 동정하는 게 아니라,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가 믿고 있는 진실에 따라 현실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아도 그는 이런저런 변명과 핑계를 대며 계속해서 믿을 것이다. 어쩌면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내게 남은 선택권 따윈 없다. 다만 나 자신을 의심해가면서, 가족과 세상을 의심해가면서 현실에 가까운 나의 진실을 찾을 수 밖에.
그의 전철을 밟는 일일 수도 있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과 닮지 않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사람에게 저마다 수많은 진실이 있지만 난 그 중에서도 덜 미워할 것이고 덜 미칠 것이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