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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공국을 재건하는 정통판타지 '몰락한 공국의 셋째아들 제국을 삼키다'

루리웹 유저 여러분, 안녕하세요.
문피아에서 판타지 소설 <몰락한 공국의 셋째아들 제국을 삼키다>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키는 정통 판타지 군상극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제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서부 대륙의 거대한 방패였던 아르카디아 공국.
어느 날, 공왕이 암살자의 칼에 쓰러지고, 그를 이어 군대를 이끌던 첫째 아들마저 배신자들의 함정에 빠져 잿더미 속에서 전사하고 맙니다.
공국은 외적의 침공과 내통자들의 탐욕 속에서 멸망의 위기에 처합니다.
이 처절한 절망 속에서, 척박한 전장을 누비던 셋째 아들 '유수'가 피로 얼룩진 왕관을 쓰게 됩니다.

• 냉혹한 심판과 철혈의 통치: 주인공 유수는 위선과 타협하지 않습니다. 공국을 갉아먹는 배신자 귀족들을 대전에서 가차 없이 참수하며, 흔들리는 나라의 기강을 피로써 바로잡습니다.
• 매력적인 남매들의 군상극: 각자의 방식으로 조국을 지키려는 남매들의 서사가 돋보입니다. 최전선의 맹수 같은 '왕', 얼음 같은 이성으로 행정을 장악하는 '누이', 공국을 위해 어둠의 자본과 손을 잡는 '막내'까지. 각자의 역할이 맞물리며 거대한 제국에 대항합니다.
• 처절하고 현실적인 전장 묘사: 마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 병사들의 숨결과 방패가 맞부딪히는 현실적이고 묵직한 전쟁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깊이 있는 정치 암투와 웅장한 전쟁 대서사시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즐거운 독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https://link.munpia.com/n/564595


제11화: 붉은 국경선 (5) - 살고 싶으면 버텨라

 

전장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은 듯한 기묘한 침묵이 대지를 훑고 지나갔다.

수만 명의 병사가 내뿜는 뜨거운 피의 열기와 단말마의 비명, 무구와 무구가 부딪히며 빚어내는 끔찍한 파열음 속에서도, 오직 유수가 서 있는 공간의 주변만큼은 시간이 기괴할 정도로 느리게 흐르는 환각이 일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을 목전에 두고, 생존의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자들만이 공유하는 짙은 공포의 발현이었다.

 

곁에서 창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주저앉아 있던 노련한 용병 하나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핏물 고인 흙바닥을 짚었다. 그는 대륙의 수많은 수라장을 전전하며 지독한 죽음의 냄새를 숱하게 맡아온 베테랑이었으나, 지금 눈앞의 지평선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들이닥치는 것은 그가 평생 겪어온 '전쟁'이라는 범주를 아득하게 벗어나 있었다.

그는 잇몸에서 피가 배어 나오도록 이를 악물며, 절망이 가득 담긴 쉰 목소리를 토해냈다.

 

“······저건 못 막습니다. 대장, 제발 뒤로 피하십시오! 저건 인간이 맨몸으로 받아낼 수 있는 돌격이 아닙니다!”

 

저 멀리 붉은 흙먼지를 장막처럼 두르고, 거대한 쐐기 대형으로 좁혀오는 미르스 중장갑 기병 삼천의 돌진. 그것은 단순한 전술적 기동 따위가 아니었다. 대지의 모든 생명체를 무자비하게 짓이겨버리는, 멈출 수 없는 강철의 해일이었다. 수천 개의 말발굽 소리는 땅의 울림을 타고 올라와 병사들의 다리를 마비시키고 심장을 터뜨릴 듯 옥죄어왔다.

하지만 최전선에 홀로 선 유수는 단 한 치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적의 피로 미끄러운 손을 꽉 쥐어 창자루를 부서져라 고쳐 잡았을 뿐이다.

 

‘내가 여기서 한 발짝이라도 물러선다면.’

 

유수의 칠흑같은 눈동자 너머로, 시뻘건 화염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던 타렌성의 끔찍한 잔해와, 제 한 몸을 불태워 길을 열어주던 강무, 그리고 눈을 감은 아버지와 형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등 뒤에 남은 자들은 이성을 잃고 도살장의 짐승처럼 도륙당할 것이다. 아르카디아라는 이름은 이 타렌 평원의 붉은 흙 속에 영원히 묻히게 되겠지. 그것만은 내 뼈가 가루가 되고 내 살점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허락할 수 없다.’

 

유수의 등 뒤에서 주춤거리던 보병들이 느낀 감정은 저토록 단단하고 넓은 등이, 곧 들이닥칠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형체조차 남지 않고 바스러질 것이라는 끔찍한 확신이 그들의 뇌리를 지배했다.

