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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이비어(The Savior) - 3화 : 귀신을 보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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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어두운 폐허 아래 세호의 희미한 신음소리 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는 눈을 뜨면서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긴 대체 어디야......”

 

세호는 안간힘을 쓰며 쓰러진 상체를 일으켰다. 몸이 무언가에 부딪쳤는지 온몸이 욱신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아예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상체에 이어서 하체까지 일으킬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야 세호는 주위의 처참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온통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파편으로 가득한 폐허 속에 그는 서 있었다. 지옥과도 같은 광경에 세호의 가슴속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일까?

 

세호는 머리에 손을 얹고 흐릿한 기억을 되짚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세호는 학교를 마치고 자주 가는 마트에 들러서 저녁 반찬 재료를 사고 간식거리를 사려다가 갑자기 들려온 피난 경고를 듣고 지금껏 받았던 민방위 훈련이 무색하게 앞 다투어 도망치는 사람들에 섞여 대피소로 도망치다가 괴성이 상가를 덮쳤고 거기서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설마.......’

 

세호는 눈을 바닥으로 내리깔았다. 자신이 마트에서 샀었던 파나 계란 몇 개가 아무렇게나 뭉개진 채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고등어나 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그가 마지막에 산 떡볶이마저도.......

 

‘맞다, 그 애는?!’

 

콘크리트에 눌려 쓰레기가 되어 버린 떡볶이를 내려다보던 세호는 방금 떡볶이 가게에서 자신과 만났다가 함께 대피소로 도망치던 은발머리 소녀를 떠올렸다. 이 곳이 무너졌을 때 떨어진 것이었을까? 그렇다고 해도 세호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으리라 생각해 두 손을 모아 외쳤다.

 

“야, 어디 있어?”

 

돌아오는 것은 적막함 뿐. 이름이라도 물어봐야 했을까. 이렇게 부르기만 해선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히야아아아악!!

 

-키이이에엑!!

 

그 때, 멀지 않은 곳에서 귀에 거슬리는 괴성이 들려왔다. 마치 칠판을 긁는 것 같은 날카로운 괴성이었다.

 

“뭐, 뭐지?”

 

갑작스러운 괴성에 세호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포효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급기야 그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캬아아아아악!!!

 

온몸을 새카맣게 물들인 인간의 모습을 가진 괴인 무리가 이빨을 드러낸 채 세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침팬지 정도의 체격을 가진 그들은 양팔을 앞발삼아 유인원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었고, 온몸은 마치 해골처럼 비쩍 말라있었다. 그리고 양손에는 손톱이 갈고리처럼 날카롭게 돋아나 있었다.

 

세호는 지금 이 세상을 침공한 괴물, 인트루더를 보고야 만 것이다.

 

진퇴양난의 상황, 세호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길이라고 할 만한 곳은 모두 막혀버린 지 오래였다. 검은색 괴인이 세호와 가까워지려는 순간이었다. 세호는 절망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젠장!”

 

그 때, 물체를 베어버리는 것 같은 무거운 소리가 들려왔다.

 

-까아아악......

 

절단음과 함께 세 마리의 괴인 중 한 마리의 꺼져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세호는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아직 무사하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방금 일어난 먼지가 얼마 안 가 금방 가라앉았고 세호는 천천히 눈을 떠 갑자기 난입한 불청객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호의 눈앞에 한 소녀가 은빛 기운이 서린 장검을 들고 서 있었고 그 앞에는 괴인의 몸뚱이가 세로로 갈라진 채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너… 살아있었구나…?”

 

세호는 검을 든 소녀를 알고 있었다. 허리까지 오는 하얀 머리카락, 그리고 누더기가 될 때까지 해진 카키색 파카. 방금 전 떡볶이 가게에서 세호와 만났던 그 소녀였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신비하고도 뜨거운 은빛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호는 그 기운의 근원을 알고 있었다.

 

“이형력자...”

 

17년 전, 공간을 넘어 침략해 온 괴물, 인트루더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가진 존재인 ‘이형력자’. 세호는 지금 이형력자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키야아아아아!!

