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https://m.ruliweb.com/etcs/board/700064/read/3956?
우주공간. 두 대의 건담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대기 중이었다. 두 대 모두 흰색을 기조로 한 컬러로, 칠흑의 우주공간에서는 눈에 띄는 존재였다.
한 대의 이름은 건담 아스트레아. 정의의 여신과 같은 이름의 기체이며 솔레스탈 빙의 제2세대 건담 1호기이다. 그리고 또 한 대의 건담은 최근에 롤아웃 된 제2세대 건담 4호기, 플루토네였다. 기체명은 타로카드 <심판>이 가진 이미지중 하나인 '명왕성'에서 따왔다. 카드는 '부활'의 뜻도 가지며, 이 기체는 콕핏과 태양로를 안전하게 탈출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있었다. "이 기능이 있었기에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라고 멤버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또다른 숨겨진 기능을 위해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것은 이름을 붙인 베다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플루토네에는 또 한가지, 중요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GN입자를 사용한 방어 시스템 였다. 그 실험이 지금 실행되려 하고 있었다.
"GNY-004 플루토네. 소정 위치에 스탠바이, GNY-001 아스트레아, 준비는 어때?"
플루토네에게서 아스트레아에게로 통신이 날아들었다.
통신을 보낸 것은 마레네 블라디. 원래의 건담 마이스터는 샬 아쿠스티카 있지만 지금은 마레네가 조종하고있다.
"이 쪽은 준비 OK야. 마레네."
대답하는 루이도는 아스트레아의 콕핏 속에서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식은 땀이 온 몸에서 흘러나왔지만 파일럿 슈트를 입고 있어서는 닦을 수도 없다.
"젠장, 기분나빠. 테스트라곤 하지만 지금부터 동료의 기체를 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신경쓰지 말고 해. 네가 바보지만 테크닉만은 일류인건 아니까. 어차피 여기에 사람은 타고있지 않잖아."
마레네가 하는 말의 뜻은 이러하다. 그녀는 범죄자였기 때문에 항상 유폐당해 자유를 빼앗긴 상태이다. 유일하게 해방되는 때는 건담을 조종할 때 뿐.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을 '건담의 부품 중 하나'라 칭하고 있었다.
즉, 사람이 아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사실이었지만 '사람을 쏘고 싶지 않아'하는 루이도에게는 아무 위안도 되지 않았다.
"긴장하면 잘 될 것도 안 돼. 좋아! 하는 수 밖에."
루이도는 결심했다.
(게다가 쏘는 쪽이 허둥대고 있으면 맞는 쪽도 안심할 수 없어. 사고를 막기 위해서야, 진정하자!)
"부탁한다, 여신 아스트레아."
믿으면 기계는 답해준다.
그것이 루이도의 신념이었다.
루이도는 신중하게 조준하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샬은 플루토네의 테스트를 콜로니 • 크룽테프 안에서 모니터로 보고있었다.
(원래라면 내가 저 기체에 타고 있었을텐데……)
겨우 완성된 자신의 기체, 건담 플루토네. 그 첫 우주공간 테스트를 맡은 것은 마레네였다. 결정을 내린 것은 조직을 총괄하는 컴퓨터 <베다>. 자신을 마이스터로서 솔레스탈 빙에 넣어준 그 베다였다. 그 결정에 잘못은 없을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슬펐다.
(플루토네에 탈 수 없는 것이……)
(내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그리고 루이도와 함께 우주에 갈 수 없는 것이……)
스스로도 놀랍지만, 샬은 루이도와 함께 우주에서 간담을 테스트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 메카 덕후한테 내 건담을 자랑하고 싶었는데, 그래, 그거야.)
황급히 자신의 생각에 재동을 걸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생각으로 흘러가 버릴 것 같았다. 학생 시절, 친구들은 이것을 러브 스파이럴이라 불렀다. 즉 뭐든지 연애감정으로 이어 버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 번 그 방향으로 빠져들면 점점 더 깊이 파고들고 만다.
