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 구독자 44명 | 덴드로비움[후미카P]

번역)기동전사 건담00P FILE No.2 GUNDAM MEISTER 874


전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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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그랑주3에 건설된 스페이스 콜로니 크룽테프. '천사궁'이라는 뜻을 가진 그 콜로니의 존재를 아는 자는 적다. 궤도 엘리베이터는 아직 건설중이며, 우주진출은 인류에게 있어 쉽지 않은 일대 사업인 것이다. 언젠가 궤도 엘리베이터가 완성된다면 에너지 문제가 해결될 뿐만 아니라 우주개발의 장벽도 넘을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비밀을 지켜야 하는 솔레스탈 빙은 우주에 개발용 콜로니를 세운 것이다.



 크룽테프 내부에는 거대한 팩토리가 있으며, 기동병기 건담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설비가 갖추어져 있다.



 그런 크룽테프의 바깥, 별들이 반짝이는 우주를 한 대의 모빌슈츠가 비행하고 있었다. 등에 장치된 스러스터에서 별빛보다도 눈부신 빛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형식번호 GNY-002, 건담 사달수드였다.



 타로카드의 '별(물을 긷는 여인)'의 이름을 가진 그 기체는 온 몸에 센서를 장비한 특이한 기체였다.



 사달수드는 이동과 정지를 반복하며, 어떤 자세에서도 전 방위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하고 있었다.



 테스트를 담당하는 파일럿의 이름은 <건담 마이스터 874>. 마이스터들은 전부 가명을 쓰고 있었지만, 코드번호로 불리는 것은 건담 마이스터 874 뿐이었다.



 사달수드의 콕핏은 조용했다. 마치 산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듯이. 그저 메인 모니터 구석에 표시된 미션 개시 후 경과시간만이 점멸하고 있었다.



 '121hour.'



 그것은 개시 후로 5일 이상이 경과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상한 길이다. 보통 모빌슈츠의 할동한계는 길어도 십 수시간 정도이다. 하루 이상은 안의 사람이 버티질 못한다.



 이 길이는 문자대로 격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테스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이스터874는 쉬지 않고 테스트를 이어나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루이도와 샬은 격납고에서 아스트레아를 정비하고 있었다.



 "이 작업이 가장 좋다니까~"



 루이도는 만면에 미소를 띄운 채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원래 그는 메카닉 출신 파일럿이었다. 메카닉은 정비한 기체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조종 기술도 가지고있다. 그의 경우에는 그 기술이 몹시 뛰어났다. 그래서 거기에 눈독을 들인 베다에게 스카우트 받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건담이라는 수수께끼의 거대로봇 개발'에 매력을 느껴 조직에 들어왔기에, 파일럿으로 활동할 생각은 없는듯 했다. 모빌슈트를 <거대로봇>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점에서 루이도의 인품을 엿볼 수 있었다.



 "뭐, 아무리 조종을 잘 해도 분쟁에 개입해서 싸우는 건 나한텐 무리겠지만."



 루이도는 샬과의 허물없는 대화를 통해 그렇게 말했다.



 그 점에서는 샬도 같은 마음이다.



 그녀도 '세상에서 분쟁을 없앤다'라는 이념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을 위해 '스스로 모빌슈츠를 타고 싸울 수 있는가?'라 자문했을 때, 대답은 'No'였다.



 샬도 실전임무가 아닌 '이념 실현을 위한 모빌슈트의 개발' 이었기에 조직의 부름에 응한 것이다. 조금 무책임할지도 모르지만 후에 건담을 타고 싸워줄 자들을 위해 더욱 좋은 기체를 만든다. 그것이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싸울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괴로워지고, 제멋대로라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의 그녀에겐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마레네 씨는 어째서 건담 마이스터로 뽑힌거죠?"



 샬은 잠시 정비하던 손을 멈추고 계속 신경쓰였던 것을 루이도에게 질문했다.



 "조종을 잘해서려나~ 그녀의 조종기술은 거침없음이 특징이거든. 기체에 가해지는 대미지 같은건 신경쓰지 않아. 그렇기에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지. 메카닉의 입장에서 보면 기체를 상처투성이로 만드는 민폐 파일럿이겠지만 '건담으로 저지르려는 일'을 생각해보면 그정도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겠지. 그런 면에서는 우리보다도 건담 마이스터에 잘 어울릴지도 몰라."



