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 구독자 56명 | 모노가뚜리

1장 3절

3절 : 광소


친애하는 나의 동료에게.


그때 금속 원소들 만으로 투명한 금속을 만들어보겠다는 그 괴상한 연구집단에 들어가는 걸 말렸어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네.

그것이 이론상으로라도 가능한지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진행중이고,

규소를 섞어 넣으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는 건 아예 실험으로 증명됐지.

왜 그렇게까지 투명하다는 것에 집착을 하는지는 난 잘 모르겠네. 그것도 광학적으로 아름다운───

[주 : 공기와 굴절률이 완전히 같아 왜곡조차 일어나지 않는 경우]

───경지에 이르기 위해 수없이 연료를 끌어모아다 태우고 말이지. 그러고보니 너는 학교에서 졸업논문을 쓸 때도 이상한 계획을 세웠었던가.

세상에. 나도 늙었군. 뭔 시연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기억나는건 마치 추수철 파티 다음날의 하수관마냥 꽉 막힌 교수양반들,

그 꼰대들이 혼이 다 빠져나가서는 여기저기 뛰어다니거나 서로를 붙잡고 꼬맹이로 돌아간 것처럼 징징 울거나 하는 장면밖엔 기억이 안 나네.

그게 조금 복잡했어야 말이지.


그때 자네 성격은 무슨 헛바람이 들었는지 몰라도 자네 실력은 절대 헛것이 아니었네.

하지만 빛을 가지고 밥 벌어먹던 내 견해로는 금 족 원소만으로 광소가 투과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는 건 불가능으로밖엔 안 보인다네.

금 족 원소들은 자기들끼리 매우 잘 결합하는 특성이 있어 중간에 토 족의 사소와 규소 등을 섞곤 하지.

화소를 강력하게 진동시켜서 원소간의 거리를 벌려 육각형 구조를 만들고 그 틈으로 광소가 비치도록 하게 만들 수 있으니.

하지만 그렇게 강력하고 정확하게 화 족 원소를 다룰 수 있는 연금술사가 대장장이와 합을 환상적으로 맞추는 게 한 왕의 치세 아래에 한 번은 있을까?

다른 원소를 섞어도 그렇게 어려운 일을 금 족 원소만 갖고 하려 든다니. 세상에, 아무리 그게 일곱 가지나 된다지만 너무 원대한 야망 아닌가?

왜 하필 광물 중에서도 오직 금속류만 갖고 그러는지, 어째서 나보다도 그렇게 빛에 집착하는지는 난 이해하지 못하겠지.


많은 선배들이 남긴 자료가 있을테고 그들이 뜻하지 않게 곁다리로 이룬 성과도 있을 테지. 하지만 난 자네의 재능이 아까워서라도,

그런 폐쇄적인 곳에 갇힌 걸 동정할 수밖에 없다네. 10년에 한 번 문을 연다니, 수도원도 그렇게까지 폐쇄하는 곳은 드물 거야.

다행히 비닉된 자료는 함구한다는 조건으로 탈퇴가 자유로워졌다지니 그건 다행일세. 안식년 지낸다 치고 10년 정도라도 밖에서 사는 게 어떤가?

여기저기 공국을 다니면서 예술을 구경하다 보면 영감이 떠오를지도 모르지. 우리도 다 학생 때부터 깨닫지 않나. 우리 일도 예술이라는 것을.

새로운 영감을 얻어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거야. 경험으로만 할 수 있는 공부라는 것도 있는 법이니.


편지와 같이 흥미로운 소식지들을 달아 놓았다네. 그게 자네가 바깥으로 나오는 결심을 도와줬으면 좋겠군.

요리사는 결국 타조알로 완벽한 수플레를 만들어냈고 말이지. 비결 물어볼 생각 없는가?


█치세 █년 █의 달 █일

자네의 학우가

로그인하고 댓글 작성하기
루리웹 오른쪽
루리웹 유머
루리웹 뉴스 베스트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루리웹 유저정보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