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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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궤도 엘리베이터는 아직 건설 도중이었지만 우주 개발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아직 완성된 콜로니의 숫자는 적고, 유니온이 소유한 콜로니에 더해 솔레스탈 빙의 콜로니 크룽테프 등, 몇 기 만이 실제 가동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주개발을 지탱하고 있던 것은 가혹한 우주작업에 종사하고 있던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낮은 임금을 받으며 우주에서 중노동을 하고 있었다.
궤도 엘리베이터나 콜로니 건설에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해 거대한 아스테로이드를 수성이나 화성 부근에서 지구권으로 가져오는 작업은 중요함과 동시에 그 가혹함에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한 번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일이 끝날 때까지 몇 년 정도는 돌아올 수 없다. 그 작업용 우주선은 사람들로 부터 <우주의 노예선>이라 불릴 정도였다. 게다가 그 호칭은 과장이 아닌, 상당히 적합한 호칭이었다.
마레네 블라디. 그녀도 원래는 그러한 우주노동자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후 '마르스의 참극'이라 불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날 화성 부근에서 작업중이던 우주선 안에서 갑자기 변이된 바이러스가 원인인 것으로 보이는 전염병이 발생했다. 폐에 강한 염증을 일으키는 그 병은 우주선에 타고 있던 모든 노동자들에게 맹렬한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곧바로 근방의 우주선과 지구에 구조요청이 보내졌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구조는 오지 않았다.
"이 주역에 자비심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건가."
마레네는 숨을 쉴 때마다 타는듯이 아픈 가슴을 누르며 소리쳤다.
그러나 소리칠 수 있는 정도인 그녀는 아직 나은 편이었다. 같은 배의 다른 사람들은 소리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하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숨을 쉬지 않는다면……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텐데!"
괴로움에 일그러진 얼굴, 얼굴, 얼굴. 그 모든 것이 호소하고 있는 것을 마레네는 이해할 수 있었다.
마레네는 가족이었으며 동료였던 사람들의 그런 괴로움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지켜보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분명 금방 구조대가 올거야."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건 말이 허망히 울렸다. 그 말이 진실이 아니란 것은 스스로도 알 수 있었고, 상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괴로웠다.
이윽고 절망이라는 이름의 어둠이 그녀의 마음을 좀먹어갔다. 조용하고도, 확실하게.
ㅡㅡ며칠 뒤.
한 남자가 구조를 위해 마레네가 있던 배에 나타났다. 남자는 새로이 이 주역에 찾아온 작업용 우주선의 노동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동료가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찾아온 것이었다. 리스크는 컸다. 까딱하면 자신도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는, 같은 우주에서 일하는 자로서 같은 사람들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남자의 이름은 로백 스타드. 노동자 계급 태생이었으며 가족과 함께 우주노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살기 좋은 우주를 아이들에게 남긴다."
그것이 그의 소망이었다. 그에게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물려받은 아들이 있었다. 이제 막 태어난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서로를 구하는 세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로백은 구원을 바라는 우주선 안으로 들어간 순간, 자신이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존자는 한 사람 뿐이었다. 마레네였다. 다른 사람은 모두 죽어있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병사가 아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우주선애서 구조된 단 한 사람인 마레네는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재판에는 우주선에서 발생한 병이나 구원이 오지 않는 상황 같은 건 조금도 고려되지 않았다.
우주선의 관리책임이 있었던 유니온의 기업은 마레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며 꼬리를 잘랐다. 그것을 위해 그들은 병이 좀먹어가던 그녀의 몸을 최신기술을 이용해 살려냈다.
마레네는 스스로의 목숨으로써 죄를 갚을 셈이었다. 재판의 이면에 감춰져있던 흥정의 소용돌이나 의도 같은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자신의 양심이 시키는 대로, 그렇게 하고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크게 바뀌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녀를 구한 로백 스타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우주 작업중에 발생한 사고.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하는 우주에서 사고사는 흔했다. 하지만 이 한 남자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가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나같은게 살아남고, 로백 같은 사람이 죽었다. 이 세상은 잘못되어 있어."
