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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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
그들은 문자 그대로 솔레스탈 빙을 감시하는 존재들이었다.
현재 조직은 아직 분쟁에 개입하고 있지 않으며, 아직 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존재였다. 지금 조직에서 가장 중요시 되고 있는 것은 태양로를 탑재한 모빌슈츠 <건담>의 개발이었다.
이 시점에서 감시자들은 그 건담 개발의 과정을 체크하고 있었다. 혹시 조직의 존속과 관련된 중대한 미스가 발견되었을 경우에는 그 즉시 미션 플랜의 정지, 또는 재편을 베다에 진언하게 된다. 감시자란 베다에 대한 거부권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다. 이오리아 슈헨베르그는 컴퓨터인 베다에게 조직을 통괄시키는 한편,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의해 조직을 감시시킨 것이다.
거부권을 가진 감시자에 대하여 베다는 정보를 감추려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라도 밝힌다. 베다는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거기에 거짓이나 속임수는 없다.
물론 감시자라 하더라도 베다가 가진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태양로의 설계 데이터는 볼 수 없다. 이러한 최중요 데이터를 간단히 열람할 수 있었다면 감시자 중에서 조직을 배신하고 사욕을 채우려 하는 자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시자란 어디까지나 조직의 행방을 계속해 바라보기 위한 데이터의 확인만이 허가되어 있었다.
감시자 들에게 새로운 데이터가 주어졌다. 개중에는 지상에서 이루어지던 제2세대 건담의 개발을 끝내고, 분쟁 개입을 위한 예비 테스트에 들어간다는 것도 적혀있었다.
"드디어 인가."
감시자는 감개무량했다.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을 떠올렸다. 그것은 아버지 대로부터 이어진 시간이었다. 이 감시자는 역할을 아버지로부터 대대로 이어왔다.
이대로 테스트가 무사히 끝나면 본격적으로 무력개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건담이 세계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내 대에서 그것을 볼 수 있을줄이야……"
돌아가신 아버지도 그것을 강하게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젊을 때는 스스로도 무리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계획은 생각보다도 가속하고 있는 모양이군."
이유는 알 수 없다.
언젠가는 그것에 대해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른 감시자와 협의할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솔레스탈 빙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센세이셔널한 사건의 목격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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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도는 스스로도 우스울 정도로 침착한 상태에 적잖게 놀랐다.
"나, 어떻게 된거지."
지금 그는 건담 아스트레아의 콕핏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를 태운 아스트레아는 전장에 있었다.
적과의 거리는 아직 멀었다. 그 때문인지 사고가 회전한다. 무의식적으로 어째서 전장에 나오게 된 것인지, 출격 전의 일들을 되새겨 보았다.
"분쟁 개입에 대한 예비 테스트를 실행하겠습니다."
미팅 룸에 모인 마이스터들. 그들 중, 모니터 속의 건담 마이스터 874가 베다의 지령을 전했다.
"적은 AEU, AEU-05 헬리온 부대입니다. 공중전이 주특기인 적이니 원래라면 아블홀을 사용해야 할 미션이지만, 마레네 블라디의 부상 때문에 이번에는 루이도 레조난스의 아스트레아로 출격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알았어."
지금까지 모빌슈츠의 파일럿이면서 싸우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루이도 였지만, 이번 만큼은 스스로 출격하기로 한 것에 망설임은 없었다.
마레네를 대신해 출격한다
그러면 힘낼 수 있다는 것이다.
루이도는 생각했다. 마레네는 상냥한 마음씨를 가진 여인이다. 그녀는 싸움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를 전장에 내보내고 싶지는 않아.)
그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자신이 잘 싸운다면 그 바람은 이루어진다.
삐비빅!
경고음에 루이도는 현실로 돌아왔다.
