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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 속의 악몽에 사로잡혔다.

미끌미끌한 알과 불쾌한 점막 공포스런 갑각으로 뒤덮힌 방 속에서 두 다리로 걷는 갑각류... 같은 괴물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꿈 속에서.


나는 어떤 당돌한 어린 아이와 함께 있었는데 모든 것이 두려웠던 나머지, 아이의 손의 꼭 쥔 채 모든 것을 의지했다.


그 벌레... 괴물 갑각류는 벌레 같으면서도 뭉특하면서도 예리한 날을 치켜세우다 떨궈 마치 내 앞을 지나가라는 듯이 행동했고


나와 그 아이는 악몽 같은 방을 빠져나와 마치 익숙하면서도 낯설기도 하며 삭아빠진 학교 수련회 건물 같은 공간을 달렸다.


그러다 나는 갑자기 아이의 손을 놓쳤고, 패닉에 빠진 나머지 집에 가려고 발버둥을 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내가 사는 시골의 둑 같은 곳을 내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난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커다란 가마솥에 돼지를 삶던 어떤 할머니 댁을 지나 논 둑을 계속해서 계속 달리고, 그러다가 뭔가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쓰레기를 줍는 것을 돕기도 하며 뭔가 제법 알차게 보낸 것만 같은 기억이 스며 들었다. 그것이 꿈에서 진짜 있던 일인지조차 희미했지만.


그러다 강을 두고 30m 떨어진 차도에서 푸른 버스가 정류장에 천천히 정차하는데, 가드레일 너머의 그 버스가 나를 집으로 바래다 줄 존재라 여겼지만 강을 건너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나는 가진 힘을 모든 쏟아부어 방금 전까지 계속 달리던 그 논둑을 달리기로 했고, 버스는 그렇게 내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그 푸른 버스를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난 절망에 빠진 채 뭐라도 해보겠다며 방금 전까지 하던데로 눈을 질끔 감은 채 계속 논둑을 달렸고, 완전히 지쳐버려 숨을 고르려고 눈을 떠보니 버스 속 좌석에 앉아있었다.


안도감이 불 붙인 모기향의 연기처럼 마음 속을 뿌옇게 채웠지만, 이윽고 의문이라는 거센 돌풍이 불어닥쳤고 이전에 겪었던 것 보다 더욱 심각한 혼란과 패닉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버스가 정류장에서 멈추지 않는다. 아니, 시골버스라 함은 '멈춰 주세요'하고 외치거나 도시와 같이 스톱 벨을 누르는 게 아닌 이상 멈추지 않는 게 정상이지만 멈출 기색도 없이 전력으로 질주했다.


하지만 버스는 종점에 도착했다. 그곳은... 절... 사원... 고향의 바윗 자락 어딘가에 자리잡은 어떤 절처럼 생기면서도 그렇지 않은 곳. 뭔가 사람이 붐비는 것처럼 환했지만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 쭈구려 앉아 집에 돌아가지 못한 신세에 절망했고 손아귀를 놓쳤던 그 어린 아이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걱정했다.


그 절망과 근심에 내가 잡아삼켰을 때 즈음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갔다. 괴물이 있었고, 겁에 질린 나와 당돌한 나, 끔찍한 방을 벗어나 삭아빠진 교육 기관을 지나다, 어린 아이와 떨어져 미아가 되었고, 끊임 없이 달리며 존재했는지도 모를 추억들이 머리 속에 스며들고, 버스를 보고 힘을 짜내 달렸으나 놓쳐버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 안이었으나 엉뚱한 곳에 나를 떨궜다.


끊임 없이 반복되었다. 나는 이것이 번복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있음에도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실로 악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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