 샬은 "그렇구나."하고 수긍하긴 했지만, 위화감을 남겨놓을 수는 없었다. 마음껏 입을 놀려 보았다.



 "하지만……"



 "하지만, 뭐?"



 "이념은 어떤가요?"



 샬이 걸린 것은 그 점이었다. 이념에 공감하지 못하는 자를 솔레스탈 빙에 두는 것은 위험하다.



 평소에는 감옥같은 방에 구금되어 건담의 부품인 마냥 다루어지고 있는 마레네. 그녀가 과거 대량 살인이라는 죄를 범한 사형수 였다는 사실은 이제 샬도 알고있었다.



 마이스터가 되어 사형은 면한듯 하지만 지금도 구속된 상태라는 것은 그만한 위험인물이라는 것 아닌가? 단지 사형당하기 싫어서 마이스터가 된 사람이라면 이념에는 공감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글쎄, 마레네는 나랑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아무래도 내가 마음에 안드나봐. 샬, 네가 와줘서 다행이야. 마레네도 여자끼리라면 이야기하기 쉬울 테고."



 정확히, 마레네는 루이도의 무신경하게 밝은 수다를 싫어할 뿐이었지만 그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성별이 같다고 다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사람은……)



 샬은 속으로 조금 푸념을 늘어놓았다. 인간관계, 특히 여성끼리의 그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마레네는 지금 루이도와 샬이 하고있는 것과 같은 정비 업무도 면제되어있다. 이유는 위험하기 때문에. 쇠창살 방에다 수갑, 그리고 폭탄 목걸이. 이것들을 차고있는 데도 자유로이 행동시키지 않으려 하는 인물이다.



 (루이도한테 물은 내가 잘못이지.)



 샬은 혼자서 납득하고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의 마이스터하고는 오늘 만날 수 있는건가요?"



 샬이 사전에 받은 자료에서 건담 마이스터는 다 합쳐서 4명이라고 적혀있었다. 샬이 크룽테프에 오고 1주일이 지났지만 마지막 한 사람은 아직 소개받지 못했다. 지금 알고있는 사실은 마지막 한 사람이 여성이라는 것과 이름이 아닌 코드 번호로 불리고 있다는 것 뿐.



 "건담 마이스터 874 이야기지?"



 "맞아요."



 "만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지."



 뭔가 두루뭉실한 대답이다.



 "하지만 오늘 미션에서 귀환한다고 들었는데."



 루이도의 설명으로는, 마이스터 874는 사달수드의 테스트를 위해 1주일에 달하는 롱 미션에 나가있다고 한다. 센서 능력을 중시한 그 기체는 장기간 감시 미션도 상정하고 있다. 그것을 위한 테스트였다. 평범한 모빌슈츠가 1주일 가까이 보급 없이 활동하는 것은 샹각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건담에는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GN드라이브가 탑재되어있다. 그러나 마이스터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물이나 식량, 산소는 GN드라이브로 해결할 수 없다. 거기다 1주일 가까이 좁은 콕핏 안에 있으면 정신적 부담도 상당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샬은 잔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이쿠, 그러고보니 슬슬 사달수드의 귀환시간이네."



 루이도의 말에 맞추듯 격납고 안에서 부저 소리가 울렸다.



 사달수드가 콜로니의 해치를 연 것을 알리는 것이다.



 "마이스터 874는 여전히 시간은 칼이네."



 "그럼 이제 격납고로 들어오는 거군요."



 "그래, 그러니까 어서 나가자."



 "네?"



 "나가자고."



 샬은 루이도가 무슨 말을 한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공기를 걱정한건가'하고 한 순간 생각했지만, 외부 해치와 격납고 사이에는 기밀 블록이 있어 공기가 새나갈 걱정은 없었다.



 "어째서죠?"



 "마이스터 874는 건담에서 내리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거든."



 다시 질문하려는 샬을 루이도가 바깥으로 밀고나갔다. 어쩔 수 없이 샬은 격납고를 뒤로했다.



 (그래, 일주일이나 콕핏 안에만 있느라 목욕도 못했을 테니까……바로 사람을 만나고 싶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납득하는 수밖에 없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시간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 사이 루이도와 샬도 개인실에서 샤워를 하며 기체 정비중에 뒤집어쓴 기름을 씻어냈다.



