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에 가정에서 큰 문제 없었고, 되려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자 노력해주신 어머니 덕에 사회생활을 표면적으로는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지나치게 회피적인 성격으로 대인관계 및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지만, 사이가 어느정도 나빠지기 전까지는 어느정도 버티는 내성은 여러 사회생활 경험을 통해 조금씩이지만 늘려가고 있고요.
그렇지만서도, 중학교때부터 무언갈 잃어버린 느낌이 듭니다. 그 전까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거든요. 좋아하는 작품이 있었고, 그걸 함께 이야기 나눌 친구들이 있었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분야에 대해 전체적으로 열정을 잃은 느낌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냥 전체적으로 무채색의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가며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를 넘어서 무언가 침체되고 식어가는 느낌입니다. 점점 살아있는 시체가 되는 것 같달까요.
뭘 해도 찰나의 흥미에 그치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예외가 연애인데 이마저도 근원적인 감정이 대체로 소유욕과 정복욕에 기인합니다.
제가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성격이고, 또한 우울증에서 빠져나오기 쉬운 성격인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이론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해서 무언가 이 악순환을 끊어내려고 해도 결국 의지나 용기나, 에너지가 결국 부족해서 매번 수렁으로 다시 기어들어가기 일수입니다.
저는 저에 대한 고찰을 자주 하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과업에 업보도 있으며, 게으름, 의지박약 등의 문제도 복합적으로 혼재하단걸 알고있습니다. 비단 우울만의 문제는 아니란걸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취업도 해야되고요. 항상 미루기와 피하기 두가지로 연명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제 자신의 상태가 온전한 패션우울 또는 가짜 우울은 아닐 듯 한게, 정말 궁금증이 커져 병원에서 뇌파검사 및 어떤 검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능력치에 비해 가동할 수 있는 속도, 반응속도가 떨어진다는 말씀과, 뇌파 검사 결과 상 표면적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생각보다 깊은 단계에 우울을 띄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정말 심했던 연도에는 병변이 뚜렷한데다 기복이 심해 확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확신이 없다가 이렇게 듣자하니 배신감 억울함 등이 치밀더군요.
마치 '내가 맞았어'하는 느낌으로요. 제 성격 상의 문제도 있습니다. 끝끝내 의심을 못거두다가 생각이 맞았으면 격하게 반응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상담을 받아야하는걸까요? 생활패턴을 바꾸는 건 몇번이나 실패했는데, 다음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파격적으로 주변상황을 바꾸어야 할까요?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안정적인 직장에서 균형적인 생활패턴을 유지한다면, 언젠가 완치될 수 있는 그런 한순간의 불안일 뿐일까요?
만약 잠시의 불안이라 하여도, 제가 이 시기를 효율적이지 못하게,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동일하고 어떻게든 현재 상황을 타개하고 못다한 공부를 하거나 활동을 해서 잘 메꾸어야 이 이후도 평탄하리란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하루아침에 기적처럼 달라질 일은 아니지만, 어떻게 정신을 다잡고 생산적이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 청년 치매랑 ADHD등의 의심도 같이 있었는데 뇌파 결과와 같이 상담할 때, 이 부분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