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계절이 완전히 물러나 따스한 햇살이 내리쬘 때, 오늘 같은 날이면 그것은 움직인다.
따스한 햇살을 너무 오래 쬐어 뜨거워질 무렵이 되면 더욱 더 요동친다.
우린 그 변화를 한 눈에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둔하지만 그것은 지난 가을과 겨울동안 스러진 제 혈육의 최후에 보답하리라 맹세라도 한듯이 쓰라린 시간을 이 악물고 버텨냈다.
그것은 산에, 들에, 숲에, 정원에, 공원에, 마당에 피어올라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그리고 으레 그렇듯이, 숱하게 많은 생명의 탄생과 죽음처럼, 먼저 바스라진 제 혈육이 그랬듯이 그들 또한 돋아났다 다시 스러질 것이다.
그래도 그 전까지는 말괄량이 같은 연두와 숙녀 같은 짙은 초록으로 세상에 번질 것이고 그 다음에는 호수 깊은 곳 어두컴컴한 푸른 빛으로, 그 다음이 있다면 최후를 만끽하는 찬란하고 알록달록한 붉은 범벅일 것이다.
아직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은 순환이자 진리이니, 이 글을 끝까지 보았다면 이들을 찬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