"하지만, 이건 완전 달라! 물론 대신 플루토네에 탄 마레네 씨한테 질투도 안해. 그녀도 명령을 받았을 뿐이니까."
큰 소리로 말해본다.
그렇게 하면 진실이 되어 줄거라 믿고서. 하지만 한순간에 허무해져 버린다.
"......왠지, 혼자서……바보같아."
정말로 슬펐다.
이유 같은건 아무래도 좋았다. 샬은 그저 정말로 자신의 건담, 플루토네에 타고싶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스트레아의 GN런처는 지난번에 샬이 조종하며 이루어진 테스트의 결과를 반영해 개량이 이루어졌다. 가장 큰 문제였던 발사시 총의 각부에서 뿜어져 나오던 GN입자는 압축비를 조정하여 최소한으로 억제되었다. 아직 입자 유출을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기체를 파손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출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GN런처를 하나부터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아마 더 큰 무기가 되리라. 명칭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높다. 현재 개발이 예정된 제3세대 건담에는 포격전용이나 대 함대전용 등도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 녀석들의 장비로 이용될 것이다.
이번 플루토네와의 테스트에서 아스트레아는 GN런처의 출력을 50%로 하여 발사한다. 그럼에도 현용 병기가 가진 공격력보다 월등히 높은 위력이다. 애초에 빔 병기를 장비한 모빌슈트는 건담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빔 병기는 보급된다. 현재도 각국에서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무력을 통한 분쟁개입'을 행하는 솔레스탈 빙의 건담은 언젠기 나타날 빔 병기를 갖춘 적에게도 대응할 필요기 있었다.
한편 플루토네는 시험 시설에서의 예비 테스트 결과 GN필드를 기체 외부에 전개하는 시스템을 임시로 동결하게 되었다. 필드가 도무지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히 세컨드 플랜이었던 장갑 내부에 GN필드를 만들어내는 이 채용되었다. 두 겹의 장갑 사이에 GN필드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라면 안정적으로 필드를 생성할 수 있으며 방어력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유일한 단점은 복합장갑으로는 기체 전체를 커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시스템으론 카메라 아이 등의 센서를 지킬 수 없다.
플루토내는 흉부에 대형 복합 센서를 장비하고 있다. 이번 테스트에선 센서의 비로 옆, 인간으로 치면 가슴에 해당하는 부분을 향해 빔이 발사되는 플랜이다.
키이잉!
아스트레아의 GN런처에서 발사된 빔이 정확하게 타겟을 형한다. 마레네가 믿던대로, 루이도의 기술은 일류였다. 조금의 오차도 없이 타겟 포인트에 명중했다.
동시에 플루토네에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마레네의 몸은 콕핏 시트에서 튕겨나와 버렸다. 건담의 콕핏에 시트벨트는 없다. 전용 파일럿 슈트가 시트에 자연스래 흡착되도록 되어있었다. 이것은 느린 동작일 때는 간단하게 벗어날 수 있고, 급격한 기동을 할 때는 강하게 흡착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이 발생했다. 마레네는 시트에서 튕겨져나간 충격으로 한 순간 정신을 잃을 뻔 했다. 그것을 억지로 붙잡았다. 그녀에겐 그녀 나름의 긍지가 있었다.
겨우 테스트 때문에 꼴사납게 기절할 수는 없다.
(이 시트는 파일럿 슈트하고 플래그 같은 걸로 이어두는 형태로 변경할 필요가 있겠네.)
테스트에서 확인한 개량점을 마음속으로 착실히 메모한다. 그것도 못해서는 테스트 파일럿 자격이 없다.
이어서 기체의 손상을 체크한다.
빔이 명중한 장갑에는 큰 구멍이 뚫려있다. 복합장갑의 가장 외부가 날아간 것이다. 하지만 내부는 멀쩡했다. GN필드가 내부로의 대미지를 완전히 셧아웃 시킨 것이다.
아스트레아의 루이도도 복합장갑에 뚫린 구멍을 확인했다. 빔에 명중한 부위가 빛나고 있었다. 원래라면 장갑 내부에 전개되어있을 GN필드의 일부가 노출된 것이다.
