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수비드 기계를 세팅했습니다.
최근에 귀찮아서 구워먹는 고기만 사다 먹었는데,
홈+에서 보먹돼를 할인하길래 사다보니 순삭된 삼겹살 대신 아쉬운대로 목살입니다.
구이용은 반 정도 구워먹고 나머지는 냉동실로,
그리고 나머지 수육용 1kg이 오늘의 주인공 되시겠습니다.
막 꺼낸 목살.
딱 봐도 기름 덩어리인 부분들은 적당히 걷어내고 손질합니다.
오늘의 목적에 맞게 8등분 해주도록 할게요.
센 불에 겉만 빠르게 구워내고,
오늘의 주인공은 목살이라 했지만 사실은 페이크 주인공이였습니다!
이것이 히든 주인공인 동파육볶음 소스!!
사실 동파육이라는 요리는 먹어본 적도 없고, 조리 시간도 길어 손을 대지 않았는데
이번에 동파육 소스를 넣은 목살을 수비드로 24시간 조져볼 생각으로 가져왔습니다.
100도까지 버텨내는 내열 지퍼백에 고기와 소스를 넣고 살짝 조물조물해서 버무려준 뒤에
세팅해둔 수비드 기계를 작동시켜봅니다.
작동 시간은 목살을 익히기 가장 좋다고 하는 60도 24시간 세팅.
뚜껑을 닫아준 뒤 24시간을 푹 익혀주도록 하죠.
하루가 지난 뒤 고기 상태입니다.
24시간 수비드하면 손으로 누르기만 해도 뭉개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단단하더라구요.
전기세 생각에 닭찌찌살이나 돼지안심 정도만 몇시간 해서 먹다가 24시간은 처음이라 저도 신기했습니다.
나중에 먹을 한 봉지는 얼음물에 담궈 칠링하고,
준비해둔 청경채를 데쳐서 같이 세팅해줍니다.
짠!
원래는 동파육은 삼겹살로 해야하지만,
목살이든 삼겹살이든 맛만 좋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
통파육 소스로 24시간 수비드를 해보자! 라는 생각만으로 만들었습니다.
젓가락으로 고기를 찢어보니 뭔가 살짝 힘이 들어가 실패인가? 싶었는데
막상 입에 넣어보니 이빨이 닿기만 해도 뭉개지며 고기가 녹아내린다는 느낌이 들어 성공이구나!했습니다.
동파육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고기 자체에 향신료 냄새가 베어 상당히 괜찮았고 소스가 속까지 푹 베인 상태는 아니라서
오히려 적당히 간이 된 상태라 맛있게 먹었던거 같아요.
물론 중화요리니까 좀 더 간이 쌘 고기 요리가 됐어야하지 않을까 싶지만
원본 맛을 모르니 원본 맛을 살리는건 처음부터 무리였겠죠.
여튼 결론적으로는 맛있는 한 끼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