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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항서 일하는 사람이 여객썰 푼단다 - 공항 가요, 일하러 (1) -

안녕안녕!


어느덧 여객썰도 한 시즌 넘어가서 새 챕터를 쓰게 됐어.

솔직히 공항 와서 하지 좀 말았으면 하는 짓이야 하나 둘이겠느냐만

빌드업도 있고, 새 테마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해야 좀 이야기가 푹푹 나갈 거 같아서

오늘부턴 새 테마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그래.


이번 화의 주인공은 바로바로, 공항 3대 팀 중 첫 번째. 탑승수속팀이야.

부제는 그녀가 무너져내린 날.




까꿍. 여객서비스지점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탑승수속팀 A.K.A. 카운터올시다.


공항 가면 제일 먼저 짐 챙겨서 가야 하는 곳. 바로 탑승수속 카운터겠지?

내가 비행기를 탈 거라고 비싼 돈 들여 항공권을 구매했으면 그 권리를 행사하러 가는 곳이며,

나 혼자서만 가는 것도 아니고 내 소중한 짐도 함께 맡기며

무엇보다 내가 비행시간 내내 편안하게 앉아갈 자리를 지정해 주는 곳이기도 하니

승객 여러분 모두들 오늘은 비상구자리 없을까 하고 묻는 게 반쯤 필연적이기도 한 곳.


직원들 가운데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리는 곳이야.



"제 할 일만 잘 하면 다른 직원 신경 쓸 일도 없고 퇴근도 깔끔해서 좋아요."

"몰려오는 분들 모시다보면 시간 잘 가고 어느덧 밥먹고 어느덧 퇴근시간이라 좋아요."



"밥 먹는 것도 시간 딱 정해져 있고, 그나마 손님 몰리면 먹을 수도 없고!"

"화장실도 제 맘대로 갈 수 없고, 담배는 언제 피우라고?!"

"하루 진종일 똑같은 말만 반복해 봤어? 그것도 쉬지 않고??"

"한 고객님 잘못 모시면 뒤처리가 얼마나 끔찍한데?!"


보는 바와 같이 옆 카운터에서 불이 나든 물이 쏟아지든 상관이 없이

내가 모신 고객님만 잘 하면 되니까 상관이 없다는 것도 있지만

언제든 자기한테도 불이 나고 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는 점은 잘 알아야겠지.

여객서비스지점, 즉 항공사의 공항 지점에서는 제일 많은 인원수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해.

그만큼 탑승수속팀에서 잘 수속을 해서 모셔야 탑승구에서도 마음놓고 탑승시킬 수도 있는 거고 한데

만사 그렇듯 제일 중요한 전제조건은 단 하나야. '업무를 잘 한다면'.


그럼 네가티브한 의견을 보자구.

식사시간, 화장실, 흡연 등에 제한을 받는다? 아니 이 대명천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있습니다, 있어요. 카운터는 인권의 사각지대니까.

나 입사 전이니 2000년대 때의 일이라는데, 어느 카운터 직원인들 가만히 앉아서

"다음 고객님!"하고 손 들고 그러겠어? 그러면 어느 고객님인들 퍽이나 좋아하시겠다.

적어도 일어나서 한 손 들고 우렁차게 외치게 되겠지. 은행의 번호표같은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준 선착순제다보니까 그렇지.

어느 여선배님께서 오전 시프트 근무(아침 06시 30분~오후 15시 30분)중에

아침 댓바람부터 항공기에 탑승하러 오신 고객님들을 상대하다가 화장실도 변변히 못 간 마당에

이 분만 모시고 가야지 이 분만 하고 가야지 하다가

다음 고...!하고 기계적으로 일어서면서 손을 들던 찰나




(일어서다 말고 그 자리에서 무너져내린 여직원)

흑...흐흑...




(그 카운터 책임 매니저)

아니 쟤가 왜 저러지?

얘얘 너 왜그러니, 어디가 안좋...




(바닥이 흥건)

어흐흑... 매니저니이임...



(당혹, 분노)

어머나!

아니 어쩜... 중간에 화장실은 한 번 갔어야지... 

얘, 조퇴원 안 내도 되니까 넌 그냥 집에 가라.

윗선에는 내가 얘길 할 테니.

으이그 이놈의 카운터 하여간.


에이 설마 21세기에 저런 일이 있었겠냐고? 다 큰 성인이 화장실 하나 제때 못가서 실수를 하는 직장이 있다고?




DEPARTURES 2는 2번 출국장.

즉, 수속을 마치고 출국심사를 하러 가는 분들이 저만큼.