 

-캬악!! 캬아아악!!

 

아직 살아남은 두 마리의 괴인이 창칼처럼 솟은 이빨을 드러내며 동시에 소녀를 향해 도약했다. 소녀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을 양손으로 굳게 잡았다. 길다란 칼날을 가진 그녀의 검은 눈부신 은빛 광휘와 함께 불가사의한 기운을 내뿜고 있어 가녀린 은발 소녀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소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나 괴인 한 마리의 갈고리 손톱을 피하고

는 민첩하게 장검을 휘둘러 눈앞의 괴인의 가슴을 내려쳤다.

 

-히아아악!

 

소녀의 참격이 괴인의 가슴팍에 크고 깊은 상처를 입혔고 괴인은 상처에서 보랏빛 액체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져갔다.

 

은발 소녀는 자신의 손으로 쓰러뜨린 괴인을 무시하고 마지막 남은 칠흑색 괴인에게 시선을 두었다. 괴인은 난폭한 기세로 갈고리처럼 솟아난 손톱을 마구 휘둘렀다. 하지만, 칠흑 괴인의 기세가 무색하게 은발 소녀는 괴인의 난무를 어렵지 않게 피하고 있었다. 마치 머릿속에서 그의 움직임을 읽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한 번 굽힌 뒤, 맹금류와도 같은 기세로 튀어 올라 양손으로 검을 굳게 쥐고 먹이를 포착한 독수리와도 같은 기세로 하강하면서 마지막 남은 괴인을 향해 검을 세로로 내려치자 마지막 남은 괴인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두 조각으로 쪼개져 버렸다.

 

이 모든 일이 1분 안에 일어난 것이었다.

 

소녀는 자신이 처리한 괴물들의 시신을 무시한 채 지긋이 세호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서 어쩐지 알 수 없는 신비한 기운이 풍겨 나오고 있었고, 그것이 이형 에너지라는 것을 세호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에너지 따위보다도 허리까지 닿는 은빛 머리칼에 금빛 눈동자, 비록 잔 흉터가 남아있었지만 어떠한 감정도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얼굴은 마치 인형처럼 아름다웠으며 어쩐지 신비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어 세호는 자신이 무슨 상황이었는지도 잊은 채 넋이 나간 채 그녀를 바라보다가 문득 아침에 친구들과 했었던 얘기를 떠올렸다.

 

「한밤중에 멍하게 생긴 흰머리 여자애가 나타난대.」

 

누더기 진 옷을 입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표정을 한 하얀 머리카락 이형력자 소녀, 딱 지금 눈앞의 소녀와 일맥상통해 있었다.

 

“너, 너는 대체.......”

 

세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아침에 현모가 보여준 뉴스대로라면 그녀는 다른 이형력자들을 공격했다는 세호는 그녀의 작고 가냘픈 손에 눈길을 주었다. 정말로 소녀는 이 손으로 사람들을 해친 것일까?

 

“여기 위험하다. 떨어지지 마라.”

 

소녀가 어눌하게 말하면서 세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방금까지 야수 같은 기세로 괴인들을 베어 넘기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나, 너 지킨다.”

 

소녀는 비록 어눌하지만 분명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고, 사람을 해칠 것 같지 않았다.

 

“그래....... 고마워.”

소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하나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눈앞의 소녀는 자신을 해칠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제 자신은 무사하다는 것.

 

-쿠르르르륵.....

 

세호가 은발 소녀의 손을 맞잡는 순간, 야수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무언가 쿵쿵거리면서 다가오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거기에 반응하듯 세호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뭐, 뭐야. 무슨 일이지?”

 

세호는 애써 쿵쾅대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소녀는 양손으로 검을 쥐어 싸울 태세를 취했다. 야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아까 전의 것보다 더욱 크게,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그리고.......

 

-쿠르르르르륵!!

