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원조라고 불리는 정산소종... 의 원판은 아니고 유럽인들(정확히는 영국인) 입에 맞게 개량된 랍상소우총이에요.
(전에 글을 썼던 운남전홍의 기원처럼 홍차의 기원인 정산소종의 기원에 대해서도 언젠간 글을 쓸 계획이 있긴 해요.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중국 본토 정산소종은 다음에 정산당에서 시켜서 우려 마셨을 때를 기약하고, 오늘은 이 랍상소우총 시음기를 적어볼게요.
기본적으로 찻잎에서 다른 차에서는 맡을 수 없는, 훈연 소나무 향과 소독약 향이 같이 섞여서 나요. 정로환 냄새도 살짝 나는 것 같긴 한데 너무 살짝이라 있는 듯 없는 듯해서 지목해서 얘기할 만큼의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찻물에서 랍상소우총 특유의 향을 강하게 내기 위해서 살짝 진하게 우려마시는 편이에요. 그래도 중국엽이라고 어지간히 우려서는 떫은 맛이 강하게 나는 편은 아니라 가능한 거지만요.
좀 진하게 우린 랍상소우총 찻물의 향은 마른 잎에서 나는 그 냄새와 거의 같아요. 살짝 정로환이 강화되고 소독약이 약화된 느낌이 있긴 하지만 굳이 중점적으로 언급할 만큼의 차이는 아니라고 봐요.
용안 향은 잘 모르겄네요. 소독약, 훈연 소나무, 정로환 향이 압도적이라 과일 향 비슷한 건 맡기가 힘들어요.
티푸드로는 버터나 크림 맛과 향이 강한 과자나 케이크류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정도, 그런 풍미여야 랍상소우총 특유의 향을 뒤덮거나 보완할 정도가 될 것 같아요(실론처럼 짭짤한 샌드위치나 소시지 같은 거 먹어도 왠지 괜찮지 않을까 싶긴 한데 다음에 써브웨이 스파이시이탈리안이랑 같이 먹어봐야겠어요).
일부러 평소에 차 우리는 티팟과 마시는 잔을 쓰지 않았어요. 랍상소우총 향이 거기에 배어버리면 랍상소우총 전용으로 써야 할 정도로 냄새가 안빠지거든요... 그래서 랍상소우총은 전용 티팟과 잔을 따로 구비해서 쓰고 있어요.
그리고 브랜드마다 랍상소우총의 향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싱가포르 TWG에서 마셨던 랍상소우총은 훈연 소나무 향이 압도적이었는데 포트넘 앤 메이슨 랍상소우총은 소독약 비중이 상당히 높았거든요. 그래서 랍상소우총 고르실 때 가장 좋은 건 시음이나 시향을 미리 해보고 자기가 선호하는 걸 구매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