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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과 하이드

어릴 적에 지킬과 하이드라는 소설에 대해서 읽었던 적이 있다. 선량한 지킬 박사가 자신으로부터 악을 분리하려 시도한 결과가 하이드라는 순수한 악의 결정체를 만들어 내고, 이후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 나는 선과 악의 이중성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나쁜 사람이 되면 안 된다는 두루뭉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그 내면의 악과 맞서 싸우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안에서 꿈틀대는 악의를 철저하게 억압하려 '시도'한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학우들과, 그 외의 모든 사람들과 철저하게 적대적인 인간관계를 맺었던-생각만 해도 우울증 주요 증상이 재발하는-상황에 놓였던 나는 철저하게 꺾이고 비틀리며 왜곡된 인격을 갖게 되었다. 악의로 가득 찬 인격. 타인과 자신에 대한 증오와 혐오, 오만함으로 가득 찬 인격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대학교 때 종교를 가지며 선과 질서에 대한 도덕관을 머리 속에 철저하게 새겨 놓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악의적 인격은 정말 안타깝게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했다. 군대를 입대했고, 잠재해 있던 트라우마들이 재발하면서 우울증 안으로 침몰했다. 전역할 때까지 타인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자기증오와 자기혐오로 얼룩진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안에서 악의가 끔찍한 웃음을 지으며 자라나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그리고 우울증이 나은 지금.
난 내 안에서 자라난 거대한 악의와 마주하고 있다.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순간마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순간마다 나는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그 안의 취약점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것을 헤지(hedge)하여 나와 조직 전체의 위험을 최소화한다. 한편 내 악의적 인격은 환경, 그리고 사람의 취약점을 분석하여 이것을 어떻게 '이용'할지 구체화한다. 이 지역의 CCTV는 어느 선로와 연결되는가, 이 지역의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를 어떻게 붕괴시킬 것인가. 내 앞에 있는 상대방의 취약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이러한 과정이 위험을 헤지하는 과정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막아야 한다. 내가 악의에 침잠하여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심각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렇기에 취약점을 구체화하여 악용하려는 모든 시도를 선(善)한 것으로 대체한다. 종교, 도덕, 윤리, 규정 등으로. 내가 악한 행동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내가 선과 질서의 신봉자로 남을 수 있도록.



하지만 너무 힘들다. 나 혼자서는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진다. 길거리의 약자들, 감시수단, 울타리, 기타 시설을 눈여겨보려 시도하는 것을 차단할 때마다 소름이 끼친다. 악의가 나를 비웃는다. 악의가 나를 비웃고 있다.



나는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폐쇄병동에 나를 묶어 놓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내 자신의 악의를 침몰시킬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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