 샬로서는 상대도 깨끗하게 씻고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자신도 더러운채로 있을 수는 없다. 평소보다 세심하게 몸을 씻고 머리도 말렸다.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됐지만 고등학교 교복을 입기로 했다. '붉은 리본이 귀엽다'는 평판이 자자했던 교복이고, 스스로도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원래 소속'을 간단히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 늦었잖아."



 집합장소인 미팅 룸에 들어가자, 루이도가 이미 앉아있었다.



 "죄송해요, 옷을 입는데 시간이 걸려서, 에!"



 루이도의 옷을 본 샬의 목소리가 뒤집어져 버렸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달라서 '안심했기' 때문이다.



 (의외! 세련됐잖아.)



 눈치 채이지 않도록 흘깃흘깃 바라봤다. 루이도는 검정을 베이스로 붉은색이 섞인 라이더 슈트를 입고있었다. 목에서는 새빨간 스카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통, 이런 복장을 한다면 나르시스트로 보이겠지만 루이도는 멋지게 소화하고 있었다. 평소의 그와는 확연히 다른 의외의 모습인데도 위화감은 없다.



 (그건 그렇고, 지금까지 봤던 작업복 차림이나 파일럿 세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야. 게다가……)



 마음에 든 자신의 리본과 깔맞춤인 붉은 스카프. 우연인건 알지만 조금 신경쓰인다.



 "응? 왜그래, 뭐라도 묻었어?"



 역시 둔감한 루이도도 샬의 시선을 눈치챈 모양이다. 서둘러 화제를 바꾼다.



 "마레네 씨는 안오는 모양이네요."



 "그녀는 초기 멤버라 마이스터 874를 이미 알고 있으니까. 게다가 말이지……"



 마지막 한마디의 의미를 샬도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금 배려가 부족한 질문을 해 버렸다고 반성했다.



 "슬슬 마이스터 874하고 약속한 시간이네."



 마이스터 874는 시간이 칼. 샬은 루이도의 말을 떠올렸다.



 그 때였다. 미팅룸의 전면 모니터에 한 명의 소녀가 나타났다. 샬 보다도 어려보이는 인상이다. 막 10대가 된 정도로 보였다. 입고있는 옷은 샬의 것과는 다르지만 같은 교복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붉은 리본이 달려있었다. 어리고 귀여운 얼굴에 잘 어울렸다.



 샬의 마음 속에서 작게, 불쾌한 기분이 솟아났지만 질투 같은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도 알지 못한걸로 했다.



 "루이도 레조난스, 그 사람이 샬 아쿠스티카로군요."



 "그래."



 외형으로 받은 인상보다도 더욱 점어보이는 목소리가. 하지만 그 어조는 루이도 보다도 어른스러웠다. 동시에 감정같은 것이 매우 침착하게도 들렸다. 마치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닌 준비된 대본을 읽는 것 같은……



 "샬 아쿠스티카, 제가 건담 마이스터 874입니다. 크룽테프에 어서오세요. 이제부터 솔레스탈 빙의 이념을 위해서 함께 힘내보죠."



 "......네."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대답한다.



 (저 애는 대체 뭐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대로 모니터가 꺼졌다.



 "자, 잠깐만!"



 샬이 모니터를 향해 소리쳐도 마이스터 874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째서……이게 뭐야?"



 샬은 입에 담은 질문을 시선으로 바꿔 루이도에게 향했다. 그것을 받은 루이도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역시 이상해 보이겠지. 하지만 마이스터 874는 지금까지 모니터 너머로만 우리를 ㅣ만나왔어."



 "말도 안돼, 이상하잖아요."



 "확실히 그렇지. 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거야. 예를 들면 전염성 불치병에 걸려있어서 우리가 감염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라던가?"



 "그건 아니죠!"



 샬의 분노가 폭발했다. 


 

 (도대체 뭐야, 여기 사람들. 제대로 된 사람이 하나도 없잖아!)



 자신이 말도 안되는 곳으로 와버렸다는 의식이 강해져간다.



 (누가 좀 구해줘~!)



 입 밖으로 외치고 싶은 것을, 샬은 이성을 총동원해 억눌렀다. 분명 말해버린다면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것을 알고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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