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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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을 통한 분쟁근절을 내건 솔레스탈 빙은 절대적인 무력을 가져야만 했다. 그렇기에 오늘도 팩토리 콜로니 크룽테프에서는 건담의 개발을 계속하고있다.
형식번호 GNY-001 아스트레아를 이용한 새로운 무기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첫번째는 GN런처. 또 하나는 프로토 GN소드였다. 둘 다 표준 무장보다도 대형이며, 아스트레아같은 범용기를 위한 무장은 아니다. 여기서 획득한 데이터를 토대로 특수사양기의 무장을 개발하는 것이다.
테스트는 아스트레아의 건담 마이스터인 루이도가 담당하고, 크룽테프 내부 시설과 콜로니 외부에서 실시된다. 무장 테스트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의 활동을 전제로 한 범용성 높은 모빌슈츠는 상정된 수많은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칠 필요가 있었다.
한편, 현재 건담 개발에서는 우주 테스트가 우선되고있다. 솔레스탈 빙의 존재가 아직 극비사항 이기에 건담을 지상으로 내려보내서 테스트 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대응책으로, 크룽테프 내부에는 지상 환경을 재현한 에리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미 프로토 GN소드는 이미 콜로니 내부 모의 지상환경에서의 테스트가 이루어졌으며, 몇가지 문제점도 발견되었다.
"이녀석은 너무 무거워. 어지간히 잘 다루지 않는다면 기체 쪽이 휘둘릴거야."
루이도는 프로토 GN소드를 그렇게 평했다. 기술자로서의 면모도 가진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이걸 쓰려면 격투전용 기체가 필요하겠지. 격투용 기체라면 검의 무게도 플러스로 살릴 수 있을테고. 뭐 그런걸 만들 플랜도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닐지 모르지만."
프로토 GN소드는 장비시 전체 중량을 줄이기 위해 소드 내부에 총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계획되어있다. 이 기능은 아직 내장되어있지 않지만, 그것을 탑재하는 것으로 이름에서 '프로토'를 땔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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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슬슬 시작해볼까……"
루이도는 우주에서의 GN런처 테스트를 위해 아스트레아 탑승준비를 하고 있었다. 격납고 근처에 설치된 대기실에서 노멀슈트로 환복한다.
"응?"
샬이 서있었다.
"왜그래? 나한테 볼일이라도 있어?"
자신이 옷 갈아입는 모습을 훔쳐보러 온게 아닌 것은 안다. 뭔가 특별한 볼일이 있는 것이리라. 여자아이가 이상한 오해를 사는 것까지 각오하고서 온 거니까.
(아니면 나를 '남자'로 보고있지 않은건가? 옷 갈아입는 중이라도 상관 없을 정도로.)
루이도의 말을 들은 샬은 뭔가 말하려는듯 우물쭈물 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저……힘내세요."
"응? 어어."
굳이 찾아와서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지금이 실전 상황이고 '살아서 돌아올 수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또 모를까.
(그러면 다른 이유인가?)
평소에 '분위기를 못 읽는다'고 스스로도 알고있던 루이도였지만 이때 만큼은 샬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내가 그녀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샬, 건담에 타고 싶은거지?"
"엣."
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답인가보네. 뭐 지금 완성돼있는 제2세대 건담은 아스트레아하고 사달수드 뿐이니까. 네 플루토네는 아직 움직이지 못하고. 빨리 건담에 타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마음은 잘 알겠어."
"그게……아니에요. 물론 건담에 타고 싶다는 마음은 말씀대로 지만...전 여기 와서 아무 일도 안하고 있잖아요. 아무한테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게 괴로워서……"
샬이 말한 이유는, 루이도가 상상한 것과 비슷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나보다 훨씬 순수한걸. 역시 나도 '세상을 지키는 히어로'는 아니지만, 이 아가씨는……)
그것보다도 한 순간이나마 여자아이의 기분을 이해했다고 생각한 자신이 부끄럽다. 타인을 자신의 척도로 알 수는 없는 법. 게다가 그것이 나잇대 다른 여성이라면 이제 외계인 수준이다.
