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 구독자 44명 | 덴드로비움[후미카P]

번역)기동전사 건담00P FILE No.16 AEU assault

 전편 모음

https://m.ruliweb.com/etcs/board/700064/read/3956



미팅 룸.



 군대에서 작전 설명을 위해 쓰이는 방이다. 하지만 지금 방에 모여있는 것이 "제대로 된 군인"이 아니라는 것은 척 보면 알 수 있다.



 병사들은 통일된 군복을 입고있지 않았다. 전부 각자의 사복을 입고 있었다. 유일한 공통점은 모두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다는 점이다.



 규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용병이었다.



 현재 많은 용병은 PMC라 불리는 군사기업에 고용된 사병인데 비해, 그들은 프리한 용병 집단이었다.



 실제로 PMC에 소속된 용병은 정식 군대보다 규율이 철저하다.



 옛날같은 『거친 놈들 집단』의 모습을 판에다 박은 것 같은 그들은 어떤 의미로 『멸종위기종』이며 귀중한 존재이다.



 현재 그 리더가 부하 용병들에게 미팅을 행하는 중이었다.



 리더의 눈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방대한 자료가 모여있었다.



 사진과 표, 리포트.



 자료의 형식뿐만 아니라 만든 사람도 시대도 제각각이다.



 "보스, 여기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겁니까? 당췌 의미를 못 알아먹겠는데요."



 자료를 훑어보는 몇 명의 남자들. 남자들 대부분이 그러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딱 한 사람을 빼고.



 "흥."



 보스라 불린 자가 콧김을 내쉰다. 그리고 자료를 쥐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첫번째는 10년 쯤 전 인혁련의 궤도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발생한 전투 기록.



 "이 때는 전투개시 직전에 수비, 공격 진형 양쪽 대부분의 모빌슈트가 기능을 정지했다. 우연은 아니겠지. 누군가 싸움을 멈추기 위해 무언가를 저질렀다……."



 다음은 뒷세계로 흘러간 부품 종류의 리스트. 어느 헬리온 부대가 사라지고 그 기체가 부품이 되어 폐품업자들의 손으로 흘러들어갔다.



 "부대원이 모두 탈주하여 기체를 팔아넘겼다……하지만 왜 일부러 완전 해체해서 팔아넘긴 거지? 부품보다 완성품 쪽이 더 비싼데."



 거기다 아주아주 최근 일, 수수께끼의 기체와 그것과는 또 다른 수수께끼의 기체가 교전했다는 기록. 그것은 그의 조직이 설치해놓은 감시 카메라가 우연히 찍은 것이기에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한 대는 인혁련의 시험기. 티에렌 계통의 특징이 있어. 하지만 다른 한 대는 전혀 모르겠어. 무인 카메라는 움직이는 것에 반응해서 촬영하고 있는데, 숫자도 많고 너무 빨라. 모빌슈트의 탑재 무기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설계사상의 전투기인지도 모르지……."



 그 밖에도 두 세개의 자료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어떠냐?"는 표정으로 부하들을 바라본다.



 부하들의 얼굴 위로는 여전히 "?"가 떠있었지만, 그 중 한명이 뭔가를 떠올린 건지 짝 하며 손을 부딪힌다.



 "알았다. 이건 유령이 존재한다는 증거들이구나!"



 바로 보스를 쳐다본다. 보스는 씨익 웃고있다. 남자는 자신을 가지고 말을 이었다.



 "궤도 엘리베이터 사건, 적이랑 아군 기체가 동시에 고장이 나다니 유령의 소행이라고 밖에 볼 수 없지."



 오호라, 하고 동료들이 끄덕인다.



 남자의 말은 점점 더 유창해졌다.



 "사라진 헬리온 부대는 악령에 씌여서 서로 싸우다가 전멸한 거고. 남은 기체를 고물상이 발견한거지. 전투로 파손된 상태니까 부품 상태인 거고."



 얌전히 남자의 말을 듣고있던 보스가 한 장의 자료를 들고서 입을 열었다.



 "이 인혁련 신형의 전투 상대도 유령이란 거냐?"



 그 말을 들은 남자는 크게 끄덕였다.



