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우주를 정복하고, 수많은 별들과 새로운 세상을 쟁취하고, 환경과 시간과 그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된 머나먼 미래. 그야말로 신의 경지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것이지만, 전승은 소홀히 되고 완전하게 이어지지 못한 이념과 지식들은 세대를 거쳐 풍화되어가며 그 빛을 잃어버린다.
그런 와중에서, 초대 초월자 겸 선조 신이라고 숭상되어지는 Earth born들은 불멸의 시대에서, 필멸의 시대로 퇴화하는 지성체의 세계들을 돌아보다 환멸감을 느끼게 되고. 각자 자신들의 이름과 유전자를 이어받은 후손 개체들을 남겨놓고 닫힌 영역으로 떠나게 된다.
그로부터 수 천 년 후.
별 사이를 건너는 것이 용이라고, 공기 중에 살포된 나노머신은 마나라고, 제어권 승계를 신탁과 신통이라고 부르게 되어버린 시대. 시간 관리자의 후손, 크로니시아 가문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난 "크래이들 크로니시아 주니어"는 신탁을 통해 시간 관리자의 권한을 승계받는다.
이것은 크래이들의 아버지인 크로논 크로니시아가 부적합자인 관계로 승계를 받았으나 사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시간을 통제하는 기술을 얻게 된 인류가, 시간을 되감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노화를 방지할 필요가 없어져 노화 방지 기술이 크게 퇴화한 것으로서. 시간 관리자의 통제권이 불멸의 시대로 자신들을 되돌려 줄 거라 믿고 있었기에, 범 우주적인 기대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무리 불멸의 시간을 조종할 권한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인 크래이들은 필멸의 존재였다는 것이다.
권한를 부여받은 크래이들은 "나노머신 교차광의 그림자"에 의한 불멸의 시간을 인지할 수 있게 되고, 그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는 닫힌 영역 속의 Earth born 크로니시아를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인지만 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조종할 수는 없어. 자신의 발밑에 주어진 1평이라는 공간 내에서 자신의 몸과 자신이 붙잡은 도구들만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즉, 움직일 수는 있으나, 움직이게 할 수는 없다. 공중에 던진 사과를 손에 잡힐 듯 천천히 떨어지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걸 직접 손으로 잡지 않는 이상. 칼로 베어도 베이지 않는다. 그것은 어떻게보면 시간의 감옥인 셈이었다.
과연 이런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크래이들이 당황하는 사이에, 아버지인 크로논은 사실이 어떤지고 모르고 가문을 회생시키는데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다.
크래이들이 100배 정체 시킨 불멸 시간 속에서 검을 몇번 휘두른 것이 실제로는 허깨비나 다름 없는 아무 소용 없는 겉모양일 뿐인 헛지거리였지만
필멸 시간 속에서 보기엔,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초고속의 검섬. 시간을 거스르는 위용처럼 보인 것이다.
그로서 신용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면했던 외척들까지 스스로 찾아와 지난 날을 사죄하고 보상해오기까지 하며. 크로논은 그것을 마치 자신이 초월자라도 된 것처럼 온화하고 기품있는 관용으로 응대한다.
크래이들은 속이 뒤틀리는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고민을 거듭해도 시간은 흘러가고 사건은 복잡해진다. 크래이들은 온갖 가문의 온갖 파티에 초대를 받아 끌려다니기 일 수고. 끌려갈 때마다 능력을 보여달라며 요구를 받는 통에 진땀을 뺀다.
처음에는 선조 신에 대한 예를 들먹이며 어떻게든 거부했지만, 유력 가문 중에 하나 파이로스 가문의 파티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어쩔 수 없이 능력을 보여주나
군벌 가문이자 무투 가문이기도 한 파이로스 가문의 장남 드라코니아 파이로스는 크래이들에게 경쟁심을 드러내며 다가온다.
어떻게든 선조 신에 대한 예를 팔아먹고, 1평 속에 허락된 필멸자의 한계를 최대한 이용하여 파이로스와의 대련을 승리로 장식하지만
이것이 곧 파이로스를 더욱 불타오르게 만드는 빌미가 되어버리고, 머지 않아 복면을 쓴 파이로스가 "나노머신 불꽃장미의 가시."를 사용하여 크래이들을 습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버린다.
나노머신 불꽃장미의 가시는 그 자체가 공중에서 열과 광원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태양광이나 방사선이라고 하는 점화원이 있어야만 하고 나노머신 자체를 가스 입자처럼 연소시키며 작용하기 때문에 지속성이 부족하다.
Earth born인 아즈락 파이로스는 행성 단위로 나노머신을 끌어다 사용했기에, 살아있는 화염 폭풍처럼 보여지곤 했으나. 드라코니아는 그정도 수준은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투 기술과 핀포인트로 발사되는 열광은 대단히 위력적인 것이다. 하물며 불멸의 시간을 인지만 할 뿐 사용할 수 없는 크래이들에게는 초능력자를 민간인이 때려잡는 수준의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차라리 경비대에게 도움을 청할까 생각했지만, 무려 시간의 관리자. 공간 관리자와 함께 양대 존엄으로 숭상받는 능력자가 불뿜는 애송이 하나 어쩌지못해 경비대의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런 코미디가 어디 있겠는가?
