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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後편

전편 링크: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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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페트루스 사바티우스, 당신의 마음이 저를 만난 이래로 한결같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범인(凡人)과 같았다면, 저를 당신의 삶 속 내밀한 곳에 들이지 못했을 테니까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테오도라는 자신의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하고자 할 때 으레 그를 '페트루스 사바티우스'라고 불렀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처럼, 확실히 그랬다. 히포드롬에서 전차 경주가 열리던 날, 처음으로 테오도라를 만났던 일과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나갔던 시간이 머릿속에서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첫 만남에서 테오도라는 그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여태껏 그녀에게 접근한 고위층 남성들은 침이 마르도록 그녀의 미모만을 칭찬했고, 한때의 불꽃과도 같은 애정이 사그라지자마자 그녀가 변했다고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는 자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변변치 않은 행각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와의 관계를 한때의 불장난으로 취급하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유스티니아누스는 그런 범상한 귀족들과는 달랐다. 테오도라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고, 그녀의 신분이나 외모를 소재로 짓궂거나 같잖은 농담 따먹기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은근하게 놀리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다소 의외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약속도 매번 잘 지켰다. 결정적으로 테오도라의 이전 애인들과는 달리, 그는 그녀의 육체만을 탐내지 않고 그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해주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마침내 테오도라는 일말의 의심과 불안을 떨쳐 내고 유스티니아누스의 사랑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었다.

 

  테오도라와의 첫 만남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자신의 진심을 떠올리던 그의 눈동자에서 점차 생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런 유스티니아누스를 한쪽 팔로는 조심스레 껴안고, 다른 쪽 팔로는 얼굴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테오도라는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저를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생각해주는 당신의 언행에, 굳게 닫혀있던 저의 마음이 동요했던 거예요. 당신이야말로 저의 진정한 친우이자 배우자, 더 나아가 분신이 될 수 있겠구나,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까지 저를 타인의 의심과 경멸 어린 눈초리로부터 지키기 위해 온갖 고통을 감내해왔다는 사실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녀는 유스티니아누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서서히 포개고, 그의 치아와 혀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이러한 테오도라의 적극적인 표현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유스티니아누스의 얼굴에는 울긋불긋한 꽃이 피어났다. 눈에 띌 정도로 상당히 당황하는 그에게 테오도라가 잠시 입술을 떼며 웃는 듯 마는 듯한, 묘한 표정을 지으며 제 뜻을 확고히 전했다.

 

  "이번에는 제가 당신의 심신을 치유할 기회를 주세요.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라는 옛말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반드시 옳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어요, 페트루스 사바티우스, 나의 남자."

 

  그 말을 뒤로 한 채, 테오도라는 연인의 물결 같은 머리를 매만지며 그의 입술을, 혀를, 가지런한 치열을 다시 그녀의 혀로 쓰다듬었다. 이와 같은 격렬한 표현이 그녀의 눈앞에 있는 사람의 마음에 강한 떨림을 자아내었는지, 어찌할 바를 모르던 유스티니아누스도 그녀의 칠흑 같은 머리칼과 흰 대리석 같은 뺨을 쓰다듬으며 점차 육체적인 애정 표현의 강도를 높여갔다.

 

  어느샌가 그들은 침대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살과 살을 맞대고 부딪치며, 진하게 서로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나누었다. 기분 좋고 간드러진 신음이 공기 중에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혈색 좋은 유스티니아누스의 피부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창백한 테오도라의 살결에는 생기가 은은하게 돌았다. 이들의 몸짓에는 미숙한 면도 분명 있었으나, 그 동작에 담긴 뜨거운 순정만큼은 진심이었다. 상대를 위로하거나 상대의 기운을 북돋우려는 성품,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는 성품, 그리고 그런 마음씨를 표현하려는 동작은 열정적이고 아름다웠다.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는 법, 여느 때보다 강렬한 쾌락을 나누는 시간은 극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절정과 함께 끝났다. 두 연인은 기진맥진한 상태였으나, 서로를 조심스레 끌어안은 채로 마저 애정을 나누었다.

 

  "이제 조금이나마 심기가 나아졌나요?"

  "후후, 누구 덕분에 말이지, 나의 소중한."

 

  온종일 느껴왔던 긴장과 두려움이 일소되어서 그런 것이었는지, 혹은 적극적으로 사랑의 불꽃을 태우는 일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전자와 후자가 모두 작용하여 그런 것인지 페트루스 사바티우스 유스티니아누스는 하던 말을 끝내지 못한 채 눈이 스르륵 감겼다. 평소에 잠을 잘 자지 않는 그가 불가항력에 의해 눈을 감는, 이런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물었다. 그런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테오도라는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아까는 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세상 그 누구보다도. 그리고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군요, 유스티니아누스."

 

  어느덧 뿌연 안개비도 멎어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별빛은 두 연인의 몸이 누여진 침실을 비추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스티니아누스와 테오도라, 이 두 사람의 앞날이 어찌 될지는 오로지 신만이 알 터이지만 그들의 사랑이 단순한 유흥이나 열병이 아닌, 서로를 굳건히 지탱하고 있다는 점은 밤하늘을 장식하는 별과 달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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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진지하게 글을 써보는 거라, 필력이 조악하고 표현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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