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진심어린 몰입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상상력이 천박한 농담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가 RPG를 하고 있었다 .
이번 편이 진짜 끝입니다 .
제 사상을 남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
누누히 말하자면 전 언제나 '재밌으면 OK'입니다 .
누군가는 단단하게 기틀이 잡힌 데이터를 기반하여
날카로운 판단력으로 정보를 다루는 것에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매 순간 새로운 시도에서 새로운 결과를 얻으며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에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
알피지를 즐김에 있어 보편적인 모습과 '옳은 방법'따위는 없습니다 .
그저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즐기고 싶은 방법으로 즐기면 된다고 생각해요 !
이 부분이 오프닝에서 연출된 정보의 집합에 대해 분석과 토론이 오가는 RP의 진수입니다 !
제가 굳이 조용히 있었으면 이런 장면이 나왔을까요 ?
아니에요 ! 전 편에서 강조했듯이 찍고 싶은 장면이 있으면 부탁드리세요 !
어짜피 마스터가 먼저 운을 떼야 다음엔 플레이어 분들 쪽에서 '이런거 해보고 싶어요'라고
이야기 나오기 쉬워질 수 있어요 .
이 일이 거대 용종이 빡쳐서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
말씀대로 그럼 더 위험합니다 . 용이 싸이코라니까요 !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진 알 수 없겠지만 , 일행이 경각심을 가지기엔 이만한게 없군요 .
이제서야 두 단서 중 하나인 가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
사실 마지막까지도 도입할까 고민했는데 , 장면 세 개가 용에게만 집중하긴 어려우니
일단 질러보고 나중에 커버치기로 했어요 .
가방에 대한 단서는 막연하게나마 '이런 용도로 쓸까 ?'싶은 생각만 있고
나머진 전부 애드리브입니다 .
스토리에서 중요하게 다룰지 , 서브 퀘스트의 일부로 소모할지는 아무도 몰라요 .
그저 앞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 PC들이 이 가방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그에 따라 경중을 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
쓸데없이 복선만 많이 뿌려두지만 않으면 괜찮을거에요 .
맞아요 , 기능 판정-다른 RPG에도 암튼 비슷한게 있습니다-의 난이도를 높게 잡았다면
절대 그게 부당할 정도로 높아서 불만을 가지게 하면 안됩니다 !
주고싶지 않은 정보에 불가능한 판정 수준을 걸고 플레이어를 농락하는건 기만이에요 .
그런 마스터는 몇가지 부류로 나뉘는데 ,
첫 번째는 애초에 성공을 상정하지 않았다가 혹시 누군가 그것을 성공하면 대충 둘러대어 플레이를 어렵게 꼬아버리는 유형
두 번째는 그렇게 애써 만든 플레이를 망쳐놓고 '그것만 아니었으면'이라고 남탓을 시전하는 유형
세 번째는 애초에 알피지에서 주사위가 의미하는 것의 경중을 구분할 생각이 없는 유형
마지막으로 시나리오 상 그래도 되는지 처음부터 몰랐던 유형입니다 .
전부 문제가 되지만 , 글쎄요 마지막은 숙련도가 부족할 경우엔 으레 있을법 합니다 .
하지만 그냥 사람들 모아놓고 말장난을 하면서 마스터라고 우기는 사람들과는 깊게 지내지 않는게 좋아요 .
아무튼 본문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 어려운 난이도엔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
저처럼 다섯 분의 플레이어를 두고 게임을 진행한다면 , 늦어도 네 번째 시도에선 성공하게 해야 해요 .
실패가 계속된다면 , '여러분이 머리를 맞대 고민하면서 몇가지 정보가 주어졌다'면서
그 다음 PC에겐 1점 내지 2점정도의 주사위 보너스를 줘도 좋습니다 .
다음 짤처럼 아슬아슬하게 1~2차이로 실패하면서
플레이어 분들이 이번엔 운이 없었다며 납득하는 방향으로 끝날 수 있으면 그게 최고지만
늘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니 모든 상황을 고려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구요 .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판정을 성공시키면 얼마나 기분 좋은지 아시나요 ?