 "그거야말로 확실한 증거죠. 다수의 비행물체에 의한 공격. 여기까지 오면 답은 하나 아닙니까. 이 녀석은……."



 남자는 여기서 한 박자 텀을 두었다. 귀를 기울인 이들의 기대감이 고조되는 것이 느껴진다.



 "......도깨비불 입니다. 그게 버니어나 화기처럼 보인거죠."



 과연, 하고 부하들의 감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유령설을 주장하는 남자의 주가가 오르자 거기에 동의하는 자들도 따라붙었다. "난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고.", "아니, 내가 먼저 생각했어." 따위의 언쟁이 시작된다.



 "......확실히 일리는 있구만."



 보스라 불린 남자가 입을 열자 소란을 피우던 남자들이 다시 조용해진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른데."



 "보스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령설을 밀던 남자가 흠칫거리며 묻는다.



 "모르겠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상대는 유령보다 영리한 놈이다. 그거 하나는 틀림없어."



 부하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알겠다. 보스는 알기 쉽게 설명을 시작했다.



 "모든 사건에는 제3의 존재가 엮여있다. 그건 유령일지도 모르고, 다른 무언가인지도 모르지. 단 하나 확실한 건 『유령놈』은 자신의 존재를 깔끔하게 숨기고 있다는 거다. 그것도 너무 완벽한 레벨로. 그 완벽함이 반대로 『숨기고자 하는 존재』를 눈에 띄게 하고있어."



 궤도 엘리베이터에선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전투불능으로 만들었다. 무력으로 멈췄다면 확실한 흔적이 남는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헬리온 부대 건에서는 반대로 무력을 사용했다. 그래서 피해 흔적이 남은 부품을 회수하고 부대원이 모두 탈주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남은 부품은 어둠의 루트로 흘렸다.



 유일하게 인혁련의 신형 때만은 숨기려 하지 않았다.



 "이거 하나는 우연히 찍힌 거니까 말이야. 만약에 우리가 이 정보를 공개한다면 우리는 확실하게 제거당하겠지."



 "그게 유령이면 안되는 겁니까?"



 "유령이어도 상관없지. 하지만 상대는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놈들이다."



 "그럼 악마구만, 그 놈들은 나쁜 짓 달인들 이니까."



 "악마였다면 궤도 엘리베이터 사건 때 전부 다 죽였을걸."



 "그럼 뭐란 말입니까."



 부하들의 질문에 다시 보스가 대답했다.



 "짐작컨데 천사겠지. 아주 상냥한 천사님이야."



 부하들이 크게 끄덕인다.



 보스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만약에 천사가 아니고 실체가 있는 조직, 군대, 무기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는데요?"



 "이건 돈 되는 건이라 이거지."



 남자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남자들은 싸움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돈이 되는 이야기라면 가만있지 않는다. 원래 남자들은 프리랜서 용병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보스와 만나며 지시를 받게 되자 범에게 날개가 달린 모양새가 되었다. AEU군과의 계약도 성립되어 보급도 거의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보스는 가끔씩 영문모를 짓을 한다. 모두 다 이유가 있지만,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보스의 머리가 너무 비상한 것이다. 게다가 보스는 『어려운 일』, 『곤란한 일』을 좋아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보스는 그것을 극복할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까.



 "덫을 설치해 뒀지. 이제 남은 건 걸리는 게 천사인지 아닌지 그걸 확인하는 것 뿐이야."



 남자들은 AEU군에게 갖가지 병기를 대여받아 부대를 편성하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AEU-MA07007 아그릿사 타입7이다. 궤도 엘리베이터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지만 다수의 바리에이션이 존재하며, 타입7은 강력한 플라즈마 병기를 사용할 수 있다. 거기다 이동기지로서의 능력도 가지고있다. 실제로, 지금도 사막 한가운데에 부대를 주둔시키고 있었지만, 아그릿사의 동체에 달린 마이크로웨이브 수신 안테나를 사용하여 궤도 엘리베이터로부터 직접 전력을 공급받을 수가 있었다.



 "보스, 리틀 나이프가 인혁련의 신형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통신담당 부하가 보고한다.



 "재수가 좋은걸."