인류가 진화할 여지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일 것이다. 그것이 발달한다면 분쟁 따위는 일어나지 않겠지. 그렇게 되면 여고생이든 진짜 외계인이든 다를 바가 없어질 것이다.
"맞다, 샬, 이번에는 네가 아스트레아로 GN런처의 테스트를 해줬으면 해."
"저, 그래도 되나요?"
아까 그 놀란 표정과는 다른, 미소가 섞인 표정이 퍼져간다.
"베다의 승낙을 얻을 필요가 있겠지만 아마 괜찮을거야. 아스트레아의 무장은 좌우 모두 테스트할 필요가 있거든. 난 왼손잡이고, 넌 오른손잡이지? 장비를 바꾸며 패턴을 테스트 하는거야. 우선 너부터 해봐."
"네!"
샬의 대답은 지금까지 루이도가 들은 것 중 가장 기운찬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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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룽테프 주변 유역에 아스트레아가 멈춰있다. 오른 팔에 GN런처, 왼팔에 프로토 GN소드 장비한 채로. 모빌슈츠는 격투전보다 사격전이 중시된다. 그래서 오른손에는 총, 왼손에는 검을 장비하는 형태를 '오른손잡이 샤양'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격투전용기나 개인 커스텀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GN드라이브와 런처의 링크 확인."
아스트레아의 콕핏에 앉은 샬은 척척 준비를 계속했다.
이번에는 GN런처의 테스트다. 파괴력이 큰 GN런처는 콜로니 안에선 출력을 억누른 한정적인 테스트밖에 할 수 없다. 지금부터 이루어질 우주에서의 사격 시험에서 처음으로 풀 파워 사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체에는 프로토 GN소드도 장비되어 있지만, 이것은 사격시 기체 밸런스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며 테스트에서 직접 사용할 예정은 없다.
"샬, 괜찮아?"
루이도는 콜로니 내부에서 테스트를 모니터 하고 있었다.
"믓, 문제없어요."
샬은 긴장을 숨기기 위해 급히 대답하다 혀를 깨물었다.
"아스트레아는 네 개인 데이터에 맞춰서 각 부분이 조정되어있어. 이제 그녀석을 네 기체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해 봐."
"네!"
샬은 루이도의 말이 고마웠다. 아스트레아는 원래 루이도의 것이었다. 흠집 하나 없이 루이도에게 돌려줘야 하는데……그런 마음이 강해진다.
"부탁한다, 여신 아스트레아."
기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것은 루이도가 자주 하던 말이었다.
"기계는 친구, 믿으면 답해준다."
그것이 루이도의 말버릇이었다.
"후후후훗."
어린이같은 사고방식의 루이도를 떠올리자 자연스레 웃음이 새어나왔다. 동시에 온 몸에서 힘이 빠졌다.
"시작할게요."
샬은 GN런처로 목표를 겨눴다. 표적으로 선택된 것은 자원용 아스테로이드 중 하나. 그중에서도 아직 내부 광물을 채취하지 않은 가장 튼튼한 녀석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표적이므로 빗맞출 걱정도 없다.
"GN런처 내 입자 차지 임계까지……앞으로 7퍼센트."
GN런처는 GN드라이브로부터 직접 GN입자를 공급받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절대적인 위력을 지닌다. 그 대신 GN입자를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한 '바로는 못 쏘는' 무기였다.
"......3, 2, 1, 임계! 발사합니다!"
샬의 손가락이 트리거를 조작했다.
파앗!
그 순간, 샬은 빛에 둘러싸였다.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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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인가!"
크룽테프의 모니터에서 아스트레아의 테스트를 체크하고 있던 루이도가 외쳤다.
살펴보니 총구 말고도 총 곳곳에서 GN입자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오버파워인가!"
