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등을 찌르는 화약 냄새
고막을 찌르는 파열음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시체 더미에
나의 정신은 서서히 무너진다
아늑한 집
따뜻한 엄마의 밥 한상이 그리워
눈 감았다 떠 보면 언제나 그랬 듯 내 앞에 펼쳐져 있을 것 같지만
눈 앞에는 사나운 총성
전우 잃은 자들의 피 맺힌 절규가 죽음의 공포를 드리운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이름 없는 병사의 외침이 폭약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승리자를 칭송하는 환호
승리자의 가슴에 박힌 금빛훈장
승리자의 업적을 칭송하는 노래에
평화주의자의 노래는 묻혀 사라진다
아늑한 집
따뜻한 엄마의 밥 한상이 그리웠던 병사의 시신은
전쟁 영웅이란 이름 뿐 그의 가족들의 슬픔을 어찌할소냐
이래선 안된다
더 이상의 희생은 안된다
전쟁을 멈춰라.
전쟁을 멈춰라..
전쟁을 멈춰라...
이름없는 시위자의 외침이 교도소의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