살아남은 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걸까? 산 사람이 세상을 바꿔야만 한다……
"살아남자. 이 생명, 세계를 바꾸기 위해 사용하겠어. 나로서가 아니라 그저 그것만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로서……하지만 어떻게?"
한 사람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더욱이 사형을 기다리는 그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떤 남자가 편지를 보내기 전까지는.
'비극의 근절.'
라고, 그것만이 쓰여있는 편지였다.
마레네는 그 편지에 걸어보기로 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면회를 요청했고, 그녀는 그 남자와 만났다.
"그라베 비오렌트 입니다. 베다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그렇게 말한 남자는 솔레스탈 빙과 건담에 대해 마레네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그녀는 이야기를 들으며 매우 강한 운명을 느꼈다.
그녀는 조직에 참가하기로 정했다.
이후 그녀가 받은 것은 건담 마이스터로서의 대우가 아닌 건담을 움직이는 부품으로서의 처우였다.
베다는 그녀에게 폭약을 내장한 목걸이를 걸게 했다. 그것은 명령위반이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레네에게 불만은 없었다.
어차피 죄를 갚기 위해 사용하기로 한 목숨이다. 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달리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그런 마레네는 현재까지 이르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이스터 들이 지상으로 내려온 후 몇 주. 드디어 마레네의 전용 건담이 최종조정을 마치고 롤아웃 되었다.
형식번호 GNY-003 건담 아블홀.
그것은 공중전 대응형 기체였으며, 변형기능을 가진 건담이었다.
"베다로부터의 명령입니다……"
모니터 속의 건담 마이스터 874가 담담하게 말하며 미팅 룸에 모인 멤버들에게 작전 내용을 전했다.
"AEU의 헬리온 소대가 출격 준비중입니다. 마레네 블라디는 GNY-003 아블홀을 이용해 부대의 감시행동을 부탁드립니다."
마이스터 874가 비춰지고 있는 모니터를 멤버 모두가 바라본다. 마레네는 물론이고 루이도와 샬, 그리고 우연히 건담을 목격하여 동료가 된 메카닉 이안과 의사인 모레노도 있다.
"잠깐, 어떻게 AEU의 작전을 사전에 알고있는거야?"
얼마 전까지 AEU에 있었던 이안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베다는 전 세계의 네트워크와 이어져 있으며 다양한 정보를 항상 모으고 있었다.
"이건……"
이안의 옆에 있던 모레노가 작전지시 모니터를 확인하며 어떤 사실을 눈치챘다.
"뭔가 있는건가?"
마레네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레노는 계속해 '어느' 부분에 대해서 설명했다.
"궤도 엘리베이터 건설을 반대하는 게릴라가 숨어있다. 얼마 전에 환자가 나와서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진료요청이 있었거든. 그래서 찾아간 적이 있었지."
모레노가 덧붙였다. 그곳은 마을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전투에 관련된 자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도 사는 장소이다. 혹시 전투가 일어난다면 당연히 비 전투원들 에게도 피해가 간다.
"그러니까 혹시 헬리온 부대가 마을을 공격하려 한다면 그것을 저지해 줬으면 한다. 네 건담이라면 가능할 테니까."
"……"
마레네는 답하지 않았다. 마치 모레노의 말이 미션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듯이.
모레노가 물고 늘어졌다. 끈즐기게 마을에서의 잔투는 피해달라고 말했다.
처음에 마레네는 입을 다문 채 흘려듣고 있었지만, 나중에는 아예 말을 끊어버렸다.
"미션은 베다의 플랜을 따라 진행되고 있어. 나한테 주어진 일은 감시니까. 혹시 적의 공격을 받게된다면 그건 건담을 통한 전투를 의미하는 거야. 게다가 건담을 보이고 말았다면 마을 사람들을 포함해 모두를 죽어야만 해."
"하지만, 건담을 본 나는 살아있잖아."
"당신들이 살아있는 것은 예외중의 예외야. 목격자를 전부 동료로 삼는건 불가능 하겠지? 이제 말 걸지 마……애초에 난 의사를 싫어한다고!"
"......어째서?"
"의사를 좋아하는 녀석이 어딨겠냐고."
이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레노는 무시하고 계속 마레네를 바라보았다.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분풀이 라는건 알고 있으니까……"
"......미안해!"