총 내부에서 임계치에 달한 GN입자가 그 파워 탓에 총 곳곳에서 새어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모빌슈츠라면 위험하겠지반, 건담은 총이 폭발하는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한 기체에 손상이 거지는 않을 것이다.
덧붙여 내부 건담 마이스터의 안정성은 꽤나 높게 설계되어있다. 하지만 루이도는 자신을 대신해 테스트를 진행하던 샬이 걱정되었다.
이것은 더이상 논리가 아니다.
모니터에 비춰진 아스트레아에게서 손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 GN입자가 뿜어져 나오는 총에서도 외견상의 파손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번 더 발사할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우와아앗~~~!"
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에서 '캉캉' 하는 소리도 들렸다.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GN런처가 파괴한 아스테로이드가 무수한 파편이 되어 아스트레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예상된 사태이고, E카본제 장갑에는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을것이다.
"그냥 파편이야, 진정해 샬!"
아무리 불러도 샬의 통신은 무슨 말을 하는건지도 모르겠는 비명소리 뿐이었다.
패닉에 빠진 것이다. 틀림없다.
"아스트레아……GN드라이브 이상 없읍. 긴급도 낮음."
통신용 모니터에 건담 마이스터 874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이런, 무슨일이지, 아가씨?"
이어서 마레네도 나타났다.
통신 모니터 표시를 확인해보니 아무래도 패닉에 빠진 샬이 긴급 사인을 보낸 모양이다. 그것은 건담 마이스터 전원에게 전달된다.
원칙상으로 긴급시에는 GN드라이브의 안전을 확보하고, 그 뒤 건담 마이스터를 구출하도록 되어있다. 어느 쪽이든 조직에 있어선 얻기 어려운 것이니.
"사고? 불쌍하군. 루이도 네가 그 아가씨를 건담에 태운거지? 일부러 '왼손잡이'라고 이유까지 붙여서. 너, 바보인 주제에 재주 좋은 양손잡이잖아. 그건 그렇고 엉뚱한 일이 됐네. 난 방에서 나가지 못하니까 그 남자가 구해주길 기다리라고, 아가씨."
마레네는 하고싶은 말만 하고 통신 모니터에서 사라졌다.
(내가 하는 수 밖에 없는건가!?)
마레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분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마이스터 874, 사달수드를 빌려줘, 내가 나갈게! 샬, 조금만 기다려!"
"네? 아앗, 루이도 씨."
샬에게서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패닉에서 벗어난 모양이다.
"이제 괜찮아?"
"저는……아스트레아는 어떻게 됐나요? 밖이 전혀 안보여요. 카메라가 죽었나?"
건담의 카메라는 파편 충돌로 파손될 만큼 약하지 않다. 아마 방금 총에서 새어나온 GN입자를 뒤집어 쓴 것이 원인일 것이다.
"어쨌든 사달수드로 대리러 갈게, 거기서 기다려."
"아뇨, 괜찮아요. 직접 돌아갈게요. 모든 센서가 나간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뭐야, 겸손떨지 마."
"아니에요."
그대로 샬과의 통신이 끊겨버렸다. 루이도는 샬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책임을 지고 아스트레아를 돌려주고 싶다……는 건가?"
그것이 그가 떠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이유였다.
한편, 샬은 아스트레아의 콕핏에서 침울해하고 있었다. 패닉에 빠진 것도 그렇지만, 주어진 일을 해내지 못한 자신이 한심했다.
그리고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었다.
"여기 왔을 때 정했는데……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분함의 눈물이라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루이도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그의 상냥함에, 너무 기쁘고 따뜻해서……어떻게 해도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학생 때의 자신은 사랑의 환상에 빠진 소녀였다. 어쩌면 지금도 전혀 성장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이도에게 품은 감정은 학생때 품었던 즐거운 사랑과는 달랐다.
"이게 뭐야……가르쳐줘, 아스트레아."
울면서 묻는 샬에게, 여신은 침묵으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