 

5m 정도 되어 보이는 덩치의 거인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거인은 잿빛의 철갑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었고 관절 부분은 피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으며, 고릴라처럼 크고 굵직한 양팔을 가지고 있었다. 거인의 얼굴 역시 철갑을 두르고 있었지만 붉게 번쩍이는 눈과 입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거인이 입을 벌리자 송곳처럼 돋아난 이빨들이 드러났다. 그렇다. 영락없는 괴물의 모습. 방금 전 소녀의 검에 당한 괴인들과 비교할 수 없는 박력이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악!!!

 

철갑 거인이 세호를 향해 목 놓아 울부짖자 폐허가 된 지하 주차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엄

청난 괴성에 세호는 반사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럼에도 거인의 포효 소리는 그의 머릿속

에 울리기 시작했다.

 

“으, 으아악......!”

 

세호는 머릿속이 울리는 것을 느끼며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면서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괴물, 자기네들을 사냥감으로 간주한 것이다!

 

-크아악!

 

“우왁!?”

 

거인이 체중을 실어 굵직한 오른쪽 주먹을 날리자 은발 소녀는 온몸으로 세호를 밀치며 함께 옆으로 쓰러지면서 가까스로 피하는 데 성공했다. 방금까지 두 사람이 있던 자리는 큼지막한 크레이터(Crater)가 생겼다. 만약 세호 자신이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았더라면 자신의 몸이 형체도 알아보지 못하게 박살 났을 거라는 생각에 세호의 온몸에 소름이 돋아 그는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소녀는 다시 일어나 양손으로 검을 굳게 쥐고 달려들었다. 거인 역시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은발 소녀를 첫 번째 사냥감으로 간주했는지 자신에게 달려드는 그녀에게 주먹을 날렸으나 소녀는 머릿속에서 거인의 공격 방향을 읽은 것인지, 아슬아슬하게 거인의 연타를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소녀의 검이 은빛의 광휘를 내뿜으며 춤췄다.

 

‘굉장하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분명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지만 세호는 공포에 질리기보단 한 치의 빈틈없이 거인과 싸우는 그녀의 모습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은빛의 검광이 거인의 몸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며 난도질 했지만 거인의 온몸을 감싼 철갑이 어지간히 단단했는지 철갑에 흉터를 내는 정도에 그칠 뿐, 거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거인은 자신에게 계속해서 맞서는 소녀를 향해 울부짖으며 계속해 주먹을 휘둘렀으니 소녀는 몸을 왼쪽으로 튕겨 주먹을 가까스로 피해냈고, 거인의 주먹은 지면을 강타해 곳곳에 파편을 튀겼다. 소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인의 팔뚝에 착지한 후, 다시 뛰어올랐다.

 

소녀가 노리는 것은 오직 하나. 온몸을 철갑으로 뒤덮은 거인의 신체 중 철갑이 뒤덮이지 않은 부위, 바로 목 관절이었다. 소녀는 검을 굳게 쥐고 그대로 철갑이 덮이지 않은 거인의 붉은색 목덜미를 향해 급강하했다.

 

-꾸와아아악!!!

 

살을 찢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거인의 목덜미에 소녀의 검이 깊숙이 박혀 보랏빛 체액을 뿌렸고 거인의 고통스러워하는 비명 소리가 지하를 가득 채웠다. 세호는 귀를 막으면서도 이제 끝났다는 것에 안심했다.

 

“끝났다.”

 

소녀는 그대로 칼날을 주욱 그어서 거인의 숨통을 끊어버리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그 때 소녀에게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뒤를 조심해!”

 

숨어있던 세호가 거인의 왼팔이 소녀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소녀는 고개를 돌렸지만 상황을 알았을 땐 거인의 우악스러운 왼팔이 다가와 그녀의 몸을 옴싹달싹 못하게 붙잡았다.

 

“읏......”

 

소녀가 거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몸부림칠수록 거인의 왼손은 더더욱 그녀의 몸을 졸라맸다.

 

“크아윽.......!”

