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 구독자 27명 | 파블로프의자명종

더 세이비어 - 1화 : 귀신을 보았다 (1)

>

엄마, 꼭 가야 돼?

 

한 소년이 서운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는 죄책감이 가득 실린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볼 뿐.

 

정말 미안해. 엄마도 우리 아들이랑 같이 있고 싶지만.......

 

어차피 또 일 때문이겠지. 엄마는 늘 그래. 다음 주엔 내 생일인데.

 

어느새 붉어져 가는 소년의 눈동자.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여자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것 같아 가슴을 부여잡는다.

 

여자는 조심스럽게 소년의 양쪽 어깨에 양손을 올린다.

 

미안해, 그래도 엄마는 다음 주에 돌아올 거야. 그때 꼭 다함께 생일 축하하자, 알겠지?

 

정말이지, 엄마?

 

어린 소년의 얼굴에 조금은 화색이 돋았다.

 

그럼 당연하지. 엄마가 돌아오는 날은 꼭 지키는 거 알잖아?

 

소년의 표정이 밝아지자 여자는 빙긋 웃으며 그를 끌어안고 일어섰다.

 

알았어. 나 엄마 기다릴게.

 

아들의 웃는 얼굴을 보는 여자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소년의 볼에 입을 맞추고 그를 살며시 내려주었다. 이젠 시간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세호야, 이모네 말 잘 듣고 있어야 해. 알겠지?

 

! 엄마도 어디 다치면 안 된다?

 

여자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당연하지. 갔다 올게.

 

잘 다녀와, 엄마!

 

소년은 밝은 표정으로 양팔을 흔들며 엄마의 뒷모습을 배웅한다. 그녀가 다시 돌아올 그 날을 기다리며.......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방 안에서 울려 퍼지는 알람 소리와 함께 한 소년의 눈이 떠진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책상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작은 액자를 집어 들었다. 액자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어린 꼬마를 끌어안고 있는 꿈속의 여자.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년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액자를 다시 책상에 내려놓으며 씁쓸하게 중얼거린다.

 

갔다 올게.”

 

 

*

 

 

, 박세호.”

 

교실에 들어선 세호를 부르는 안경잡이 소년 성훈의 목소리. 그는 친구 현모와 함께 실없는 웃음으로 세호를 반기고 있었다. 세호는 피식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래, 너네 어제 톡방 보니까 새벽까지 게임했더만.”

 

당연히 형이 캐리했지. 내 말 맞지? 굳이 킬딸 치겠다고 뻐기다가 뻘궁 맞고 죽은 현모야?”

 

가진 거라곤 게임 실력밖에 없는 오타쿠는 현모를 놀려대며 안경을 치켜올렸다.

 

아니, 나 진짜 피했다고.......”

 

현모가 얼굴까지 붉히며 따졌지만 성훈의 입꼬리는 내려갈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 다음 트롤.”

 

아니, 세호 너도 들어봐봐. 내가 진짜 눌렀는데...”

성훈은 현모가 발끈하면서 부글거리는 모습이 재밌어서 웃음을 터뜨리자 세호 역시 두 사람의 모습이 재밌었는지 웃어댔다.

 

, 조용히 해봐라. 시장바닥도 아니고.”

 

그때, 국어 교사이자 2-4반 담임 교사인 고은영 선생이 교실에 들어왔다. 여자로서의 치장과는 거리가 먼 츄리닝과 괄괄한 말투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세호를 비롯한 학생들은 그제야 자기네 자리로 돌아갔고 교실을 가득 메웠던 수다 소리도 점점 잦아들었다. 교실이 조용해지자 은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지각한 사람.... 없고. 너희들한테 몇 가지만 전해줄 테니까 지금 잘 듣고 나중에 못 들었다고 징징대지 마라.”

 

그녀가 전해준 내용은 다음 주의 모의고사라던가 교내 화단의 쓰레기 문제, 누군가가 잃어버린 휴대폰을 주웠다는 정도의 평범한 얘기와 5교시에 매주에 한 번씩 있는 응급 처치 교육이 있을 예정이라는 것.

 

그리고 요즘 학교에서 연애하는 사람들 제법 보이던데.”

 

순간 도끼날처럼 날카로워지는 은영의 눈초리.

 

, 학교에서 연애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인정해. 그래도 말이야. 학교 시설에서 서로 끌어안기, 키스하기 등 지나친 애정 행각은 절대 금지야. 학교 이미지만 나빠진다고.”

 

그녀의 목소리에 점점 울분이 쌓인다!

 

절대로 너희들 연애하는 거 꼴 보기 싫은 거 아니니까 절대 오해 하지 마! 학교 말고 연애하기 좋은 데 많잖아!!”

 

은영의 절규는 학생들의 귀엔 솔로라서 서러우니까 절대 하지 마!”라고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35년 동안 남자에게 4번이나 차인 은영이니까.

