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 구독자 44명 | 덴드로비움[후미카P]

번역)기동전사 건담00P FILE No.1 GUNDAM ASTRAEA


전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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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력을 통한 분쟁근절'이라는 모순을 내포한 이념을 가진 사설무장조직 <솔레스탈 빙>.



 전 세계를 적으로 삼아 싸우며 이윽고 큰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아직 그 존재를 모르며, 주목하고 있지도 않다. 그들이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새겨지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서력 2292년.


 


 세상에 거대한 바람을 몰고 올 솔레스탈 빙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까지 아직 15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콜로니의 중심. 에어록 근처의 무중력 블록에 젊은 남자와 더욱 젊은 여성이 서있었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둘은 서로의 이름과 나이 정도밖에 기록되지 않은 간단한 자료 만으로 상대를 알고 있었으며,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아가씨가 샬 아쿠스티카인가……)


 


 남자ㅡ루이도 레조난스의 눈앞에 서있는 소녀는 불안에 떨고 있는듯 보였다. 큰 눈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상할 것도 없지.)



그녀는 16살 이라는 어린 나이에 극비 무장조직의 멤버가 된 것이다.



 루이도가 사전에 훑어본 자료에 따르면 그녀는 학생 때 워크로더 경주에서 성적을 남겼다고 했다. 분명 조직을 총괄하는 컴퓨터 <베다>는 그 능력에 주목했을 것이다. 또 자세히 보니 무중력 공간에서 샬은 자신의 몸을 컨트롤 하여 안정된 자세로 서있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꽤나 어려운 일이다. 오랜 시간 우주에서 훈련을 거친 것이리라.



 "솔레스탈 빙에 잘 왔어."



 루이도는 샬에게 손을 내밀었다.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천천히.



 "감사합니다."



 샬은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루이도의 손을 잡았다. 그 손에는 의외로 강한 힘이 있었다.



 (이 아가씨라면 괜찮을거야.)



 루이도는 그렇게 확신했다. 베다는 분명 능력 이외의 부분도 제대로 보고 그녀를 골랐을 것이다.



 자신도 그렇게 뽑혔으니까. 그리고 조직에서도 제대로 일하고 있다. 특별히 우수한 편이 아닌 자신도 할 수 있는 일이니, 눈앞의 소녀가 못할 이유는 없다.



 (맞아. 그 때도……)



 자신이 조직에 스카우트 되었을 때 맞이하러 왔던 그 에이전트도 자신에게 말해줬다. "괜찮다."고. 자신도 그 남자처럼 이 소녀를 믿어주면 되는 것이다.



 "내 이름은 루이도 레조난스. 솔레스탈 빙의 건담 마이스터다."



 "건담......마이스터."



 "그래. 너도 오늘부터 건담 마이스터야."



 "네!"



 샬의 표정에, 처음으로 미소가 피어났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라그랑주 3에 위치한 스페이스 콜로니 <크룽테프>. 태국어로 '천사궁'이라는 뜻을 가진 그 콜로니는 솔레스탈 빙이 기동병기 <건담>을 개발하기 위해 건설한 것이다.



 직경 1km, 길이 500m의 원통형 거주 구역을 중심으로 선단부에 우산과 같은 형태의 거대한 미러를 둘렀다. 인간이 사는 콜로니로서는 최소한의 크기였지만, 아직 우주개발이 본격화 되지 않은 시대에 있어 '우주의 중간다리'정도로는 이정도 크기로 충분했다. 물론 <건담>의 개발을 위해서 충분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스페이스 콜로니는 한 번에 헤아릴 수 있을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유니온으로, 다른 국가군보다 먼저 라그랑주1로 자원용 아스테로이드를 끌어와 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그랑주1은 지구와 달 사이에 존재하며 다른 장소에 비해 편리성도 높다. 우주의 일등지이다. 



 한 편 크룽테프가 위치한 라그랑주3는 달에서 가장 먼데다 다른 콜로니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이웃이 없다는 것은 <극비 조직의 기지>에는 더할나위 없는 조건이다.



 건설중인 궤도 엘리베이터가 완성된다면 우주 개발이 본격화되며 상황이 일변할 것이다.



 궤도 엘리베이터.