벽 안이 출국심사 대기열인데 이미 밖에도 만리장성 뺨치는 장사진.

저쯤 하면 수속카운터 출구부터 이미 장사진이 이뤄졌다는 거지.

참고로 저건 인천공항 1터미널.

극성수기 때의 신문 보도기사의 사진이지.


강제로 못 가게 하진 않았지만, 저만큼이나 고객님들이 기다리고 있다면

바로 다음이 내 차례다 싶은데 카운터 비자마자 밀고들어오기도 한단 말야.

그런 순간 날 수속해줄 것 같은 직원이 막 뛰어나간다?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여기는 건 지금 이 글을 읽어주는 맘씨 고운 형아 누나들께서

자택에서 혹은 핸드폰으로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이 글을 읽으니까의 얘기고

이른 새벽부터 아침 첫편 괌GUM 행, 마닐라MNL 행, 후쿠오카FUK 행 등 빠른 비행기를 예약한지라

새벽을 밝혀서 공항에 간신히 도착했다 싶으셨더니 무지막지한 인파가 이미 기다리고 있으며

비행기 시간은 다가오는지라 불안 초조 긴장하신 고객님들 중에는

자기 차례가 왔는데 카운터 직원이 자릴 비우는 모습을 보자마자

"야! 저 지지배 지금 어디가는 거야!!!"하고 소리지르는 분도 계셨대. 옛날에는.

저 위의 케이스는 그나마 온건하게 끝난 거고, 방금같이 소리지르는 고객님이

참고 참다가 화장실 가는 카운터 직원을 대갈 일성으로 실수를 범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지.


내 경우에는 사전 학습이 있었던 데다가 카운터로 전입 갔을 때 이미 후배 직원들이 여럿 있었던 터라

화장실도 담배도 눈치껏 꺾어가면서 다녀오고 그랬었는데

정말 문제가 하나 생기더라고. 생동물 알레르기거든.




고객님 다행히 좌석이 여유가 있어서 오늘은 복도좌석을 킁킁킁

드릴수가 있었습니다 에취 킁킁킁




?? 아 네 잘 됐네요

그럼 내 일행은 어디 앉나요?

다들 모여~!




아니 왜이러지 쿨쩍쿨쩍 에취에취

잠시만요 고객님 제가 좌석맵을 에취 콜록콜록




좌석 나란히 된다구? 나도 끼어야지!

...근데 이 양반 상태가 왜 이런대?




(옆 카운터 손님)

제가 오늘 우리 해피랑 같이 가거든요~

해피는 개죠?




(해피. 생동물ALIVE ANIMAL)

헥헥 왈왈 아옳으엃




(옆카운터 동료)

해피 마지막 울음이 좀 이상하지만요 암튼 개네요.

케이지 잘 들어있고.

아니 그나저나 방패병 형씨 왜 그랴?




아유 켁켁 쿨쩍쿨쩍 죽겠다

생동물 털 알레르기가 도졌나봐

아유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좌석표를 봤는데요 킁킁 콜록

바꿔드릴 자리가 후엣취헷취




어이구 알레르기 심하시네

아유 좀 덜 붙어앉아도 좋으니 후딱 끝냅시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그래도 제가 콜록콜록

최대한 가까운 곳에 모셨 에취으에취

안녕히 가십쇼 킁킁 감사합니다

아유 왜이리 심해! 매니저니이이임!




아니 얜 또 눈물콧물범벅이냐?




여기 고객님 생동물 때문에 알러지가 도졌다는데요?




...ㅎㄷㄷ...

아니 우리 해피는 깨끗하다구욧!




(케이지 안에서)

월월 꾸워얽크륽우웱




아이고 매니저님 저 화장실좀 크헑으어얽




으이고 그래 가라 가

어째 얘도 멀록 우는 소릴 낼만큼 앓는단 말이냐

갔다와서 제일 끝자리 비워놓을 테니

깨끗하게 세수하고 와!


그리하여 알레르기 소동이 일어난 뒤에는 어느 개 새 고양이(수하물로 위탁 가능한 애완동물이 저렇게 3종류. 외웁시다)든

애완동물 지참한 승객이 오게 되면 일단 펄쩍 뛰며 도망가기 바빴지.

정상적인 고객 응대가 불가능할 수준이기 때문이었어... 나도 내 알러지가 그리 심한줄 몰랐다니까.

약을 먹으면 머리도 멍하고 해서 업무하다 실수하겠다 싶어서 자주 긴장하고 그랬어.


그럼 실수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고건 다음화에 가벼웁게 얘기해 봅시다.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


안녕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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