하여, 또 다시 1평의 한계를 최대한 이용하여 대적하는데, 드라코니아가 격투술을 위주로 하고 열광을 집중시켜 사용했던지라 꽤 효과적으로 먹혔다.
마지막에 위기감을 느낀 드라코니아가 발악의 느낌으로 용의 분노를 작열시키지 않았다면, 몇일 간 주변 일대에서 열광을 쓰지 못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크게 불태워버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크래이들이 이겼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코니아의 입과 용의 턱처럼 위아래로 뻗은 두 팔 사이에서 가속된 열광은 단숨에 폭풍을 동반하여 마치 용의 숨결과 포효처럼 제트기류와 함께 모든 것을 태워버리며 크래이들을 삼켜버린다. 크래이들은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크로니시아의 중재가 개입하며 불멸의 시간이 강제로 작동하고. 크로니시아의 후손 중 하나이자, 크래이들의 선조 중 한 명인 제타로스 크로니시아가 불멸의 시간 속에서 나타나. "핵화격참, 뉴클리어티드 스트라이킹 슬래쉬"를 용의 분노에 때려박는다.
그 결과, 불멸의 시간을 통해 압축된 참격은 검과 함께 "나노머신 교차광의 그림자"를 열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대기와 핵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소형핵폭발의 충격으로 용의 분노를 상쇄시키는 것은 물론, 거리의 일부를 증발시키는 것에 이른다.
물론 불멸의 시간은 크로니시아의 권한 속에 있기에, 죽음이라고 해도 크래이들의 목숨을 거둬갈 여유를 부여받지 못했고. 나노머신 교차광의 그림자에 의해 빠르게 복구되어가는 크래이들은 여전히 필멸의 육신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우연한 기회로 제타로스 크로니시아의 조언을 얻는다. 제타로스가 남겨놓은 말은
교차광의 그림자를 조작하는 방법은, 불멸의 시간을 필멸의 육체로서 인지하는 것과 필멸의 시간을 불멸의 육체로서 조작하는 것 두 가지.
인지만 하면 조작할 수 없으니 감옥과 같이 답답하고, 조작하게 되면 인지할 수 없어 지리멸렬해 지게 된다.
초대인 크로니시아에서부터 30대 적합자까지는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었으나, 유전자에 새겨진 통솔 인터페이스는 물론. 나노머신들이 열화되어 가면서 그 기능을 잃고 있다. 곧 머지 않아 모든 선조들의 유산이 기능을 정지하고, 선조들이 극복했던 세계가 후손들을 잡아먹기 위해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이 복잡해지는 크래이들은, 팔과 몸에 일부 화상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필멸의 시간으로 되돌려진다.
그러면서 선조 시대의 유물들이 남아있다는, 지금에는 관광명소로만 알려진 유적들을 떠올리게 된다.
크로니시아 가문 - 시간 관리자의 후계, 나노머신 교차광의 그림자.
파이로스 가문 - 엔트로피와 에너지 관리자의 후계, 나노머신 불꽃장미의 가시.
브루크오즈 가문 - 물질 및 자원 가공자의 후계, 나노머신 그람을 먹는 자.
고온 가문 - 용혈 관리자의 후계, 나노머신 권한 없음. 우주 함선의 총칭인 용체를 제작하는 별의 좌상의 접속 권한을 가짐.
사인드크로스 가문 - 공간 관리자의 후계. 나노머신 교차광의 교차점.
공간 공이의 추종자 - 공간 관리자를 신봉하는 집단. 공간 관리자의 후계는 대가 끊겨 공석 상태인 것으로 알려짐. 추종자들은 공간 관리자가 돌아올 것을 대비에 그를 위한 빈 공간을 만들어둬야 한다고 주장하며 과격 행위를 일삼는 중.
용혈 - 용의 피라고 알려져있으나, 실제로는 용체를 가동하기 위한 인공지능 데이터 스트림을 지칭함.
용체 - 수송, 전투, 소형, 대형 가릴 것 없이 우주를 항해하기 위한 모든 종류의 총칭. 예를 들자면 비룡 와이번은 소형 전투기. 보통 형식 명칭으로 지칭되나, 비행기 정도가 아닌 함선 규모에서 연산장치가 갖춰지면 스스로 명칭을 정한다.
스스로 이름을 만들어낸 용체는, 아무리 크기가 작다고 해도 작은 도시 정도는 파괴할 수 있다.
세계수 - 각 행성마다 별의 안좌와 함께 설치된 나노머신 통제 장치. 사람들은 여기서 신과 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서 신앙의 장소가 되어있는 상태.
대열화 - 유지 관리가 되지 못하는 나노머신 장치 전반이 기기 수명의 한계로 시스템이 붕괴되는 현상. 아직 직접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크로니시아는 크래이들의 시대에 발생할 거라고 말한다. 사실 크로니시아의 개입으로 2번 정도는 도달했지만 리셋된 상태. 그로 인하여 교차광의 그림자는 다른 나노머신들에 비해 열화가 더 심하다. 대열화가 발생할 경우, 유사 지구 행성 이외의 지성체들은 괴멸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며, 전체적인 문명은 21세기 정도까지 후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arth born 중 가장 먼저 상황을 인지한 것은 사인드크로스였으나 그는 오히려 대열화를 가속시키고자 하였고, 그로 인하여 Earth born들이 직접 나서 후손들에게 뜻을 전하고 결과 사인드크로스 가문은 최종적으로는 대가 끊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