 보스는 큰 소리로 웃었다. 부하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명쾌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보스가 웃고있을 때는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을 때이던가, 아니면 반대로 모든 일이 예상밖으로 움직여 혼란스러워 졌을 때, 이 둘 중 하나다. 아마도 이번에는 좋은 쪽일 것이다. 부하들은 그렇게 해석했다.



 


———————





 상대는 완벽에 가까운 교묘함을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용병들의 함정에 교묘함은 필요없다.



 함정은 단순한 것이었다. 수수께끼의 부대에 대한 소문을 의도적으로 흘린다. 진짜 목표는 그것이 거짓 정보인걸 알기에 걸리지 않는다.



 우선 함정에 걸리는 것은 인혁련의 신형이다.



 이녀석은 소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러니까 걸린다. 그리고 인혁련의 신형이 낚여서 모습을 드러내면 이를 쫓고있던 진짜 목표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설령 인혁련의 신형이 이에 낚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소문을 흘리면 이윽고 진짜 목표 쪽도 움직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존재를 교묘하게 숨겨온 놈들이니까. 가짜 소문이라고는 해도 그 소문이 널리 퍼지는 게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연히 손에 넣은 인혁련의 신형과 전투기록을 공개해 버리는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쪽은 관계없는 놈들도 흥미를 가지고 참가할 위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인혁련의 신형—티에렌 치츠—을 모는 차세대 개발 기술 연구소의 파일럿, 여군 델피느 베델리아와 초병 소년 레너드 파인즈는 함정임을 깨닫지 못하고 걸려들고 말았다.



 "왜……AEU 녀석들이 전개해 있는 거지."



 초병기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인 그들은 그 존재를 시사하는 정보를 얻고 움직였다. 하지만 정보가 가리킨 장소에는 AEU군이 포진하고 있었다. 부대는 소규모이며 치츠에게 위협이 되는 전력은 아니다. 하지만 명백히 이상한 상황이었다.



 "……델……"



 치츠의 콕핏은 복좌식이다. 전방에 레너드, 후방에 델피느가 탑승한다. 전방 시트는 초병인 레너드에게 맞춰 전천후형 모니터를 채용하였으며, 헬멧도 페이스가 보이는 형태를 사용하고 있다. 뒤를 돌아본, 겁먹은 레너드의 표정이 선명히 보인다. 한 편 델피느는 풀 페이스 헬멧 안에 테이터를 투영하는 군 내에 널리 보급된 방식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 같은 콕핏 안에 있으면서도 레너드는 델피느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뭔가, 파인즈 특무소위."



 후방 시트의 델피느가 대답한다. 그 목소리는 살짝 험했다. 그녀는 "델"이라 불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베델리아 중위라고 불러라."라고 몇번이나 주의를 줬지만 레너드가 그것을 고치기 않았기에 "자신이 참으면 될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가는 말은 험해지고 만다. 아무리 여성이라도 독신인 그녀는 아이 다루기에 그다지 능숙하지 못하다.



 거기다 7살 어린애가 전우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아니 상상하는 쪽이 더 이상하지만…….



 "......반짝반짝이 다가오고 있어."



 레너드가 한 말은 델피느를 다시 현실의 전장으로 되돌려 놓았다. 곧바로 센서를 체크해 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 (레너드가 반짝반짝이라 부르는)기체가 레이더나 전파 통신을 방해하는 입자를 산포하고 있는 것인가, 센서에는 조금의 장해도 보이지 않는다.



 "그걸 어떻게 알지."



 "왠지는 모르겠어. 왜 그럴까……하지만 느껴져."



 초병은 뇌 개조를 통해 뇌양자파 사용이 가능해진다. 레너드의 능력은 불완전해서 그 능력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센서에 반응하지 않는 그 기체를 감지 했다면 그 이유는 필시 뇌양자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너무 불안해……저 AEU의 부대, 너무 무서워."



 어린 레너드가 적에게 공포와 불안을 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어림에도 병사가 되려 하는 그는 그것을 좀처럼 입에 담지 않았다.



 평소와는 다르다.



 델피느는 그렇게 확신했다.



 "탈출한다!"



 레너드의 감상을 믿는다. 그렇게 다짐한 순간 델피느는 행동했다.



 그리고 그 신속한 판단 덕에 치츠는 후에 발생한 전투에 휘말리지 않고 탈출에 성공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건담 라지엘이 비행한다.



