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서 수 많은 인생을 살았다. 혹은 수 많은 인생을 살았다고 느꼈다. 수 많은 인생을 살았던 만큼 난 그만큼 여러번 죽음을 겪었다.
하지만 꿈이라 그런지 죽음의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없었고 단지
"내가 수 많은 인생을 살았고 여러번 죽었으며 항상 똑같은 가족에게 태어났다"라는 인상만을 느꼈다.
나의 죽음은 제각각이었지만 아마 대부분 30살 이전에 요절했던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죽었을 때는 아마 21살이었던 것 같다.
그 세상에선 길다랗고 커다란 기차 안에서 사람들이 모여살았고, 하지만 영화 설국열차처럼 혹독한 생존경쟁과 계급차별이 있었던 것 같지 않았다.
난 그곳에서 죽어 유령이 되어 떠돌았다.
특히 유령이 되고 나서는 아버지를 더욱 좋아했던 것 같다. 21살의 나이로 요절한 유령이던 9살에 세상을 떠난 아기 유령이었던 간에
난 출근하는 아버지를 따라가며 주인을 만난 개처럼 아버지의 키높이 만큼 방방 뛰었다.
탈의실 안에서 자기 캐비닛 앞에서 환복하기를 망설이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는 시늉을 했다.
그 온기를 느끼고자 했다. 단지 너무 좋아서.
아버지가 칙칙한 회색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려 캐비닛을 열었을 때, 보라색 플라스틱 포장지의 포도 사탕이 하나 떨어졌다.
나는 그 사탕을 주울 수 있었고 그것을 주울 수 있음을 자랑하고자 아버지의 눈 앞에 들이댔다. 아버지는 뒤이어 울음을 터트렸다.
아버지께선 오열 했지만 소리 없이 숨 죽여 쭈그려 앉은 채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모습을 더 이상 보기 싫어 아버지 곁을 영영 떠나버렸다. 그리고 꿈 속에서 건너오듯이 잠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