 

“······막는다.”

 

낮게 가라앉은, 그러나 태산처럼 묵직하고 결코 흔들림 없는 목소리였다.

유수는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한 발 앞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가 내딛는 발자국마다, 선혈로 질척이는 붉은 진흙이 짓눌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뒤에 엉겨 서 있던 아르카디아병들은 그 믿을 수 없는 뒷모습을 보며 일제히 숨을 멈췄다.

 

‘왕족이라는 저 사내가 정말로 해일처럼 밀려오는 기병대를 정면에서, 혼자 받으려는 건가?’

 

병사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유수의 육신이 말발굽에 처참하게 으깨지고 끔찍한 창날에 꿰뚫려 허공에 매달리는 잔상이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는 경악에 차 비명을 삼켰고, 누군가는 그가 완전히 미쳤다고 확신하며 덜덜 떨리는 다리로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유수는 그 어떤 동요도 없이, 오히려 자세를 더욱 낮게 깔았다.

하체에 실린 육중하고 압도적인 힘이 지면을 깊숙이 파고들어, 마치 수천 년을 버텨온 거대한 고목이 대지에 뿌리를 내린 듯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가 전신에서 뿜어내는 기묘하고도 맹렬한 압도감에 짓눌려 주춤하던 병사들의 귓가에 유수의 음성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방패를 든 자들은 한 놈도 빠짐없이 내 등 뒤로 모여라.”

 

피를 토하는 듯한 낮고 굵은 목소리가 평원의 바람을 찢었다.

 

“창을 든 자들은 방패 뒤에 몸을 숨기고 무기를 앞으로 고정해라. 그리고 내 말을 똑똑히 들어라. 살아서 고향 땅을 밟고 싶다면, 오늘 여기서 죽어도 버텨라. 너희의 무릎이 꺾여 내 등이 뚫리는 순간 너희의 가족을 지켜줄 아르카디아는 영원히 대륙에서 사라진다.”

 

그 결연한 선포에 병사들의 흔들리던 눈동자가 기이하게 일렁였다.

공포는 여전히 그들의 숨통을 쥐고 있었으나, 그 압도적인 공포조차 불태워버릴 더 거대하고 장엄한 '의지'가 유수의 등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비겁하게 등을 보이며 도망치다 적의 창칼에 꿰뚫려 개죽음을 당하느니 기꺼이 앞장서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저 군주의 등 뒤에서 전사로서의 마지막 명예를 지키는 것이 낫겠다는 뜨거운 동질감이 아르카디아병들의 꺾인 전열을 타고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마침내, 미르스의 정예 기병대가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수천 개의 말발굽이 땅을 짓이기는 소리가 거대한 지면을 뚫고 올라왔고, 유수의 거친 심장 박동마저 그 압도적인 소음에 완전히 잠식당했다. 적 기사들의 두꺼운 흉갑이 반사하는 차갑고 날 선 빛무리가 유수의 칠흑 같은 눈을 날카롭게 찔렀다. 선두에 선 육중한 군마의 콧구멍에서 뿜어지는 뜨겁고 거친 숨결이 유수의 얼굴에 고스란히 닿을 거리였다. 죽음의 사신이 유수의 코앞까지 낫을 들이밀었다.

 

언덕 위에서 지휘 깃발을 쥐고 있던 양전은 본능적으로 지휘봉이 부러져라 꽉 움켜쥐었다.

지휘관으로서 그는 지금 유수가 벌이는 짓이 얼마나 무모하고 자살 행위인지 알고 있었다. 거대한 진세가 뿜어내는 무자비한 파괴력과 기세의 격차는 두 눈으로 보기에도 끔찍할 만큼 명백했다. 하지만 양전의 핏발 선 눈동자는 절망이 아닌 자신의 의형제가 만들어낼 단 한 번의 기적적인 변수에 매달리고 있었다.

 

여랑은 이를 꽉 깨문 채 석궁 시위를 당기는 손가락을 미세하게 떨었고, 멀리 우측면에서 거친 도를 휘두르던 나타는 당장이라도 말머리를 돌려 뛰어들고 싶은 충동에 짐승처럼 포효했다. 심지어 저 멀리 거대한 본진의 흑마 위에서 전장을 조망하던 대장군 보평조차, 미동도 없이 기병대를 마주한 저 사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격돌의 찰나.

유수가 쥔 창의 끝이 태양 빛을 가르며 허공으로 번쩍 치솟았다.

폭풍 전야의 팽팽한 정적을 무자비하게 찢어발기며, 미르스 기병대의 거대한 강철 쐐기가 아르카디아 중앙의 우측 목줄기를 향해 들이쳐 들어갔다.

 

콰아아아아아—!!!

