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근데 SF게시판이 없었네요? 몰랐는데.
이런 얘긴 좀 식상하죠.
생물은, 생명체는 무엇일까?
이거랑 비슷한 질문이 하나 있잖아요.
인간은 무엇일까?
즉슨 인간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이런 얘기는 우리가 생명을 다룬다면 짚고 넘어가야죠.
판타지가 되었건 SF가 되었건 만들어진 생명들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인간은 역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생물들을 변화시키고 만들어왔죠.
그 방식은 인위적으로 방향성을 조정할 뿐이지 그 자체가 자연적인 행위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어, 단순하게 말해서 품종개량을 얘기하는 거예요.
품종개량은 인위적인 행위지만 교배는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일... 음.
아무튼 간에, 큰 틀에서 결국 이는 태어난 생명입니다.
그렇담 만들어진 생물은 뭘까...
일단 뉘앙스 자체가 자연스럽진 않아요.
막 키메라니, 피조물이니 불리는 느낌.
배양조 같은 거에 있어야할 거 같고, 포르말린 통도 몇 개 있는 연구실에...
자연물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죠.
그렇지만 살아있는 생물일 겁니다.
먹이도 먹고, 울음소리도 내고, 본능도 있을 거예요. 아마.
과정은 사뭇 다르지만 결과물은 얼추 비슷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이게 사람이라면... 레플리칸트, 인조인간이겠죠.
이들은 가축과 비슷하거나, 그만도 못한 도구 같은 무생물처럼 다뤄집니다.
전략게임의 유닛처럼 잃으면 다시 뽑는 존재죠.
사람을 그렇게 대할 수도 있겠지만, 부하인 철수와 게임의 마린을 동일하게 부리자니 좀 걸릴 겁니다.
산 것과 그러하지 않은 것의 차이가 있으니까요.
자 그럼... 질문은 계속 꼬리를 물며 이어집니다.
생물이란 무엇이냐?
공장제긴 하겠지만, 우린 생체조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생물로 정의할 것 같습니다.
음... 근데 조금 이상합니다.
우린 이것과 비슷한 존재를 상상하는 건 물론 만들 수도 있죠.
구성 성분은 실상 같기까지 합니다!
네, 그 상태는 매우 다르겠지만요.
로봇입니다.
로봇이요.
로봇, 정확힌 SF에서 묘사되는 인공지능 로봇.
이들도 만들어지긴 하죠.
공장이든 수공업이든 어쨌든 만들어집니다.
태어나지는 않잖아요.
생체조직은 가지고 있지 않으나,
아, 물론 가질 순 있겠죠! 바이센테니얼 맨처럼요.
어쨌든 이들도 만들고자 한다면 인공생명체처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피노키오는 아주 훌륭하게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발을 걸칠 겁니다.
아니, 더 좋은 게 생각났어요.
바로 인공장기와 전뇌, 그리고 전신의체입니다.
이들은 명백한 공장제에, 무생물입니다.
하지만 전뇌화한 사람은 사람이죠.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모토코는 사람이잖아요?
근데 전신의체는 과연 고도로 발달한,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 로봇과 다르다 할 수 있나요?
마법으로 생성한 소환수보다 초과학의 전신의체가 생물의 범주에 가까울까요?
육신을 포기하면 생물이 아니게 되는 걸까요?
기계의 몸을 가진 사람은 살아있어도 사람의 몸을 가진 기계는 죽은 걸까요?
정확한진 모르겠지만 생물학자들은...
1. 유기물로 구성됨
2. 생존에 에너지와 물질이 필요함
3. 하나 이상의 세포로 이뤄짐
4. 항상성을 유지함
5. 종은 진화함
라는 특성을 대체로 가지고 있다고 했죠.
이는 생물학의 관점일 겁니다.
이 중 하나라도 결여되어있다면 생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전 과학자가 아니니까...
생과 사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 같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가 답이 될 겁니다.
표현 가능의 여부는 제쳐두고,
자아와 인식, 감정이 있다면 대체로 생물로 쳐줄 수 있겠죠.
아니아니, 정확하게 하죠.
보편적 윤리를 적용할 수 있는 생물이요.
사람에겐 인권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몸을 기계로 바꾼다고 하여도 적용될 겁니다.
적어도 의수나 의족을 달고 인공장기를 이식했단 이유로 인권을 침해받진 않아야하죠.
본질적으론 살아있는 사람이잖아요.
하지만 실질적으론 사람보다 자아를 가진 로봇에 더 가깝습니다.
허나 전 로봇을 존중하고 싶지는 않네요.
AI에 대한 저항은 아니어도 인격과 자아를 이유로 AI를 사람처럼 대하기엔 전 속이 좁습니다.
그런 제게 생물의, 사람의 조건은 비단 지능, 인격, 자아, 감정 같은 것만은 아니죠.
설령 클론이어도 다르진 않습니다. 클론과 오리지널이 서로 독창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클론을 딱히 대접해주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중복이 가능한 게임에서도 딱 하나만 키우고 쓰거든요. 같은 캐릭터가 여럿일 필욘 없다고 보니까요.
제게 있어 중요한 생물의 요소는 바로 독창성이라고 할까요.
유사성을 가져도, 수렴하여 같아져도 상관은 없습니다. 같은 지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게 중요한 거죠.
반대로 같은 선에서 출발해도 다르게 나아간다면 되는 겁니다.
비슷할 순 있어도 같아선 안 돼요.
그리고 다른 걸 꼽자면 유한성과 불확정성일 겁니다.
유한성은 말 그대로 수명의 유한성이고...
불확정성은, 규격화 되지 않으며 동시에 변하는 것이라 하고 싶네요.
그런 점에서 월E의 주인공은 굉장히 훌륭하게 제 기준을 충족합니다. 유한성을 제외하고요.
독창적이고, 자아가 있으며, 성장하고(변하고), 감정도 있어요.
엄청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생물에 한없이 가까운 무생물인 셈이죠.
그렇지만 그 친구를 갖고 살아있다 인정하고 싶진 않아요.
그건 내 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