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설명서 어려운 이유…"정보 제시 방식 비효율적"
[디지털투데이 AI리포터] 보통 보드게임에는 게임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는 규칙이 적힌 설명서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일부는 게임이 복잡할수록 설명서를 읽는 데 시간을 오래 잡아먹곤 한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플레이하는 것이 더 빨리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보드게임 설명서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지난 1일(현지시간) 일본 IT 매체 기가진이 보드게임 설명서 편집자 딘 레이 존슨(Dean Ray Johnson)의 관점을 빌어 설명했다.
존슨은 먼저 우주개발을 주제로 한 보드게임 '온 마스'(On Mars)의 설명서를 예로 들며 겉보기에는 잘 쓰여진 것처럼 보이는 설명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령 '실행 행동'이라는 중요한 개념에 대해 설명서의 8페이지에는 '턴에 1번의 메인 액션과 1번의 실행 행동이 가능하다'라고 간단히 언급되어 있지만, 10페이지에서 갑자기 '설계도 카드에 실행 행동이 기재되어 있다'는 새로운 정보가 추가된다. 이후 14~17페이지에 걸쳐 건물 건설, 우주선 수용 등 고급 액션과 관련된 다양한 개념이 단편적으로 설명되고, 마지막으로 18페이지에서 고급 액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루어진다.
그는 "설명서가 중요한 개념을 일관성 없이 단편적으로 설명하며 정보 제시 방식이 비효율적이다"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설명서가 게임의 독창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며 게임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없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존슨은 "이러한 설명 방식은 독자가 많은 정보를 일시적으로 기억해야 하며, 그 사이에 잘못된 이해와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존슨은 "먼저 실행 행동의 기본 메커니즘을 설명한 후 관련 개념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시각적, 청각적, 신체적 학습자로 분류하는 'VAK 이론'은 현대 연구에서 부정되고 있으며 실제로 자칭 '시각적 학습자'와 '청각적 학습자' 모두에게 그림이 있는 교재를 제공했을 때 두 학습자의 학습 효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루트'라는 보드게임에서는 처음에 플레이어가 자신의 세력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설명하는 방식을 가정했지만, 이는 실패였다고 한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세력을 이해하기에 바빠서 다른 세력의 설명을 들을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
존슨은 이러한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에 학습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플레이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실제로 필요한 시점에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
게다가 존슨은 자체 조사 결과 많은 플레이어들이 '플레이하면서 배우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경험자에 의한 완벽한 사전 규칙 설명을 중시하는 현재의 보드게임 문화와 모순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존슨은 보드게임 설명서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규칙을 한 번에 설명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 ▲실제적인 예시를 통해 능동적인 학습을 유도할 것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 ▲기존 지식과의 연관성을 명확히 할 것 등 4가지 관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말미에 존슨은 "대부분의 보드게임 설명서가 학습자의 단계별 이해를 돕거나 필요한 정보에 대한 빠른 접근을 제공하지 못하고 중간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면서 "튜토리얼, 레퍼런스 가이드, 교과서적 접근법 등 목적에 따라 다양한 문서 형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개선은 보드게임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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