E센서에 반응이 있었다. 틀림없는 헬리온 부대다. 핼리온은 기지에서의 환장을 통해 인간형 모빌슈츠로 부터 항공기와 같이 운용할 수 있는 비행형태로 변형하는 것이 가능했다. 솔레스탈 빙이 소유한 아블홀 처럼 출격중에 변형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그럼에도 공중전 능력은 상당히 높은 기체이며, 오랫동안 AEU 군의 상층부가 추구하던 이상적인 모빌슈츠였다.
"미안하지만, 선공은 받아가겠어."
루이도가 아스트레아의 레버를 당긴다. 아스트레아의 등에 달린 쓰리 스러스터로 부터 대량의 GN입자가 뿜어져 나오며 기체를 하늘로 밀어올렸다.
한 순간에 헬리온 부대보다 고고도로 날아올랐다. 그대로 오른손에 장비한 GN빔 라이플을 사용한다.
피융!
피융!
피융!
연속해서 세 발을 쏘았다. 그 세 발이 모두 적기에게로 빨려들어 간다.
헬리온은 공중에선 항공기 클래스의 운동성능을 지닌다. 하지만 빛과 같은 속도로 덮쳐오는 빔이게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불어, 전장에 살포된 GN입자의 효과에 의해 레이더도 통신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적 파일럿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해할 새도 없이 격추되었을 것이다.
"......미안하다."
루이도는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분쟁에 대한 개입은 영구적인 평화를 위한 것이며, 그것은 정의를 위한 것이고, 지금은 마레네를 위해 싸우기로 정했다.
동요도, 후회도 없다.
……하지만, 역시……
전기물의 주인공이 느낄법한 전장의 고양감 같은 건 전무했다.
"그래도 해야만 해. 알고 있어. 나는 솔레스탈 빙의 이념에 찬동했으니까. 건담 마이스터니까!"
외친다. 자신을 타이르듯이.
그리고 다시 라이플을 발사한다.
공중에서 싸우는 아스트레아는 몹시 불안정한 존재였다. GN입자를 통해 기체를 제어하고 있긴 하지만, 그 인간에 가까운 기체 형상은 공기역학과 같은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억지로 기체를 하늘에 띄워놓는 것에 가깝다.
적이 반격해왔다.
기체의 기수 부분에 설치된 180mm 활강포를 발사한 것이다.
"큭."
꼴사납게도, 크기 회피하려다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루이도는 공중에서의 자세제어를 포기하고 일단 그대로 기체를 땅으로 내렸다.
"나도 참 한심하네, 반격 좀 받은 것 가지고 쫄다니."
지상에서 올려다보자 아스트레아의 위를 헬리온이 통과하고 있었다.
잘 빠진 비행기.
그런 인상을 주는 기체였다.
한편 아스트레아를 발견한 헬리온의 파일럿은 더 놀랐을 것이다. 건담은 현용 병기와 비교하면 몇백년은 앞설 기술이 사용되어 있다. 그것은 더욱 인간과 같은 프로포션에서 알 수가 있었다.
방금 사용한 빔 라이플도 그러했다. 건담이 빔 병기를 사용할 수 있는것에 반해 헬리온은 실탄을 발사하는 활강포를 장비하고 있었다. AEU에서는 전기가속을 통한 고속 사격이 가능한 리니어 캐논을 개발중이었지만, 아직 실용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갑도 건담이 더 위야!"
설령 활강포를 사격해 와도 흡집 하나 나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안의 파일럿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 점에서 보면 피할 수 있는 공격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싸울 수 없다.
"한 번 더!"
루이도의 기합과 함께, 다시 한 번 아스트레아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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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으로부터 돌아온 루이도는 몹시 지친 상태였다.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마레네였다.
"피곤할 텐데 미안해. 아무래도 감사 정도는 해 두려고."
"이게 우리의 일이니까. 뭐, 마레네 너한테 감사를 받아서 확실히 기분은 좋아. 기뻐. 피로도 풀렸고."
