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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영국스러운" 홍차

오늘의 홍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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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넘 앤 메이슨 알비온"


저번 글에서 제가 이 친구를 사게 된 이유를 따로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그게 오늘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유를 말씀드리면, 제가 포트넘 앤 메이슨 온라인 스토어를 둘러보던 중 새로 나온 홍차라고 광고를 하는 배너를 보았습니다. 그 홍차의 틴케이스에는 "EVER SO ENGLISH(그 어느 때보다 영국스러운)"라는 문장이 박혀있었고, 틴케이스 자체도 영국식 목판화의 오마주였던 데다가, 알비온이란 이름을 쓰고 있었는데 그 이름이 저를 유혹했기 때문입니다. 알비온이 대체 뭐냐고요?

먼저 알비온이란 단어를 설명하면, 알비온은 로마 제국이 브리튼 섬 혹은 잉글랜드 지역을 가리킬 때 썼던 고대 지명이며 옛 로마인들이 영국의 도버 백악절벽을 보고 라틴어로 "하얀색"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albus"를 가져와 지어준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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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바로 도버 백악절벽(White Cliff of Dover)입니다.


이렇게 이름 하나에 현혹된 저는 마음을 가다듬고 홍차의 원산지를 보려는 순간...... 한 대 더 얻어맞고 말았습니다. 홍차의 원산지가 바로 아쌈과 케냐였기 때문입니다, 진짜 영국적인 홍차의 생산지였죠.


아편 전쟁 이후에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무제한에 가깝게 홍차를 "구해"오지만, 중국에서 들어오는 홍차만으로는 더럽게 맛이 없는 음식에 고통받고 있는 영국인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는데다가, 산업혁명과 근대화의 여파로 하루의 끼니를 밀크티 세 잔으로만 때워야 했던 노동자의 수요까지 급증하며 영국은 새로이 홍차를 재배해서 가져올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영국 정부는 영국 동인도 회사에 "중국 이외의 차 재배지를 개척하라."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에 영국 동인도 회사는 인도 동북부의 "아쌈"과 아프리카의 뿔에서도 특히나 아프리카의 중부에 있어 교통과 수탈의 요충지였던 "케냐"에서 홍차 재배에 성공하며 드디어 어딘가 이상하지만 "Made in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라벨을 붙인 홍차"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산지의 홍차들로만 "그 어느 때보다 영국스러운 홍차"를 만들었다고 써놨습니다.

이 모든 정보가 제 머릿속에서 합쳐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제 뇌는 "영국의 최고(最古) 홍차 브랜드가 자국의 옛 이름을 홍차에 달아줬다→게다가 캐치프레이즈를 "그 어느 때보다 더 영국스러운"이라고 적어놨다→근데 이름도, 홍차도 가장 영국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그럼 이 회사가 이 홍차를 진짜 미칠 듯이 맛있게 내놨을 테지?"라는 조금은 비약에 가까울 수도 있는 예측에 도달했고, 그렇게 제 지갑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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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온 이 홍차는 틴케이스부터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18세기에서 19세기까지의 목판화처럼 꾸며놓은 이 홍차를 제 손으로 받았을 때의 첫 느낌이 사실 생각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그냥 오자마자 너무 기쁜 나머지 바로 상자 뜯어서 밀크티 만들어 마셨거든요. 리뷰도 한 일주일 뒤에 모든 홍차를 다 마시고 썼었습니다. 지금도 거의 한 달에 2주는 이 홍차를 마시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리뷰할 "포트넘 앤 메이슨 로열 블렌드"보다 밀크티로 만들어서 마시기가 아주 월등하게 좋다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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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 홍차를 우립니다.


9g(세 티스푼), 98℃, 7분으로 우려줍니다.


98℃에서 우려 주는 이유는 아쌈과 케냐가 무거운 홍차이기 때문이고, 6분에 1분을 더해서 우린 이유는 이 홍차가 우리면 우릴수록 맛있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8분 이상 우리면 쓰거나 몰트한 느낌이 매우 강해지기 때문에 7분을 마지노선으로 잡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아쌈과 케냐의 특징 중 하나인 "설탕을 안 넣어도 달지만 설탕과 만나면 맛있어진다"법칙에 따라 설탕을 좀 많이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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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렇게 해서 잘 우린 홍차를 우유 위에 부어주면 맛있는 밀크티 완성입니다.


맛은 밀크티와 고구마를 함께 먹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묵직하고 달달한 맛입니다. 페어링을 추천하면 고구마케이크, 크림빵과 같은 달콤하면서 묵직한 빵 종류의 디저트입니다.


이상으로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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