 그것은 우주개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인류의 오랜 꿈이었던 영구 에너지 공급 시스템 <태양광 발전>을 실현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 꿈의 시스템이 인류에게 있어 새로운 불씨가 되었다. 궤도 엘리베이터 건설을 진행하는 유니온, 인류혁신연맹, AEU. 이 거대한 국가연합은 더욱 세를 불려나갔다. 한편으론 화석연료 고갈에 의한 경제적 위기 상황에 처한 중동 국가는 그 은혜를 받지 못했다.



 다시금, 전쟁이 일어난다.



 인류는 항상 다투고있다. 머나먼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이오리아가 고안해낸 솔레스탈 빙과 건담 뿐이다. 분쟁의 영구적인 근절. 그것을 위해선 되도록 빨리 건담의 개발을 완료해야 한다.



 건담 마이스터 루이도 레조난스, 그 또한 이오리아의 이념에 공감한 자였다. 그렇기에 그는 베다의 부름에 응해 건담 마이스터가 되는 길을 택했다. 모든 것은 분쟁 근절을 위해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게 제2세대 건담 1호기, GNY-001 건담 아스트레아야."



 크룽테프의 공장 구역. 루이도는 우선 샬을 여기로 데리고 왔다.



 어쨌든 빨리 건담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처음으로 건담을 봤을 때 처럼, 그녀도 용기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게……건담……"



 루이도의 손가락 끝에는 흰 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모빌슈츠가 서있었다. 투박한 인혁련의 기체와도, 섬세한 유니온이나 AEU의 기체와도 다르다. 샬은 인간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체 중앙부에는 원형 파츠가 존재했다. 저 안에 건담을 건담으로 만드는 GN드라이브가 격납되어있는 것이다.



 "아스트레아……"



 샬은 그 이름을 입에 올려 보았다. 어째서인지 병기의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마음에 들어? 이녀석은 정의의 여신과 같은 이름이거든. 타로카드의 <정의>에 그려져있는 여자를 본 적 있지? 오른손에는 검, 왼손에는 천칭을 든."



 샬은 조용히 끄덕였다. 시선을 아스트레아로부터 뗄 수가 없었다. 그런 샬에게 루이도는 "괜찮지."하고 속삭인 뒤, 이야기를 계속했다.



 "누가 정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2세대 건담한테도 타로카드에서 딴 이름이 붙여져있어."



 샬이 루이도 쪽을 돌아보았다. 눈과 입이 크게 열려있었다.



 "설마 건담을 22기나 만든건가요?"



 "뭐?"



 루이도는, 처음에는 샬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타로카드는 22장이니까……"



 "핫, 하하핫."



 루이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샬은 부끄러워 하고있었다.



 타로카드에 맞춘 22기의 건담. 대단한 상상력이다. 확실히 그만한 무력이 있다면 이념의 실현도 간단해질 테고, 오히려 그정도 무력이 있는 쪽이 더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아냐, 아냐. 이녀석 말고도 제1세대 기체인 0건담이 완성되있긴 하지만. 그걸 포함해도 아직 2기 뿐이야. 이후 제조가 예정된 제2세대 건담도 10기가 안돼. 게다가 GN드라이브 자체도 아직 5기밖에 없고."



 "......그런가요."



 GN드라이브란 조직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있는 기동병기의 엔진 유닛이다. 광자의 일종인 GN입자를 무로부터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한 영구기관을 실현했으며, 기체의 파워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빔 병기의 사용도 가능케 한다.



 그정도로 강력한 물건이지만, 생산수는 극단적으로 적었다. 조직의 무장 강화보다도 적에게 빼앗기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혹시 이 기술이 유출된다면 전 세계의 분쟁은 더욱 격렬해질 것이다.



 "기대하게 만들어서 미안. 하지만 <아스트레아>는 좋은 이름이지? 우리는 분쟁을 무력으로 근절하려 하고 있어. 그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도 알고 있어. 그래서 적어도 건담의 이름 정도는 정의의 편으로 짓고 싶었겠지."



 "그렇군요."



 루이도의 말에, 샬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표정과는 반대로 샬이 침울해하고 있다는 것을, 루이도는 느꼈다.