모레노는 갑자기 마레네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과를 받은 마레네 쪽이 더 놀랐다.
모레노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고, 묻지도 않도록 할게. 혹시 다른 의사가 너한테 원한 살 짓을 했다면 같은 의사로서 사과할게."
"뭐야 그건……왜 그런 말을."
"의사의 일은 생명을 구하는 거니까. 그런 인간이 원한을 산다면 아마 생사에 관련된 일이었겠지.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었겠지만 사과하지 않을 수는 없어."
마레네와 모레노의 대화를 듣고, 샬은 두 사람의 관계가 좋은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대로 옆자리의 루이도에게 말을 걸었다.
"마레네 씨, 일부러 모레노 씨한테 차갑게 굴고 있는거겠죠."
"응, 어째서?"
"저건 분명 '떵허당'라고요."
"떵허당?"
루이도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 순간 폭탄의 한 종류인줄 알았지만, 분명 그건 아닐거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떵떵 고자세로 나간다. 얼핏 보기에는 시비지만, 실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떵허당'."
"흐으~음. 그런가……"
루이도는 납득하지 않고 있던 모양이지만, 샬은 "이게 틀림없어요!"라며 계속 물고늘어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블홀의 단독 미션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GN입자를 통한 기체제어가 가능한 아블홀은 헬리온보다 압도적인 공중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GN입자의 레이더 방해 효과가 적의 색적능력을 빼앗았다.
아블홀은 적에게 들키지 않고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다른 멤버들도 마을 쪽이서 만일의 사태를 위해 대기중이었다.
잠시 후 헬리온 부대는 타겟인 마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때, GN입자에 의해 상대의 통신을 방해하지 않는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아블홀이 갑자기 헬리온 부대에게 접근했다. 접근하면 전파방해가 시작되어, 헬리온 부대에게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만다.
하지만 마레네는 성관않고 계속해서 접근해 한번에 교전가능 영역까지 들어간 후, 아블홀의 두부에 격납된 GN발칸을 이용해 헬리온을 하나하나 격추시켜 나갔다.
GN발칸은 위력이 약한 무기였지만 경량화 탓에 장갑이 얇은 헬리온은 버티지 못했다.
일방적인 전투였다.
하지만 그 헬리온 중 한 대가 예상밖의 행동을 취했다. 파손된 기체의 기수를 게릴라의 마을로 틀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로 추락한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마레네는 한순간의 판단 후, 특공을 거는 헬리온과 마을의 사이로 아블홀을 몰았다.
"보낼 수는 없다!"
헬리온은 아블홀과 부딪히고, 폭발했다. 아블홀은 그 높은 기체제어 능력 덕분에 추락은 면했다. 하지만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외견으로부터 알 수 있는 손상 정도로 보아, 타고있는 마레네도 대미지를 받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착륙한 아블홀에게로 모두들 달려들었다. 콕핏에서 내린 마레네는 전신에 결친 부상을 입고 있었다.
"나한테 맡겨."
모레노가 달려왔다. 모레노가 치료하는 동안 루이도도 샬도, 그리고 이안도 그저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나도 참 바보같아……)
마레네는 생각했다. 게릴라 마을을 지키려 한 것이 아니다. 설령 눈앞의 눈앞의 적을 쓰러뜨렸다 해도 곧바로 다른 부대가 보내질 것이다. 이 연쇄를 끊기 위해서는 역시 분쟁에 개입하여, 세계를 바꿔야만 한다. 이 전투에는 의미가 없다. 그라고 조금만 실수해도 마을 사람들에게 건담을 목격당한다면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목숨까지 빼앗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바보야……"
가냘픈 목소리가 피와 함께 입 안에서 흘러나왔다.
쓴 쇠맛이 났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치료받는 마레네를 지켜보고 있던 루이도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마레네의 목에 감긴 폭탄이었다.
"그건 마레네의 너무나도 상냥한 마음을 묶어두기 위한 거였구나. 그녀가 그 상냥함 때문에 중대한 명령위반을 일으키지 않도록……"
루이도는 그럴 것이라 확신했다.
여담이지만, 마레네를 구한 노동자 로백 스타드는 건담 00F의 주인공 폰 스파크의 아버지 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