 그 콕핏 안에서 그라베는 베다가 위성을 통해 얻은 정보로 인혁련의 신형 티에렌이 타겟 포인트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그 포인트에 아직 AEU군이 남아있다는 것도…….



 그것은 가짜 정보를 흘린 자의 타겟이 인혁련의 신형이 아닌 솔레스탈 빙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아직 본격적인 무력개입을 시작하기 전. 조직의 기밀은 절대로 지켜야만 한다.



 "그라베 비오렌트, 건담 라지엘. 목표를 섬멸한다."



 이미 AEU군의 주요 컴퓨터에 접속하여 적이 단독행동중인 용병부대 라는 것은 알고있다. 무력개입을 개시하여 적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적도 손을 쓰겠지만, 적은 이쪽의 수법을 모르고있다.



 라지엘은 단기였으며 GN세퍼는 대동하지 않았다. 적의 숫자가 소수였던 것에 더해, 지난번의 유니온군 부대와의 전투로 GN세퍼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현재 정비중이었다. 무리한다면 내보낼 수는 있는 있었지만 지금이 그 때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라베는 몰랐다.



 적 부대의 수가 적은 것, 그것도 적의 함정이라는 것을. 용병부대의 보스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 정체를 드러내려 하는 적의 높은 전투능력을. 그 압도적인 능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심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라베는 그 꾀임에 완벽하게 넘어가버린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몇 분 후, 라지엘이 출현. 전투가 개시되었다. 라지엘의 접근과 동시에 공격을 개시한 적의 헬리온을 차례대로 격파. 적의 판단은 빨랐고 남은 헬리온은 곧바로 철수해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대형 모빌아머 『아그릿사 타입7』뿐.



 공격을 개시하려던 그라베는, 갑자기 적기에게서 광통신을 받았다.



 "어떻게 너희의 정체를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냐?"



 그 물음에 그라베는 공격을 주저했다. 그라베는 조직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고 있으며, 만약에 자신 탓에 비밀이 누출됐다면 그 세부사항을 알고 싶었다.



 "그 쪽의 높은 전투력은 잘 봤다."



 대형 모빌아머의 상부에 합체해있는 헬리온의 콕핏 해치가 열렸다. 그리고 양 손을 들어올린 남자가 나왔다. 항복이었다.



 "현명하군."



 싸워 이길 수 없는 적에게는 항복한다. 그리고 그라베는 얻고 싶었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만족할만한 흐름이었다.

 


 모빌 아머의 앞에 라지엘이 착지한다. 적은 콕핏에서 나와 있었기에 통신 수단이 없었다. 그라베는 기체를 가까이 댔다.



 그 때였다. 갑자기 적의 모빌아머가 날아올랐다.



 적의 파일럿이 기체에서 떨어질 뻔 했다. 그 손에는 원격조종용 컨트롤러가 쥐여져 있었으며, 거기서 뻗어나온 코드가 콕핏 안으로 이어져 있었다. 단순한 함정이다. 그라베는 거기에 걸린 자신에게 놀랐다.



 거대 모빌아머는 라지엘을 둘러싸듯이 다리에 세트된 플라즈마 필드를 세트했다. 그 거대한 다리에서 일어난 방전에 의해 라지엘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건담은 이정도 공격을 받더라도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그라베는 아니다. 수분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그는 막대한 전력에 장시간 노출되면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그것은 생명활동의 정지를 의미한다.



 "기체만 손에 넣을 셈인가……."



 괴로워 하면서도, 그라베의 머리는 맑은 물처럼 선명했다.



 "......마무리가 어설퍼!"



 라지엘의 라이플에서 빔이 발사됐다. 설령 어떤 공격을 받더라도, 마이스터인 그라베는 태어난 순간부터 건담을 텅해 전투가 가능했다. 의식이 전부 날아가고 뇌가 증발한다 해도, 건담을 조종한다.



 단 한 발의 빔에 적은 침묵했다.



 거대 모빌아머의 상부에 합체해있던 헬리온은 탈출하지 못하고 본체와 함께 꿰뚫렸다.



