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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자꾸 생각나는 찐따(3)

새로운 부서로 발령나고 1주,


이전 부서에서 송환영식을 하는데 올 수 있냐고 묻는다.


예전같으면 시간되면 갈게요라고 얼버무릴텐데… 자연스레 참석하겠습니다 하고 나답지 않게 못을 박아버렸다. 


여러 이유같은 건 없었다. 자꾸 생각나는 그 동기 얼굴이나 봤으면 하는 마음은 계속 들었으니까. 그뿐이었다.



송환영식에 가니 그 친구도 와 있었다.


그래도 이런 자리는 역시 재미없다.


전전전 부서에서 술은 술대로 강제로 먹고 갈굼은 갈굼대로 당한 이후 내가 주인공이 아닌 곳의 술은 절대 안 마시기도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특별히 할 말도 없는데 뭔가 싶었다.


업무 인수인계도 철저히 하니 내 몫 다 하는데, 걔 아니면 솔직히 안 왔겠지.



두 시간 정도 적당히 때우고 나서 송환영식이 끝났다. 그녀를 찾았다. 아니, 그녀가 나를 찾아줬다.


“오빠 나 좀 태워줘”


“그려”


마침 가는 길에 집이 걸쳐 있기도 했으니까.



태워주며 가는 길, 그녀가 말한다.


“오빠 부담되는데 태워줘서 고마워”


의례적으로 태워주면 할 말이었을 뿐이었지만, 오늘은 유달리 의례적이지 않았다.


“아니 뭐 태워주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은 아ㄴ…”


순간 멈칫했다. 그녀에게 해야 할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그 호의에 답할 말이라는 게 강하게 느껴졌으니까.


“뭐, 나도 아무나 태우는 건 아니니까”


다행이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내리기 전,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내보았다.


“요새는 다른 일 때문에 정신없어서 말해준 책도 못 읽고 있었네, 나중에 카페서 같이 책 읽을래?”


“좋지. 언제든지.”



“그래, 일 끝나고 같이 보자”  >생애 처음으로 어머니가 아닌 여성이 나 자체를 향해 표현하는 호감에 당황과 기쁨을 참고 짧게 말했다.



이성적 호감이 아니라도 좋다.


내가 미움받지 않는다는 증거가 하나 더 생긴 게 그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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