 (당연한가……그녀는 몇 기밖에 없는 건담으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건다는 무모한 조직에 들어와 버린거니까. 건담이 쎄고 멋지긴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고 적도 많아.)



 루이도 자신도 다시금 그 곤란한 상황을 상기했다. 평소에는 쉽게 잊어버리지만, 굳이 생각해내다 안좋은 감정에 휩쓸려 버리는 것도 좋지 않다.



 "맞다. 다른 건담 마이스터들도 소개해줄게."



 동료가 있다. 부의 감정을 떨쳐내는데 이만큼 강한 원군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루이도는 그 인물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추가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 여성은 명백히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아니, 너무 돌려 말했다. 제대로 말하자면 '이상'했다.



 외견은 아름답다. 단정한 알굴 위에 떠오른 표정에서는 강한 의지와 높은 지성이 엿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처해진 상황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많은 쇠창살에 둘러싸인 방 안에 있었다. 커다란 수갑까지 찬 채로.



 결정타는 목걸이였다. 쇄사슬은 붙어있지 않았지만 븕게 점멸하는 부품이 박혀있었다. 그것은 흉악범인용 폭발물이 장치된 목걸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혹시라도 도주를 시도했다간 목의 경동맥을 날려버릴 것이다. '이 자에게 인권따윈 없다.'고 선언하는 듯한 액세서리였다.



 샬은 사전에 전달받은 자료를 통해 동료중에 여자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상태였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이 사람은 마레네 블라디야. 이 쪽은 오늘 처음 온 샬 아쿠스티카. 새로운 동료야."



 루이도는 마치 학교 교실에서 새 전학생이라도 소개하듯이 둘을 마주시켰다.



 "......"



 마레네는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긴 커녕,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어라, 오늘은 기분이 별로인가보네?"



 루이도는 그녀를 구속하고 있는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평범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 위화감에 견디지 못한 샬의 입에서 의문이 넘쳐흘렀다.



 "저기, 루이도 씨……마레네 씨는 어째서 저런……"



 번뜩. 



 마레네의 날카로운 시선이 샬에게 날아왔다.



 "나에 대해서 알고싶나? 아가씨."



 "아, 아뇨."



 "사양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 오랫동안 함께하게 될 테니까. 보는 대로, 나는 구속되어있다. 사람이 구속당하는 이유 따위, 그렇게 많지 않지. 안그래?"



 샬의 대답을 기다리듯이 마레네는 말을 끊었지만, 분위기에 압도당한 상태였던 샬은 대답할 여유조차 없었다.



 잠시 후 마레네가 말을 이었다.



 "나는 중범죄자. 인권도 없지. 너는 건담 마이스터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달라. 그저 건담을 움직이는 부품에 불과해."



 샬이 곤란해 하고있다. 루이도는 이 상황을 바꿀 방도를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레네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샬도 알게 될것이다. 마레네는 건담 테스트 때 이외에는 이 방에서 나가는 것을 허가받지 못했다. 즉 활동할 수 시간은 건담 속에 있을 때 뿐이다. 그녀가 스그로 말한대로, 건담의 부품으로서 살아있는 것과 다름없는 모양새다.



 (나, 어마어마한 곳에 와버렸나봐……)



 세상에서 전쟁을 없앤다.



 그런 꿈만 같은 이상을 이루고 말겠다고 이곳에 온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했다. 역시 극비조직 이라는 것은 어딘가 수상한 점이 있었다.



 (권유하러 왔던 그 에이전트. 그 사람이 좀 멋있었다고 들떠서 수락해 버렸다……라니, 바보같아.)



 그 에이전트는 이후 만나지 못했다. 설마 바보같은 여자를 속이기 위한 전속 미남 스카우터는 아닐까.



 그런 것을 샹각하자, 점점 더 기분이 침울해졌다. 



 "왜그래, 낯가림이야?"



 루이도가 섬세함이라곤 없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비판을 담아 째려보았지만,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았다.



 (난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거지……이 사람들과 잘 해낼 수 있을까?)



 아스트레아를 봤을 때의 고양감은 전부 증발해버렸다. 



 세 건담 마이스터의 조우.



 그것은 이후 그들의 운명을 예견하듯이 차갑고 무거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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