 하지만 다행히 해치를 열고 있었기에 파일럿은 무사히 탈출했다. 공격당한 순간 패배를 인정하고 기체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물론 높이 30m를 넘는 기체에서 떨어진 데다 직후 폭발한 기체의 충격까지 더해져 파일럿은 넝마가 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스스로 일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걷기 시작했다.



 "잠깐."



 그라베는 적 파일럿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이미 라지엘에서 내렸다. 아직 함정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걸 두려워해서는 중요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



 남자가 돌아봤다.



 그라베는 그가 보는 앞에서 헬멧을 벗었다. 그의 검은 장발이 흩날렸다. 전투중이었기에 선글라스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라베는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으로 상대에게 같은 행동을 요구하고 있은 것이다. 그것을 이해한 상대도 헬멧을 벗었다.



 "의외인데, 상대가 장발 형씨였다니."



 그렇게 대답한 상대의 용모야말로 그라베에게는 의외였다.



 젊다.



 금발을 약간 길게 늘어뜨린 소년. 소년병은 딱히 드문 것도 아니었지만 조직의 존재를 알고, 함정을 고안한 것이 이 소년이었다면 그것은 놀라운 것이다.



 "우선은 이름을 듣도록 하지."



 "아갸갸갸갸갸."



 소년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예상밖의 일이 일어났구만, 설마 내 이름을 묻다니……."



 "내 개인적인 흥미다."



 "솔직하시네……폰 스파크. 물론 가명이다. 내 웃음 소리에서 생각해낸 닉네임이지."



 "본론으로 들어가지. 어떻게 우리에 대해 알았지?"



 "증거를 모아서."



 폰은 모아온 증거를 분석한 경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부하들에게 이야기하던 때와는 다르게 전문적인 해석에 데해 자세히 설명한다. 그중에는 심리학과 관련된 것들까지 존재했다.



 "댁들은 너무 완벽하게 숨겼어. 사람이 하는 일에는 반드시 대충인 부분이 존재하지. 너무 완벽하다는 게 반대로 내 시선을 끌었다."



 그라베는 놀람과 동시에 눈앞의 소년에게 감동마저 느꼈다. 아마도 이 소년이 눈치챈 것이다. 자신이나 샬, 그리고 조직 사람들이 행한 은폐공작에 잘못은 없다는 걸. 완벽하기에 발생한 누출. 그것은 막을 방도가 없다.



 "만족 하셨나? 그럼 난 간다."



 폰이라 이름을 밝힌 소년은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기다려라."



 "뭐야, 날 죽여서 조직의 비밀을 지키려고? 그럴 것 까진 없잖아."



 자신에 가득 차있다. 그 자신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 때, 그라베의 단말로 베다의 새로운 지시가 내려졌다



 "형씨, '폰 스파크를 살려라.'라는 연락이겠지."



 폰이 말한 그대로의 내용이었다.



 "당신네가 가진 높은 기술과 비밀성. 그걸로 미루어 보면 우수한 인재가 많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난 우수해. 당신네가 나를 죽일리가 없지."



 하지만, 이라 덧붙이며 폰 스파크는 걷기 시작했다.



 "난 아직 당신네 동료가 될 생각은 없어. 진 채로 들어가긴 분하니까 말이야."



 폰의 입에서 조직이나 건담에 대한 정보가 새어나갈 일은 없을것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걸고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폰 스파크."



 그라베는 언젠가 동료가 될 남자의 이름을 입에 올려보았다.



 그라베는 몰랐다.



 실제로 이후, 그는 솔레스탈 빙 내에 창설될 서포트 조직의 멤버로서 스카우트 된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몇 년 후에는 솔레스탈 빙 뿐만 아니라, 세상이 존재하는 방식 마저도 크게 뒤흔드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베다가 그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라는 존재가 이오리아 계획을 파괴시킬 지도 모르는 요인이면서도, 인류가 가진 빛나는 가능성의 성과중 하나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오리아 계획은 인류의 진화를 지향한다.



 그런 의미에서 베다는, 폰 스파크의 목숨을 거둬드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img/23/04/13/187780053a450da3f.jpg



 


로그인하고 댓글 작성하기
루리웹 오른쪽
루리웹 유머
루리웹 뉴스 베스트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루리웹 유저정보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