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법 및 문화 검열 글 쓰는 게시판 | 구독자 9명 | Pink Corps

사실 저는 '모든 일본 서브컬처의 근원'을 풀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청법이 아니었다면 근 10년 전에도 이미 이야기 가능했을 정도로 진작에 정리된 지식이지만, 이걸 설명하려면 특정 야겜이나 망가 등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근데 그걸 현행 아청법 기준으로 치환하면, '내가 N번방 어쩌구도 직접 봤는데 그걸 근거로 이야기하자면...'비슷한 이야기가 돼 버립니다. 같은 법으로 묶여서 같은 취급을 받고 있으니까요.

다른 루리웹 유저분들처럼 저도 N번방 그런 걸 본 적은 없습니다만, 야겜 망가 같은 표현물을 봤냐고 묻는다면 이런 서브컬처 사이트에서는 상당수가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습니다. 공론화도 안 됩니다. 그러니 연구도 분석도 뭐도 전부 벽에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안 걸리면 그만이다 싶은 게시판 잡담으로나 가능하지, 만인 앞에 드러낼 객관적 분석 결과로 이걸 꺼내는 순간 '보기에 기분나쁘다'를 넘어 법적으로까지 문제가 됩니다. '저 사람이 그걸 봤다고 자백하고 있어요!'라고 누군가 단체로 찌르는 순간 법적으로 N번방 본 사람과 같은 취급을 받고, 수사기관도 움직여야만 하는 게 원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키드모처럼, 상당수가 위험한 선을 넘나들고 있는데 알려지지 않았고 찔리지 않아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것뿐이죠.


'블루아카도 성공한 기념으로 이거 이야기나 할까'하다가도 결국 하지 못하게 된 건 그런 이유가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다르게 말해, 아청법에서 표현물이 빠지면 이건 바로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말하는 김에 조금만 미리 풀자면..

* 블루아카이브는 한국 창작물 최초로 일본 서브컬처 취향을 제대로 직격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만화도 애니도 게임도 이렇게까지 그걸 정통으로 맞춰서 성공한 작품은 없었습니다. 결과만 보면 일찍이 라그나로크가 성공하긴 했지만, 그건 블루아카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 이걸 이야기하려면 '그림체'이야기도 같이 해야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일본에서만 통하는 그림체'라고 배척하던 그 그림체는 사실 동양권에서는 통하는 그림체입니다. 일본만이 아니라 중국에도, 대만에도, 한국에도 그 그림체를 이해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습니다.

* 다르게 말하면 그 '그림체'부터 서양권에선 이해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역사적으로 없었습니다. 예전엔 없었어도 지금은 생겼을 수도 있지만, 여튼 그 그림체를 이해하는 난이도부터가 한국중국대만일본에 비하면 서양에선 상당히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 그래서 '모든 일본 서브컬처의 근원'같은, 정말로 일본에서만 통하는 딥한 부분까지 서양에서 제대로 분석될 가능성은 훨씬 낮습니다. 그림체부터 이해할 수 있는 동양권 쪽이어야 이게 분석될 가능성도 이해될 가능성도 활용될 가능성도 훨씬 더 크게 잡히겠지요.

* 근데 제가 앞으로 할 이야기를 먼저 정확히 이야기한 곳은 아직 한 군데도 못 봤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이걸 다들 모른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는(설명까지 가능한) 작품전개 상당수에 대해 '왜 이렇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꾸준히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원도 안 나오는 이 작은 나라에선 수출에, 혹은 문화에 많은 걸 걸어야 되는데, 영화 드라마 K팝에 비해 이쪽 영역만 부실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면 저는 이런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제대로 논의도 안 되는 환경에서 뭘 근거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까요.

그나마 '아동용이 최고다 한국은 아동용만 만들어야 한다'는 광풍이 사라진 건 발전을 위한 첫발 역할을 해줄 것 같지만, 전연령 고연령부턴 그쪽에 대한 수많은 분석과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ps. '보쿠노 피코'를 만든 일본 감독이 '극악한 아청물 제작범'취급을 받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공룡메카드 제작에도 참여한 걸 보면, 역차별 이야기부터 진작에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합니다.

로그인하고 댓글 작성하기
루리웹 오른쪽
루리웹 유머
루리웹 뉴스 베스트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루리웹 유저정보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