 

소녀의 목에서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새어나왔지만 거인이 그녀의 고통 따윈 알아들을 수 없었고, 알아듣는다고 해도 쉽게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거인은 소녀를 붙잡은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녀를 바닥에 내려쳐 산산조각 낼 작정이었다.

 

“당장 그 손 놔!!”

 

그 때, 어디선가 콘크리트 파편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와 소녀를 패대기치려는 거인의 뒤통수를 강타하고 푸른색 스파크를 튀기며 조각이 난 채 바닥에 흩어졌다.

 

-쿠윽?

 

거인의 몸이 움찔거렸고, 소녀를 쥐고 있던 왼손이 자연스럽게 펴져, 소녀는 그대로 지면에 스르르 떨어졌다.

 

“으윽.......”

 

철갑 거인은 뒤를 돌아보았다. 감히 거칠 것 없는 이 철갑 거인의 뒤통수에 돌을 던진 건 누구였을까? 다름 아닌 세호였다. 그는 양손에 큼지막한 콘크리트 파편을 든 채 서 있었다.

 

세호는 두려움마저 잊어버렸는지 잔뜩 눈가에 힘을 준 채 거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쿠르르륵..... 쿠아아아아악!!

 

불시에 날아온 세호의 공격에 당한 거인의 눈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당혹감은 이내 분노로 바뀌어 이윽고 포효소리가 되어 주차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크악......!”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을까, 세호에게 더한 난관이 닥쳐왔다.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거인에게 돌을 던지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여기서 계속 서있다간 세호는 물론 소녀의 안전 역시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세호의 머릿속은 이미 살아야한다는 본능과 여기서 죽을 것이라는 절망감이 회오리치고 있었다.

 

「되면 좋고, 안되면 되게 만드는 거야.」

 

순간, 한 여자의 목소리가 세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너무나 기억에 남으면서도 그리운 목소리였다. 그러자 혼란스러웠던 세호의 머릿속이 조금이나마 맑아진 것 같았다. 그는 왼쪽 바지 주머니에서 빛바랜 별 모양 배지를 꺼내며 되뇌었다.

 

“그래, 그 말이 맞겠지.”

 

세호는 다시 거인에게 주변에 있던 콘크리트 파편을 아무렇게나 던졌다. 세호의 손을 떠난 콘크리트 파편은 거인의 신체 곳곳을 타격하며 튕겨 나갔다.

 

-쿠아아아아악!!

 

“어서 도망쳐!”

 

거인이 매섭게 울부짖으며 자신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세호는 소녀를 향해 외친 뒤 곧장 대피소를 떠나 폐허가 된 통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세호는 멈추지 않고 달려갔고, 거인 역시 소녀를 내버려 둔 채 자신을 공격한 소년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젠장, 제길!”

 

얼마나 달렸을까? 세호는 지하 주차장까지 도착했다. 세호는 근처의 승합차 뒤에 몸을 숨겨 거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최근 이렇게까지 뛰어볼 일이 없었으니 그만큼 죽을 맛인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자신이 거인에게 돌을 던졌을 때 일어난 현상을 떠올렸다. 푸른빛 스파크, 고통을 호소하며 뒷걸음질 치던 거인.

 

인트루더는 눈에 보이지 않는 특수한 보호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수단은 이형력 뿐.

 

세호는 거인에게 돌을 던졌을 때부터 온몸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용암처럼 솟구치는 것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감각....... 그랬었지?’

 

-크르르르르.....

 

바로 그 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세호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렸다.

 

세호는 두 눈을 부릅뜨며 자신을 내려찍으려는 거인을 노려보았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더 이상 도망칠 길 따윈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세호의 몸속에서 흐르던 기운이 점점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도망치지 말고 맞서 싸우라고 외치는 것처럼.

 

“그래, 이판사판이다!”

 

세호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철갑 거인이 내지르는 주먹을 향해 온몸의 체중을 실은 주먹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세호의 오른팔에 푸른색 기운이 불꽃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순간 강렬한 섬광과 함께 굉음이 지하 주차장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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