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게시판 | 구독자 2명 | 김마넴

국제공항서 일하는 사람이 여객썰 푼단다 - 이 짓 좀 하지 마라 좀 (1) -

안녕안녕?

항공기 게시판은 생겼는데 아무도 글 쓰는 사람이 없어서

이 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보고 듣고 겪은 일들 한번 끄적거려보려구 그런다.

설마 누가 보겠냐 싶기도 하지만.

글빨 떨어질까봐 재활치료 삼아서 써보는 거기도 하니까 혹여 미진한 점 있으면 좀 봐줘.


제목이 왜 여객 썰이냐고? 첫째로 나는 여객 분야로 입사했고 여객기에 사람 태워서 돈 버는 거에 익숙하니까.

둘째로는 모르는 분야 괜히 건드렸다가 잡소리 쓸까 봐 무서워서.

일단 여객이라고는 하지만 이웃 부서 이야기들도 쓰다 보면 나올 거야.


첫 글부터 제목이 완전 도발적이다 그치? 그런데 곤욕을 치를 일이 생기려면 서비스 업자도 잘못할 수 있지만

서비스 받는 사람도 잘못할 수 있는 게 있어. 그런데 그 잘못이란 게 대충 고객들도 왜 잘못인지 잘 몰라서 그러는 수도 있으니까 문제야.


각설하고 한 마디 외쳐본다. 가방에 옛날 수하물 택TAG 붙이고 다니지 마라 좀!


요새 내가 근무하는 데가 여객 수하물 취급하는 파트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 얘길 제일 먼저 해보자.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받는 고객들 열에 아홉은 수하물을 갖고 오신다.

그럼 개중에 가방을 새로 사오시는, 여행 다니신지 오랜만이시거나 처음이신 분들도 계시지만 '나는 여행 좀 많이 다녀본 사람이다 어험'하고

과시를 하고 싶으신 분도 계신 건지, 아님 캐리어 자체를 엄청 오랜만에 꺼내셔서 옛날의 택들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서 그러신지는 모르겠지만!

가방 여기 저기 덕지덕지 바코드가 인쇄된, 검지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작은 스티커들을 엄청 많이 붙인 캐리어를 위탁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




요런 식으로!


체크인 카운터에서 일하던 당시에는 공명심에

"고객님, 가방이 이러면 시스템 오류로 운송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고 한 마디 덧붙이지만, 과연 고객님들이 아 그렇군요 떼겠습니다 하고 떼시겠어?

이른 아침이든 늦은 저녁이든 어서 탑승권 들고서 면세품 찾고 여력이 되시면 라운지도 들어가셔서 기내에서 푹 주무시도록 한 잔 꺾으시기도 해야 되는데.

맹세코 장담코 그 자리에서 떼시겠다고 드는 분 한 분을 못 봤다. 그럼 네가 떼던가? 하고 째려보는 분은 계셨지.

사실 뗄 수 있는 도구도 약품도 없는데. 그 자리에서 손톱 돋궈 가면서 캐리어 벅벅 긁고 있게 됐어?


절대로 사람이 하는 일은, 아니 기계가 하는 일이라도 어딘가 흠결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걸 최대한 커버하는 게 공항에서 서비스하는 자세의 기본이야.

그렇게 얼룩얼룩 여기저기 바코드 스티커 붙은 가방은 어떻게 되느냐구?

체크인 카운터 직원이 탑승권 발급하면서 같이 발급해 손잡이 쯤에 부착한 큰 스티커 택이랑 같이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서 움직여가기 시작하지.

고객님들 앞에서야 천천히 세월아 네월아 가는 거 같겠지만 시야에서 사라지면 수하물은 시속 60km 속도로 움직인다.

그러다가 중간 중간에 있는 스캐너에 가방에 부착된 바코드가 스캔돼서 중간에 어느 하역장으로 가야 된다고 방향을 바꾸곤 하는 거야.