특히 실패가 거듭되는 사이 보란듯이 나타나 장면의 분위기를 팍 바꿔릴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어마어마합니다 .
그런 장면 외적 부가가치를 위해서라도 , 가끔 '어려운 상황'은 제시되는 편이 좋아요 .
방금같은 경우는 사실 위기상황도 아니고 , 당장의 진행에 아무런 차질도 없습니다 .
실패하면 나중에 시간을 들여 조사하는걸로 넘길 수 있다고도 명시되어 있어요 .
하지만 몇가지 기분좋은 우연이 겹쳐서 좋은 예시가 발생한 운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
어려운 난이도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게 !
앞으로의 역사를 자신이 써내려간다는 충족감 !
하지만 제가 과연 불확정성에 의지하면서 이 장면을 의도했을까요 ?
전혀요 ! PC들이 선택한 표상은 보통 거기서 거기입니다 .
무엇이 나오든 대응할 수 있을테니 이야기를 만들 권한을 넘겨드렸습니다 .
서로가 윈윈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저도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
애드립도 애드립 나름인가봅니다 .
인류 황제따위 아직 등장도 안한 미지의 인물입니다 .
그럼 그 정체성을 어떻게 정할까요 ?
플레이어들이 정하면 됩니다 !
대단한 사람인지 , 대단했었지만 몰락했는지 , 애초에 대단하지 않았는지
저야 알 바 아니지만 PC들에겐 중요하죠 . 과연 듣던대로 선한 인물일까 ? 그렇지 않은 편이 더 즐겁지 않을까 ?
물론 룰북엔 13시대의 표상들에 대한 정보가 있으니 그것을 그대로 사용할지 , 그렇게 하지 않을지는
사전에 논의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 저도 그랬어요 .
사실 1레벨 PC가 정계의 강력한 인물들과 안면이 있다거나
초유의 강자들과 친분이 있다거나
이런 거창한 백스토리는 룰북에서도 권장하지 않는 요소입니다 .
하지만 이에 대해 저도 사전에 말씀을 드렸고 , PL분들 또한 저 이상으로 숙련된 분들이시기 때문에
이야기의 볼륨을 만들기 위해 도입했습니다 .
리멤버 , 재밌으면 그걸로 땡입니다 .
그리고 개잼써요 . 뭐가 문제야 .
(황제와 재상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 솔직히 전 금시초문이었습니다)
그랬구나
하지만 여기서 당황하면 안된다 침묵을 지키며 눈치를 본다
기나긴 RP파트가 이어지면서 사실 전 그날 밤의 수면시간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
하지만 보세요 , 다들 저따위가 개입하지 않아도 생동감 넘치는 PC를 그리고 계시잖아요 ?
이게 다 제가 분위기를 끝장나게 잡아줘서 나오는 장면입니다 .
누가 뭐라든 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왜 뭐
우린 제3자라 오그리토그리 한 것입니다 .
그래야만 합니다 .
그리고 전 사실 견디지 못해서 NPC의 입을 빌려 기어이 개그를 치고 말았습니다 .
항마력을 단련하십시오 .
실제로 이 모든 일은 꼴랑 4시간 안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
이건 사실 전투가 없어서 그렇고 , 전투씬이 들어가면 수 시간은 금방이기 때문에
다음부터는 더 정교한 분량 조절이 가능할 것입니다 .
이론상 그런데 모르겠어요 저 분들이 제가 의도한 시간에 끝내주실지는
진짜 일찍 자야하는데 아
뭔가 처음에 쓰기 시작할 때의 의도와는 다르게 . . .
팁인지 훈계인지 자기자랑인지 모를 괴상한 후기가 탄생하고야 말았습니다
저 포함 6인중에 그래도 절반은 이 게시판 이용자이고
큰 위기는 있었지만 -근- TRPG 게시판의 첫 장편 구인 캠페인이었으니
성공적으로 마쳐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밀어붙일까 합니다 .
매 세션마다 이렇게 후기를 쓸 수는 없겠지만 . . .
간간히 근황보고 하면서 썰도 좀 풀고 하는 식으로 종종 들를 예정입니다 .
절 막으려면 차단하셔야 할 것입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