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로마 | 구독자 22명 | 프로코피우스 | Troubadour유스티니아누스 1세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前편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어디까지나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글쓴이의 무지로 인하여, 실제 역사와 고증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 부탁드립니다.

※ PC 환경에서 작성한 글이라, 모바일 환경에서는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서기 6세기 초 달이 태양보다 하늘에 더 오래 머무르는 계절의 어느 날,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는 빗방울이 지면을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투두둑, 투두둑, 빗방울이 땅과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가 불협화음을 내는 와중에 한 남자의 발걸음이 히포드롬 남쪽의 어느 저택으로 향했다. 그는 그 집의 주인이었는지 하인들이 서둘러 그를 맞이하였고, 하인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한 여인 역시 남자를 보러 현관까지 나왔다.

 

  "오늘은 평소보다 빨리 왔군요, 유스티니아누스. 비 때문에 많이 젖었는데, 괜찮은가요?"

  "이 정도 젖은 것쯤은 괜찮아.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가 예상외로 적어서,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어. 될 수 있다면 일찍 집에 오겠다고 이전에 당신과 약속도 했으니 서둘렀는데, 귀갓길에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그나저나 테오도라, 당신 아직 식사하지는 않았지?"

  ". 당신도 아직 저녁을 들지는 않은 것 같군요. 시장기가 있을 텐데, 얼른 옷 갈아입고 식사하죠."

 

  그가 잔뜩 물기를 먹은 팔루다멘툼을 벗고 튜닉을 깨끗한 것으로 바꾸어 입고 난 직후, 두 사람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이때 테오도라는 유스티니아누스가 평상시와 같지 않다는 점을 눈치챘다. 보통 같았으면 그는 피곤함에 절어 있기는 할지언정 눈동자를 반짝였을 텐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관에서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하여 테오도라가 자신을 걱정하지 않도록 애썼을 테지만, 궁정에서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다는 건 확실히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감정을 내색하지는 않았으니, 그녀는 일단 유스티니아누스의 행동을 관찰하며 그의 마음이 어떠한지 짐작해보기로 했다.

 

  "어쩐지 입맛이 없어 보이는군요. 정무를 보느라 힘들었을 테니, 조금이라도 더 먹는 게 낫지 않겠나요?"

  "."

 

  확실히 무언가 이상했다. 평소 같았다면 유스티니아누스가 자신의 질문에 무슨 식으로든 답변을 했을 텐데, 그저 침묵을 유지하며 음식을 깨작거리고만 있었으니 말이다. 필시 무언가 그의 심기를 결정적으로 건드리는 일이 있었으리라, 테오도라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섣부른 예측일 수도 있었기에, 그녀는 그가 먼저 입을 열어 자신의 심기가 어떠한지 소상하게 밝히기를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여기와 응접실은 하인들이 있어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기 곤란하겠군요. 침실로 가서 안정을 되찾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괜찮나요?"

  "그러지."

 

  저녁 식사가 끝나고, 하인들을 물러가게 한 뒤 비로소 두 사람은 침실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하인들이 끼어들 염려가 없어 조용하고 오붓한 분위기에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되었는지, 유스티니아누스가 집에 돌아오기 전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업무가 끝난 직후 당신과 결혼하고자 하는 문제로 황제 폐하와 독대했었어."

  "황제 폐하라면, 당신의 양부 되시는 분이시죠? 그분이 당신에게 뭐라 그러시던가요?"

  "황제께선 당신과 결혼하는 일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자고 말씀하셨어. 당신께서는 나의 결정을 존중하신다고 하셨지만, 황후 전하의 반대가 워낙 극심하다고 말이야. 원로원 의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분의 반발을 무시하긴 힘들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내친김에 황후 전하와도 대화를 나누었는데."

  "머뭇거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세요. 마음속에 고민거리를 쌓아놓는 건,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당신도 잘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테오도라의 격려에, 그는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황후 전하께서 내가 테오도라 당신과 결혼할 생각을 왜 단념하지 않냐고 분노하시더군. 심지어 당신에 대한 온갖 악담을 늘어놓으시며, 당신을 나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며 딱 잘라 말씀하시고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셨어. 오늘과 같은 일이 처음은 아니긴 하지만."

  "그분께서 어떻게 말씀하셨을지 대충 짐작할 수 있겠군요."

 

  그녀는 자신의 연인이 눈치채지 못하는 선에서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테오도라 자신의 과거 때문에 그와 자신이 정식으로 반려가 되는 것을 황후가 꺼린다는 점은 쉬이 추론해낼 수 있었다. 부모와 자신의 신분, 지난날의 행적, 그리고 혼외자식들…. 어쩌면 그녀 자신보다도 그녀를 생각해주는 그의 마음이 모욕받고, 상처받았을지도 몰랐다. 밖에서는 지면을 톡톡 건드리는 빗방울이 이내 뿌연 안개비로 변해 공기를 가득 메웠다.


------------------------------------


글의 전체 내용을 한꺼번에 올리면 가독성이 떨어질 것 같아 후반부 파트는 따로 올리겠습니다.

로그인하고 댓글 작성하기
루리웹 오른쪽
루리웹 유머
루리웹 뉴스 베스트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루리웹 유저정보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