참고로, 방향 바꿀 때는 핀볼 기계의 플리퍼처럼 컨베이어 벨트 옆 벽이 유압으로 퍽 하고 움직이는데,

거기에 맞아서 캐리어 바퀴나 손잡이 파손되는 수가 적지 않다.





시속 60km로 움직이는 도중 갑자기 튀어나오는 저런 플리퍼에 퍽 맞는다니까?






그런데 캐리어에 붙은 바코드가 하도 많은데 스캐너가 시속 60km로 움직이는 가방을 스캔하다가

'어, 이거 말고' '어, 이거도 아니네' '어라, 이것도 아니네'

하고 우물우물하면 어떻게 되느냐?

인천공항의 경우에는 프로블럼 벨트PROBLEM BELT라는 곳으로 가서, 하역하는 직원이 근처에서 일하는 항공사 직원에게

"이 가방 이상한데요?"

하고 보고한단 말이지.

그럼 항공사 직원은 이 캐리어가 어디서 난 캐리어인지부터 따져 봐야 돼.

인천 아웃ICN OUT이냐? 환승TRANSIT이냐?

누구 캐리어인지를 알 수가 없으니 일단 휴대용 스캐너에 찍어보긴 해도, 정상적인 바코드 택이 잘 붙어 있었다고 해도 결국은 본인 확인을 또 해야 탑재가 가능하거든.

수하물 이동 지역에 있는 항공사 직원은 어느 비행기에 실려야 하는 누구 건지를 알아내선 탑승구 근무 직원에게 연락을 하지.

요새야 스마트폰이 있으니 사진을 찍어다 보내서 고객님을 찾아서 세워 놓고 확인을 하는 절차가 필요해.

방심 상태로 비행기 타러 왔다가 탑승구에서 애타게 찾는 소릴 듣거나,

혹은 탑승권 내민 그 자리에서 탑승권 스캐너가 빨간 불 켜면서 구슬프게 울부짖는 소리 듣는 순간

뭐가 잘못됐나 하는 생각 한 번 더 하게 되는 거야.

결국 뒤늦게 아뿔싸 내 짐 안 실렸었구나 하고 깨닫고 금도끼 빠뜨린 나무꾼처럼

아이고 제 가방입니다 하는 소리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고객님도 귀찮고 직원도 여러 사람 귀찮게 만든단 말이지.






대충 이런 느낌?(스샷은 쿠키요미 3에서 발췌)



그나마 이건 수하물 택이 멀쩡하게 붙어있지 않거나(사람 손으로 붙인 스티커가 떨어지는 수도 있겠지?),

컨베이어 벨트에서 이동 중에 굴러 떨어져서 어디 갔는지 모를 일인 경우보다는 쉽게 해결되는 건이야.

이럴 때 고객님이 손으로 써붙인 이름 / 주소 / 연락처같은 게 있는 백 택BAG TAG이 있다면 전화해서 알아보거나,

시스템의 온 비행기 전부에 이름으로 들이밀어 찾거나,

아니면 미탑재 모니터링하다가 이 가방 안 보인다고 굼벵이 고기 좀 잡숴본 공항공사 직원들한테 유선 연락으로 요청하거나...

궁극적으로 고객님 앞에 사진 들이대고서 이 가방이 고객님 가방입니까 하고 산신령 노릇 하기까지 몇 다리씩 수고가 더 들어간단 말씀.

그런데 못 싣기라도 한다면? 고객님 난리나고 도착 공항 지점 난리나고 출발 공항에선 다음 편 비행기에 보내려고 노선 설계하고... 아유 귀찮다 귀찮아.

이건 그나마 하역 직원분들이 일 잘 하고 시스템이 멀쩡한 인천공항이다보니 이 정도에서 멎는 거지,

수하물 분실로 악명높은 파리 샤를 드 골CDG이라던가 상파울로SAO같은 데였다면 그냥 언제 찾을지 분실 신고 올려놓고 기다리는 게 속 편할 거야.


한 마디 하기까지 엄청 긴 소릴 썼지만 앞으로도 계속 쓸 거야. 많이들 읽어준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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