"어마어마한데."
루이도가 중얼거렸다.
이 말에는 건담이라는 기체, 솔레스탈 빙의 높은 기술력, 거기다 공격을 받은 마레네에 대한 찬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테스트를 끝낸 두 대의 건담이 크룽테프로 돌아왔다.
플루토네의 장갑에 뚫린 구멍 사이로 보이는 GN필드의 빛이 사라졌다. 태양로가 정지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한 번 작동을 시작한 태양로는 정지하지 않는다. 그저 기체에 파워 공급을 억제한 모드에 들어갔을 뿐이다. 플루토네는 허리에 대형 GN콘덴서를 장비하고 있으며, 가동시간 외에 태양로에서 발생하는 GN입자를 이곳에 모아두도록 되어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동시에 큰 파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마이스터 둘이 기체에서 내려왔다.
동시에 플루토네의 각부 관절이 잠기며 전체 높이가 낮아졌다. 기체가 슬립 모드에 들어가자 액티브 상태였던 관절의 파워공급이 끊긴 것이다. 이것은 플루토네에게만 적용된 특수 관절의 특징으로, 다른 건담에는 없는 것이다.
"다녀오셨어요, 수고하셨어요."
크룽테프로 돌아온 루이도와 마레네를 처음으로 맞이한 것은 샬이었다.
"수고 많았어."
루이도가 미소로 대답한다.
한편, 마레네에게선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미안해, 아가씨."
순간, 마레네가 루이도와 함께 우주에 나간 것에 사과하는줄 알았다.
(바보같긴. 그럴리가 없잖아. 아~ 러브 스파이럴이네.)
자기 속의 소녀틱한 발상이 용납되질 않는다.
"왜 사과하시는 건가요?"
솔직하게 물어보았다.
"네 기체, 부숴버리고 말았으니까."
샬은 적잖게 놀랐다. 확실히 자신의 애기(愛機)가 될 예정이었던 플루토네가 파손된 것은 확실히 쇼크였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를 거치면 반드시 파손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각오도 했다. 그것은 스스로 테스트 했어도 마찬가지이다.
"그건……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알고있어. 그렇지만……"
샬은 이 순간, 마레네가 정말 좋아졌다. 그녀의 과거가 어떠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상냥함을 가지고있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 상냥함이 그녀의 본질…….?)
"뭐, 바로 수리해서 새것처럼 삐까뻔쩍하게 만들어줄게. 난 전투보다는 그 쪽에 더 자신이 있으니까."
루이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 부탁해. 이번 테스트로 어느정도 안정성은 확인했으니까. 다음에는 샬, 네가 플루토네에 타게 될 테니까 말이지."
마레네가 '샬'이라고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곧바로 샬 본인도 그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위험한 테스트를 자신을 대신해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난 그런데도 쓸대없이 질투나 하고. 안돼, 이런걸로는!)
샬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위험한 테스트를 클리어한 마레네를 위해서도, 이제는 자신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루이도 씨, 다음 테스트에선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그래."
루이도는 크게 끄덕이고는 기분 좋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최악이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샬을 상대로 진짜 쏠 수 있었을까~. 마레네도 주저했는데. 너무 봐주다 테스트가 안됐을지도."
샬은 한순간 온 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저도 마이스터라고요."
"아니, 그게, 샬은 여자아이니까."
"어리니까 조종 기술이 모자라다고요?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아니야. 샬도 베다가 골랐으니까. 그 점에서는 안심하고 있어."
"그럼 역시 저를 그냥 여자아이로 생각하고 있는거군요!"
말을 한 순간 손이 나가고 있었다.
짝 하고 좋은 소리가 격납고에 울려퍼졌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그것을 깨부순 것은, 소란스런 경보였다. 그라고 이어서 건담 마이스터 874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러분, 크룽테프 근처에 함선이 있습니다. 긴급사태에요."
그것은 지금부터 일어날 사건의 시작신호였다. 그리고 그 사건은 건담 마이스터로 활동하는 세 명의 젊은이들을 정신적으로 크게 뒤흔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