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4세 이상│1~4명│90~120분
" 인간이 만든 생명체 골렘,
골렘 연구를 통해 최고의 학자가 되어보자! "
흙을 빚어 만든 피조물인 '골렘'은 유대인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 속의 존재다. 구약 성경이나 중세 서사시에서는 돌이나 진흙 등의 무정형 물체를 가리키기도 했다. 판타지적 배경을 가지는 많은 이야기나 게임 등에서 차용되기도 했으며, 마법으로 만들어진 로봇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곤 한다. 골렘에 대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랍비 유다 뢰브 벤 베자렐이 창조한 프라하의 골렘에 관한 설화다. 1584년에 프라하의 유대인들이 억압을 받게 되었을 때, 유다 뢰브 벤 베자렐이 흙과 나무를 섞어 빚은 후 당나귀 가죽을 씌웠더니 골렘에 생명이 깃들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덩치 크고 힘이 좋은 골렘은 유대인을 억압자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사람들의 일을 도왔으나, 계속해서 일을 하는 동안 통제 불능 상태의 괴물이 되어 난동을 부렸고, 랍비가 골렘의 생명을 거둬 유대교 회당인 스타로나바 시너고그에 봉인했다고 한다.
프라하에 있는 스타로나바 시너고그
지금 소개할 게임 <골렘>은 바로 이 설화에 착안하여 만들어졌다. 다만 설화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고, 게임에 적합하게 약간의 조정이 이뤄졌다. 예를 들어, 본 게임에는 억압자가 등장하지 않기에 게임 속 골렘들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은 수행하지 않고, 일꾼으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존재로 표현되는 것은 여전하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골렘을 재현하려는 학자의 역할을 맡아 지식을 모아서 고서를 연구하고, 금괴를 녹여 강력한 아티팩트를 제작하며, 도시 곳곳에 골렘을 배치해 여러 일을 해결한다. 그와 더불어 지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골렘을 지속적으로 통제해야만 한다.
스타로나바 시너고그를 닮은 구슬 분배기, 구슬 분배기는 행동의 선택지를 늘려주어 더 다양하고 전략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한 라운드는 여러 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플레이어들이 차례에 따라 행동을 선택하는 행동 단계가 라운드의 핵심이다. 한 행동 단계 동안 플레이어마다 구슬 행동 2번, 랍비 행동 1번을 할 수 있으며, 자기 차례가 되면 이 행동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 구슬 행동은 스타로나바 시너고그의 모습을 담은 구슬 분배기와 시너고그 판을 이용한다. 구슬 분배기에 각종 색깔의 구슬을 넣으면 이 구슬들이 5칸에 무작위적으로 분배된다. 5칸은 각각 작업, 골렘, 아티팩트, 연구, 거울이라는 각기 다른 행동을 나타내며, 구슬을 선택한 칸에 따라 그 칸에 지정된 행동을 수행하게 된다. 이때 그 칸에 놓인 구슬의 수와 선택한 구슬의 색에 따라 부가적인 효과가 발휘된다. 칸에 놓인 구슬 수가 많을수록 그 행동의 행동 수치도 높기 때문에, 여러 플레이어가 같은 행동을 수행하는 경우 나중에 행동을 선택한 사람이 더 낮아진 행동 수치를 가지게 된다. 이로 인해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려는 플레이어 간에서는 차례 순서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선택한 구슬의 색깔은 게임판에 놓인 학생 중 어느 구역에 있는 학생이 이동하는지를 결정한다. 학생의 위치에 따라 수입 단계에 받는 자원/승점이 정해지고, 골렘을 제어하는 데 드는 지식의 양도 정해지기 때문에 선택하는 구슬의 색깔 역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3가지 분야(연구/골렘/아티팩트)의 발전 타일을 개선해가면서 자신 만의 승리 방정식을 만들 수 있다.
이들 각각의 행동을 살펴보자. 작업 행동은 게임판에 놓인 골렘을 활성화한다. 그렇게 되면 그 골렘이 놓인 구역의 타일 효과가 활성화되고, 플레이어는 각종 이득을 얻는다. 골렘 행동은 진흙을 얻고 골렘을 제작할 뿐만 아니라 골렘을 개선할 수 있게 해 준다. 아티팩트 행동을 통해서는 동전을 얻고, 아티팩트를 개선하고 제작할 수 있다. 아티팩트는 완성된 순간과 수입 단계마다 보상을 제공한다. 연구 행동을 하면 지식을 얻고 책 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 거울 행동은 앞서 설명한 아무 다른 행동 중 하나를 수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때, 거울 행동 칸에 놓인 구슬의 수에 따라 행동 수치가 결정되기에 이미 구슬이 다 떨어진 행동도 수행할 수 있다. 랍비 행동에선 매 라운드마다 교체되는 행동 타일에 자신이 가진 랍비 말을 올려놓고, 해당 행동을 수행한다. 라운드가 끝났을 때 행동 타일에 놓인 랍비 말의 순서가 다음 라운드의 차례 순서가 되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랍비 말을 놓을 행동 타일의 효과보다 위치가 더 중요시되기도 한다.
플레이어들은 매 라운드 골렘을 이동시켜야 하고, 또 골렘을 성공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골렘 이동 단계에서 자신의 골렘을 충분히 이동시키지 못하거나, 골렘 제어 단계에서 골렘을 제어하지 못하면 그에 따라 승점을 잃는다. 골렘을 통해 다양한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이들을 충분히 관리 감독할 수 없다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규칙들을 통해 골렘 설화의 설정을 적절하게 게임으로 옮겼다는 느낌을 준다.
라운드마다 골렘을 잘 관리하면 타일 행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면 큰 점수를 잃는다.
살펴봤듯이 <골렘>은 행동을 통해 다양한 자원을 수집하고, 이들을 사용해 골렘이나 아티팩트 등을 제작하거나 이들을 개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개선이 이뤄질수록 행동의 효율이 올라가고, 따라서 더 많은 자원을 수집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추가적인 개선을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이다. 게임의 승부는 누가 더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갈린다. 게임은 총 4라운드에 걸쳐 진행되는데, 매 라운드 각 플레이어는 최대 3번의 차례를 갖고, 차례마다 행동을 딱 하나씩 수행한다. 이렇게 제한된 기회만이 주어지기에, 그 안에서 최대의 효율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골렘>은 유명한 설화를 바탕으로 하여 골렘을 연구하고 활용하는 학자의 모습을 멋지게 그려냈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이 취하는 여러 가지 행동은 테마와도 잘 어우러지고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기에 플레이어들은 한층 더 흥미롭게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골렘>은 전략 게임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위대한 로렌초>를 만든 시모네 루치아니, 플라미니아 브라시니, 비르지니오 질리, 이 3명의 보드게임 작가들이 힘을 합쳐 만든 게임이다. 전략 게임의 팬이라면 결코 이 게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