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그녀를 잘 모르겠다.
그건 2주전의 일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기 푸념이라도 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온 까페에는 언제나처럼 미간을 잔뜩 찌푸린채로 짜증을 내는 그녀가 앉아 있었다.
"여- 오래 기다렸어?"
오래 기다렸다 한들 내 잘못은 아니다. 왜냐면 난 약속시간보다 20분 일찍 나왔으니깐.
"왜 이렇게 늦게 나온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화를 내며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휘젓는 그녀는 정말 폭군이 아닐까 싶다.
난 마음속에서 백기를 두어번 휘젓곤(물론 눈앞에서 실제로 백기를 직접 휘저어도 그녀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을것이다) 카운터로 가서 아무 커피나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번엔 무슨 일로 화가 난거야?"
"가연이를 죽여버릴거야"
"가연이가 누군데?"
"있어.. 재수없는 싸가지"
그리고 장장 2시간에 걸쳐서 나는 그녀와 같은 학원에 다닌다는 최가연이라는 아가씨의 인생의 족적과 그녀의 단점과 심지어 '좀 재수없어 보이는 장점'까지 모두 듣게 됐다.
"뭐.. 아무리 들어도 죽일 정도는 아니잖아?"
"넌 몰라. 이건 이미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냐. 상극 같은거지"
아무리 그녀가 엉뚱하대도 정말 사고를 치진 않겠지
아마 푸념을 들어주는것만으로도 그녀의 스트레스가 절반은 풀렸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집에 가는 길에 식칼을 살려고 해"
아닌가?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역시 직접 찔러서 조져야 뭔가 해냈다는 만족감이 들것 같아"
"중2병 같은 말을 하고 그러냐.."
"원래 모든 살인의 원인은 중2병일지도 몰라"
의미심장한 대화를 하고 우린 헤어졌다.
그리고 난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몰래 그녀의 학원에 수소문해서 최가연이라는 학생의 안부를 물어봤다. 내가 아는 그녀가 살인자가 되어선 몹시 곤란하니깐.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학원에는 최가연이라는 학생은 없었고, 과거에도 없었다. 비슷한 이름도, 비슷한 외모의 다른 사람도 없었다.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하는거지만
난 정말 그녀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