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가 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 정식으로 심인, 즉 핵심인적자원 모집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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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서 넣고 왔습니다요. 답신은 나흘 내로 오는데, 룰하고 장소 모두 거기에 쓰여 있을 거라 합니다."
봉팔이 택시에서 내려서 한 첫 마디였다. 진실을 찾았으니 퍼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교사 같은 굳은 결의와 동시에 여태까지 이룬 걸 잃을 수 없다는 냉정함이 느껴지는 말에
젊은 아가씨고, 꼬맹이도 잠시 조용해졌다. 능청맞은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결의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이건 응시표! 잃어버리면 안..."
"영수증이잖아 새꺄"
"헉!"
그럼 그렇지. 봉팔이 그렇게 치밀할 리가 없다 생각하는 민철이었다.
"봉팔씨, 중요한 거니까 꼭꼭 숨기는 거야 이해하는데 자기 기억까지 속이지는 마. 우리도 찾기 힘들잖아"
그러면서 민호가 버거 봉지에서 종이를 꺼냈다. 응시표였다.
"거기다 영수증 구입품목만 봐도 다 티가 나는데 뭐. 햄버거 샀는데 응시표라고 영수증 꺼내면 응시표는 어딨겠어?"
"하여간 쓸데없는 것만 따라한다니까"
"헤헤, 역시 쉬운 게 아니네요. 나라에서 괜히 안 놓으려는 게 아니군요."
"그래, 그러니 이제는 놓게 만들어야지... 언넝 밥이나 먹자. 배고프다."
민호가 봉지를 뜯고 버거를 막 베어 물려는 순간, 밖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올 놈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공개적으로 잡는 걸 천명했다 해도 표적인 건 사실이기에 일단 벽에 엄폐하였다.
'야 봉팔이! 명색이 니 집이잖아. 주인답게 맞이해봐...!' 민철이 당황한 듯 속삭였다.
'아휴 그럼 누구 집이겠어요? 걱정 놓으시라요!' 사실 자기 집이기에 당당하고 말고도 필요없다 생각한 한봉팔이었다.
"심인 선발시험에 신청하신 한봉팔씨 맞습니까?"
물어보는 사람의 위압적인 기운을 느끼기 전까진 말이다.
"아... 예... 제가 신청자 한봉팔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태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위압감에 그의 목소리는 떨릴 수밖에 없었다.
"신청하신 팀원의 신분을 검증하기 위한 현장방문 절차입니다.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제가 신청했을 때 접수했던 분은 다른 분이었는데요...?" 하지만 위압적이라 해도 물을 건 물어야 했다. 자신이 진실을 밝혀낸 방식이기에 포기할 수 없기도 했다.
"실례했군요. 여기 공문입니다." 문서에는 분명 국가자원관리처장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거기 연희씨, 미미양. 언넝 나와보슈." 그제서야 한봉팔은 숨어있는 둘을 불렀다.
"검증 끝났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리처 직원이 말했다. "그런데 이 꼬마분도 진짜 참여하는 겁니까?"
"뭐 어쩔건데 인마, 노화역행이 과해서 이런 거라고."
"말투를 보니 노련해 보이긴 하네요. 좋습니다. 신분증 상에도 문제는 없군요."
나라가 알아서 조작해준건데 문제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럼 김민철 씨, 성민호 씨. 한봉팔 씨와 같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내일 룰과 장소에 대한 공지가 별도로 있을 겁니다."
"...뭐라고?" 민철이 심각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중에 민호가 옆구리를 툭툭 쳤다.
'추적은 못해도 데이터는 다 남아있으니, 신분노출이야 당연한 거야. 침착해.'
"칫. 볼일 다 봤으면 빨리 가라고."민철도 표정을 빠르게 수습하고 적당히 둘러댔다.
"맞더나?"
차 안에 들어간 요원을 향해 심유나가 한 말이었다.
"두 눈으로 보고 왔습니다... 몸은 완전히 달라졌을지언정 말이며 행동 모두 그 분이었네요..."
요원의 눈에는 회한인지 기쁨인지 모를 물기가 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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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죽음과 부활(?)에 관련한 떡밥은 제가 해석하건 다른 분이 해석해드리건 남겨 두는 게 나중을 위해 더 재밌을 듯하네요.
이번에는 접수와 관련된 작은 에피소드로 꾸며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