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사기 의혹이 제기된 가상자산 ‘루나’의 폭락으로 손해를 본 한 개인투자자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결과가 주목된다. 50대 투자자 A씨는 지난 1일 “1억5600만여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거래소의 내부 사정 때문에 루나를 제때 처분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월말~6월초 루나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줄줄이 상장폐지된 이후 손실을 본 투자자 100여명이 권도형 테레폼랩스 대표 등을 집단 고발함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루나와 관련해 투자자가 거래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이건이 처음이다.
A씨의 변호인에 따르면, 베트남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3월24일 자신이 보유한 루나 약 1310개를 팔고자 업비트 거래소의 본인 명의 전자지갑에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열어 둔 본인 명의 전자지갑으로 보냈다. 매각 대금을 베트남 화폐인 ‘동’으로 받기 위해 해외거래소로 보낸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바이낸스는 이체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A씨가 보낸 루나를 돌려냈다고 했지만 자신의 전자지갑에서 루나를 찾을 수 없었던 A씨는 “루나가 반환됐다는데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며 업비트에 문의했다.
업비트 측 직원은 “해당 루나는 A씨의 전자지갑이 아니라 업비트의 전자지갑에 오입금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확인했지만 “‘트래블룰’을 준수한 반환 절차를 준비 중이어서 바로 돌려줄 수는 없다”는 반응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트래블룰’이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만든 규칙으로, 암호화폐 이체 또는 교환 시에는 양쪽 당사자의 정보를 거래소가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내에선 특정금융정보법에 개정돼 지난 3월25일 시행되면서 이 규칙의 법률적 강제력이 발생했다.
A씨는 27번이나 반환(복구 서비스) 가능 시점을 업비트에 문의했으나 그때마다 업비트 측은 “준비 중”이라고만 했을 뿐 루나를 돌려주진 않았다고 한다. 루나가 묶인 상태에서 지난 5월 루나 시장가격 폭락이 시작됐고 결국 전 세계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업비트가 ‘준비 중’인 사이 보유한 루나의 가치가 ‘0원’이 되어버린 셈이다.
A씨 변호인은 “업비트는 이용자에게 계속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용자의 의견이나 불만이 정당할 경우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아서 이용자가 적시에 가상자산을 처분하지 못하면 이용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소장에 담았다.
이에 대해 업비트 측은 “아직 소장을 보지 못해 구체적인 소송 내용을 먼저 확인하겠다”는 반응만 보였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업비트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빠르게 해결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에선 두나무가 반환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아서 이용자에게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두나무에게 귀책사유가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회사가) 조처를 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면 배상 책임을 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나무 이용약관은 정부기관의 사실상·법률상 행정처분 및 명령 등을 준수하기 위한 점 및 손해 발생 방지를 위해 관리자의 주의를 다 했음이 입증되면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A씨 변호인은 “A씨가 바이낸스에 보낸 루나가 그대로 다시 반환됐고, 이를 자산에 반영해 달라고 장기간 수차례 요청했는데도 이뤄지지 않은 게 사안의 본질이다”며 “(두나무 측이)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다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