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로마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노스 11세 까지 아우구스투스의 후손 인가요

혈통적 후손은 아닙니다.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는 혈통이 끊겼고, 그 이후로도 왕조가 무수히 바뀐 게 로마 제국이거든요. 콘스탄티노스 11세는 요안니스 4세 라스카리스를 폐위시키고 제위를 찬탈한 미하일 8세 팔레올로고스의 후손이었습니다. 로마 황제란 아우구스투스가 조립한 '로마 황제'란 작위와 권리를 이어받는, 일종의 상속자입니다. 괜히 초대명을 따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를 붙이는 게 아니죠. 이 말은 바실렙스라는 그리스어로 대체되었지만, 그후로도 로마는 자기 외에 다른 나라가 카이사르(황제)를 자칭하는 걸 신경질적으로 싫어했습니다. 카이사르의 상속자는 오직 로마제국에만 있다는 관념 때문이죠. 정리하자면, 콘스탄티노스 11세는 아우구스투스의 상속자입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대관식을 치르지 못해 정통 상속자로 치지 않는 이들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혈계적인 후손은 아닐 겁니다.

혈통적인 후손은 아닙니다.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는 이미 네로 시기에 끊겨버렸거든요. 다만 정신적, 법통적 후손은 맞습니다. 후기 로마가 동방의 영향을 받으면서 문화나 사용 언어가 변화했다곤 해도, 로마인들은 자신들이 수천 년 전 조상과 같은 로마인이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예로 동로마 후기 바실리오스 2세가 농민들의 땅을 자기 것으로 만들던 아나톨리아 귀족들을 견제하려 할 때 "아우구스투스 때부터 그대들의 조상이 넓은 땅을 소유했음을 증명해보아라. 그러면 그 땅이 그대들의 소유임을 인정하겠다."라고 일갈했던 일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동로마인들이 공화정-원수정-전제정 시기 로마를 계승했다는 의식을 지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법률 용어로는 라틴어가 여전히 쓰이기도 했고요. 결정적으로 로마의 동서 분열 이후 서로마가 멸망하면서 서로마 황제 제위가 동로마에 반환되었습니다. 즉, 동로마는 로마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콘스탄티노스 11세도 아우구스투스의 정신적 후손이라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