루이도는 피로에 뭉친 몸을 주무르며,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의 뒤를 이어 본격적으로 무력개입을 할 마이스터는 터프한 녀석이어야 겠는데. 베다에 말 해 둬야겠어."
"무슨 소리야……넌 무사히 돌아왔어. 그거면 된거야."
"그렇게 말해주다니, 그것도 기쁜데."
"조, 조용히 해. 무심코 말 해 버렸을 뿐이니까……"
"무의식중에 꺼낸 말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사실이 섞여있는 법이지."
"뭐야, 그게?"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세한 부분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네가 문학청년일 줄은 몰랐는걸. 뭐 세세한 부분이 적당적당인건 너 답네."
"말 안했던가? 뭐 괜찮아 서로에 대해서는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면 될 테니까."
루이도의 말을 듣고, 마레네는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완전 프러포즈잖아. 이녀석이라면 자기가 무슨 말을 한건자도 모르고 있겠지만……더이상은 못 견디겠어.)
마레네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어쨌든 미안해, 나 때문에. 내가 나갔으면 문제 없었을 텐데. 이것 만은 말하고 싶었어."
"괜찮아. 게다가……" 루이도의 눈동자가 할 말을 찾고있다. "그래. 내가 메카를 좋아하는건 알잖아. 메카에 탈 수 있다. 나한테 있어서 그렇게 즐거운 일은 없으니까."
잔뜩 지친 루이도는 딱 봐도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루이도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마레네는 그를 잘 알고있었다. 루이도의 피로는 정신적인 것도 매우 컸다.
사람을 죽였다. 그러한 사실이 그를 좀먹어갔다.
"넌 정말 거짓말이 서툴어."
"확실히……그럴지도."
루이도는 간단히 인정하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번 미션에서 마레내 대신 나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정말이야."
루이도가 마레네를 바라보았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나같은건……"
"난 거짓말은 서투르니까 솔직하게 말할게.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아, 알고있어. 그건 당연하지, 넌 동료를 소중히 여기는 인간이니까. 난 확실한 네 동료고."
시선을 돌리는 마레네.
루이도의 올곧은 시선을 계속 받아들이고 있었다면……자신도 좋아한다고 말 해 버릴것만 같다.
그 때, 루이도는 마레네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입에 올렸다.
"너이기 때문이야. 마레네, 사랑해."
"......!"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사랑고백을 받은 것이다.
기쁨이 솟아올라온다.
동시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울지 않아.'
마레네는 그 참극 때 그렇게 정하고, 지금까지 실천해왔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만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눈물이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는 것 만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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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무슨 일이야 아가씨?"
이안은 정비시설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샬을 발견했다.
그라고 말을 건 순간 그것이 실패였다고 눈치챘다.
(울고있는 건가……이, 이런건 좀 서툰데.)
메카닉 분야라면 자신 있었지만 여심은 몰랐다. 하지만 말을 건 이상 뭐든 말을 해야만 했다.
"무슨 일 있었어?"
샬은 좀처럼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이안도 더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곁에 있으며 지켜보았다. '혼자 있게 해 주세요.'같은 말을 들으면 바로 그 장소에서 벗어날 샘이었지만 이 상황에서 샬을 혼자 두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뒤, 샬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이……바보같은 녀석. 어째서 솔직하게 축하해 줄 수 없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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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 중 한 사람은 데이터를 보고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예비 무력개입 테스트는 잘 된 모양이다. 데이터상 건담에게 문재는 없다. 탑승한 마이스터의 육체적 대미지도 문제 없는 수준이다. 정신적인 대미지는 데이터가 없지만…….
"베다는 감정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감시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교훈처럼 돌아다니던 말이었다. '그렇기에 인간 감시자에게 거부권이 존재한다.' 라는 말로도 이어진다.
"과연 마이스터들은 무력개입 때 어떤 것을 느낄까……"
감시자는 데이터로는 알 수 없는 정보에게로 마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