인간의 고막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세상이 두 쪽 나는 듯한 거대한 충격음이 타렌 평원 전체를 무자비하게 뒤흔들었다.

최전선에 늘어섰던 아르카디아 병사들의 낡은 방패가 형체도 없이 박살 나고 장정의 몸뚱어리가 마치 찢어진 종잇장처럼 허공으로 팽개쳐졌다. 군마의 거대한 몸집과 무쇠 굽이 넘어진 보병들의 갑옷과 뼈를 짓밟으며 피의 길을 내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으깨지는 병사들의 육신 위를 짓이기며 미르스의 강철 물결이 단숨에 아르카디아의 심장부를 도려내려 했다.

그러나 그 파괴적인 전장의 한복판 태풍의 눈이 머무는 정중앙에서 단 한 명. 유수만은 한 치도 밀려나지 않고 버티고 서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유수의 전신에 얽힌 근육들이 흉갑을 찢어버릴 듯 기괴하게 팽창했다.

그의 창끝이 벼락보다도 빠르고 맹렬한 궤적을 그리며 튀어 올랐다. 선두에서 미친 듯이 돌진하던 미르스 기마 장교의 가슴팍 중앙에 유수의 창이 묵직하게 박히는 순간, 유수는 산을 부수고 들어오는 듯한 그 엄청난 관성의 반동을 오직 두 다리와 허리의 힘만으로 기적처럼 받아내며 창자루를 거칠게 비틀어버렸다.

 

우두둑, 콰직!

유수의 어깨뼈와 인대가 끔찍하게 어긋나며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그의 눈빛은 도리어 악귀처럼 형형하게 타올랐다.

 

“커헉!”

 

선두 기사가 가슴이 꿰뚫린 채 피보라를 뿜으며 말에서 튕겨 나가 바닥을 처참하게 굴렀다. 주인을 잃고 요동치는 선두의 거대한 군마 뒤로 맹렬하게 꼬리를 물고 따르던 두 번째 기병이 쓰러진 동료의 말에 다리가 걸려 주춤하는 찰나였다.

유수는 찢어질 듯한 고통을 씹어 삼키며 거둬들인 창을 다시금 수평으로 휘둘렀다. 은빛 섬광이 번쩍이는 순간, 두 번째 기병의 목줄기가 투구째로 끔찍하게 꺾여 나갔다.

하지만 기병대의 파도는 끝이 없었다. 세 번째로 쇄도한 기병의 육중한 창날이 유수의 쇄골을 비껴가며 왼쪽 어깨 갑옷을 완전히 부수고 깊은 상처를 파놓았다. 뜨겁고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지만, 유수의 팔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듯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음 공격의 궤적을 이어나갔다.

 

푹—!! 콰아앙!!

유수의 창끝이 세 번째 돌격해 오던 선두 기마의 두꺼운 목줄기를 완벽하게 관통했다. 끔찍한 짐승의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지는 거대한 말의 몸체. 그 엄청난 거구에 깔리고 걸린 뒤쪽의 기병 십수 명이 엄청난 파열음을 내며 연쇄적으로 엉켜 넘어지기 시작했다.

쐐기처럼 날카롭게 박혀 들어오던 돌격의 선단이, 맨몸으로 버텨낸 한 명의 사내 앞에서 순식간에 찌그러지며 붕괴되어 버린 것이다. 멈출 수 없으리라 믿었던 강철의 해일이, 유수라는 이름의 절대적인 암초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고 갈라지는 장엄한 형국이었다.

완벽한 정지. 거대한 폭포수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혀 역류하는 격이었다.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한 아르카디아 병사들의 퀭한 눈동자에 미친 듯한 생기가 폭발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도살장에 끌려가며 죽음만을 기다리던 가축의 눈이 아니었다. 절대 불가능해 보이던 거대한 해일을 제 피와 뼈를 깎아가며 멈춰 세운 군주를 향한 광적인 경외심, 그리고 '우리가 뭉치면 기어이 살아서 적을 죽일 수 있다'는 지독한 열망이 그들의 식어버린 심장을 터질 듯이 두드렸다.

 

“······대장의 등 뒤에, 저 남자의 곁에 서 있으면, 도망치지 않아도 될거같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던 병사들의 가슴 속에 '생존과 복수'라는 이름의 맹렬한 희망이 횃불처럼 타올랐다. 그들은 더 이상 눈앞의 미르스군을 무적의 재앙이나 신의 형벌로 보지 않았다. 그들도 창에 찔리면 붉은 피를 쏟아내고, 말에서 떨어지면 목이 부러져 비명을 지르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위대한 사실을, 유수가 온몸을 던져 증명해 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다! 무너진 틈을 한 치도 남기지 말고 메워라!!!”

 

기회를 엿보던 양전의 처절한 포효가 벼락처럼 전장을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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