 

지가 보기 싫어서 열폭하는 거 맞잖아.”

 

냅둬. 저번 주에 또 차였대.”

 

세호의 옆줄 책상에 있던 두 여학생이 수군거린다. 은영의 귓가에 들어가진 않았는지 그녀는 분을 삭이기 위해 텀블러 속의 물을 한 모금 들이킨 뒤 대화의 주제를 바꾼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얘기할게. 뉴스나 신문 본 녀석들은 알겠지만 어제 옆 동네에서 몬스터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공격했었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2004, 지구 곳곳에서 뚫린 균열 심연에서 이계 생명체 몬스터’(Monster)가 지구를 습격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파괴하고 오염시켜 인류 살 수 없는 자기네들만의 땅으로 만들었다. 각국의 정부는 군대를 보내 몬스터와 싸웠지만 그들에겐 물리적인 타격을 방어하는 특수한 방어막이 있었기 때문에 인류가 사용하는 무기가 통하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할 뿐이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심연이 생성된 영향으로 일부의 인간들이 초월적인 힘 이형력(Metaphysical)’이라고 불리는 초능력에 각성했고 이 초월적인 힘이 몬스터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이에 정부는 그들 이형력자들을 지원해 인트루더와 싸우기 시작했고, 수많은 이형력자들의 희생 끝에 큰 침공을 막아내고 인간의 도시에서 그들을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인류는 오염되지 않은 도시를 수복하면서 갑작스럽게 불어난 능력자들이 활개 치지 못하도록 교육시키는 기관 국제 이형력 관리국’(Universal Metaphysical Management)를 설립했다. 그리고 국제 이형력 관리국에 소속된 능력자들을 세이비어(Savior)라고 칭하고 있다.

 

점점 진지해지는 은영의 눈은 자신의 학생들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웬만하면 일찍일찍 집에 들어가라. 게다가 길가다가 대피 방송 울리면 바로 대피소로 도망치고.”

 

““.””

 

자신들을 걱정하는 담임의 심정이 조금은 와 닿았는지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는 학생들. 고은영 선생은 한숨을 쉬고는 다시 털털한 어조로 말했다.

 

얘기할 건 여기까지. 난 교무실 갈 테니까 떠들 거면 조용히 떠들어라. 옆 반 쌤한테 걸리지 말고.”

 

은영이 앞문을 통해 교실에서 나가자 교실 여기저기에서 약속이라도 했는지 잡담하는 소리가 일기 시작했다.

 

세호도 성훈과 현모를 만나러 책상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세호의 귓가를 때린다.

 

요즘 세상 참 무섭다.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질 않나. 이래서 어디 밖에 나갈 수가 있나.”

 

난 이형력자가 더 무서워. 몬스터는 나타나면 대피 방송이라도 울리지. 그 놈들은 나타나도 방송도 안 울리잖아. 오히려 그 자식들이 괴물이지.”

 

말 잘했다. 하여튼 능력자들도 어디다가 격리시켜야 한다니까.”

 

이형력자에 대한 시선은 극과 극을 오간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몬스터와 싸우거나, 능력을 사람들을 돕는데 이용하는 능력자도 있기 때문에 능력자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으나, 개인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능력을 쓰거나 강도, 살인, 테러 등 범죄에 능력을 이용하는 사람 역시 있기 때문에 능력자를 사회악, 구제해야 할 해충, 또는 몬스터와 싸우는 기계로 매도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어이, 세호.”

 

때마침 세호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성훈의 목소리.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세호는 성훈과 현모에게 고개를 돌린다.

 

아침부터 왜 이리 죽상이야?”

 

? , 아니 그냥 요즘 세상 참 위험해진 거 같아서.”

 

애써 쓴웃음을 짓는 세호.

 

하긴. 요즘 너 요새 하얀 머리 귀신 들어봤냐?”

 

하얀 머리 귀신?”

 

한밤중에 멍하게 생긴 흰머리 여자애가 나타난대. 며칠 전에 민간인들이 그 귀신한테 습격당해서 입원했다던데.”

 

이 새끼 또 어느 기레기 찌라시를 곧이곧대로 믿네.”

 

성훈이 그의 머리를 슬쩍 치며 놀리자 현모는 머리를 감싸며 특유의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찌라시 아닌데? 뉴스 나왔는데? 만원 빵 할래?”

 

.”

 

현모와 성훈이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세호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는 생각했다. 이 세상에 어떤 것이 나타나더라도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네 어제 얘기한 작년에 쓴 소설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오라전대 피스메이커나 클로저스에서 영감을 받아와서 썼었는데

지금 보니 대사나 서술이 너무 어색한 감이 있네요 ㅠㅠ 조만간 다시 고칠 예정이니

이후 올리는 소설 중에서도 대사나 묘사 중에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얘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그인하고 댓글 작성하기
루리웹 오른쪽
루리웹 유머
루리웹 뉴스 베스트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루리웹 유저정보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